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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노안면 오정리 오리마을
김덕수 객원기자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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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3호] 승인 2022.11.20  22: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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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위원회 구성으로 어르신 봉사와 민주적 마을운영 도모

쌀 좋고 물 좋은 부자마을 명성 잃어가…레드향 등 만감류 재배로 소득
오리를 닮았다는 형세라거나 5그루 버드나무에서 유래했다는 마을 이름
 
   
▲ 오리저수지 쪽에서 바라본 마을정경. 해거름 염소를 끌고가는 주민 모습이 정겹다.
 
“우린 암것도 몰러어~~ 평생 농사짓고 얘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제. 이별재 넘어 문평까지 나무하러 다니고 새벽에 풀 베어 논에다 거름되라고 깔고 살다 봉께 다 늙어부렀어”박금옥(83) 씨는 비단 이고 다니던 중매쟁이 소개로 얼굴도 모르는 오리마을 신랑과 결혼했다. 금천면 원곡리에서 영산강 나무다리를 건너오던 65년 전 기억을 떠올린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이야기하던 정기하(89) 씨는 걸어서 30분 거리인 인근 광주광역시 광산구 삼도동이 고향이다. 정 씨는 “밭에서 기른 콩이며 깨, 고추 등을 이고지고 나주장까지 걸어가서 내다 팔고 필요한 물품을 사 왔다”며 “마을사람들과 함께 아이 업고 오가며 흥이 날때는 덩실덩실 춤도 추며 즐겁게 다녀오면 뉘엿뉘엿 해거름이 됐다”고 옛일을 회상한다. 5남매 자녀들이 모두 서울에 살아 1년에 한두번 밖에 오지 못한다며 그리움을 나타낸다.

길 건너 구정리에 살다 21살에 결혼했다는 최근덕(88) 씨는 “70여년 전 결혼할 때 차를 타고 왔는디 그 뒤로는 제대로 차를 타 본 기억이 없다”며 웃음짓는다. “산자락에 논밭이 있어 비가 안오면 농사를 짓지 못했다”는 최 씨는 “오정천 파서 물 품어 논에 물대고 농한기 때는 가마니 짜서 생계를 이어왔다”며 새끼를 잘 꼬았다고 자랑한다.

   
▲ 마을 입구 길가에 청동기시대 유적인 고인돌이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94세 어머니를 돌보러 왔다는 김종태(70) 씨는 “어려서 또래 친구들이 20여명이나 돼 마을 뒤 옥산으로 놀러가 기타치고 음식 나눠 먹던 기억이 새롭다”며 “심혈관 질환으로 약물치료 중인 어머니가 최근에 요추골절로 병원치료를 받으셨는데 요양병원을 마다하고 집으로 오시는 바람에 식사를 챙기느라 광주 집에서 이틀에 한번은 다녀간다”고 어머니 걱정을 내비친다.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김 씨는 나주시청에도 근무했었다고 한다.

교육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남편의 고향으로 1998년에 돌아왔다는 나정순(69) 씨는 “처음 3년은 농막에 살다가 빈 집을 샀다”며 “광주서 직장생활하다 대학생인 남편을 만나 9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고 한다. 반남면 신촌리가 고향인 나 씨는 “신안군이며 진도군, 함평군, 영광군 등 남편 근무지를 따라 도내 곳곳에서 살아봤다”며 “비슷한 연배의 이웃이 8가구 정도 있어 서로 정 붙이고 살려고 노력한다”고 속내를 내비친다.

1990년대 초 지인 소개로 오리마을에 텃밭을 일구며 살기 시작했다는 박선재(71) 씨는 “광주에서 아파트에 살 때는 답답했는데 여기 오니 밖에 나가기가 싫다”며 “상수도가 들어와 수돗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지만 지하수가 너무 좋아 여전히 샘물을 많이 쓴다”고 집 앞 공동샘을 가리킨다.

   
▲ 물 좋고 쌀 좋기로 유명한 오리마을은 지금도 샘물을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이장을 맡은 김동규(65) 씨는 “한 때 150가구가 넘는 큰 마을이었는디 지금은 50가구가 채 되지 않는다”며 “마을 발전을 위해 60대 초중반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개발위원회를 구성해서 마을회관에 에어컨과 전기장판을 설치하고 시설을 개보수하는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고 10만원 이상의 마을돈 지출에 동의를 받도록 하는 등 민주적인 운영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발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동연(65) 씨는 “고향이 그리워 돌아온 지 11년째인데 나이드신 어르신들의 외로운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며 “몇몇이서 우리라도 자식노릇하자며 뜻을 모아 어르신들 공경하고 마을이 화합하는 데 앞장서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힌다. “오정리 들어오면 따순 짐이 나는디 딴 마을은 찬바람이 분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기억한다“는 김 위원장은 “쌀이 좋아 밥이 찰지고 부자마을로 소문났었는디 지금은 그 명성을 잃고 있어 아쉽다”며 마을 일에 열심히 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마을이름은 형세가 오리를 닮아서라는 말도 있고, 샘 근처에 버드나무 다섯그루가 자랐던 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을 입구 길가에 고인돌 1기가 남아 있다. 산중턱에 8기의 고인돌은이 있다는 기록은 있지만 주민들은 실체를 모르고 있다.

김정환 전 노안면장과 농협중앙회 감사실장을 지낸 김승환 전 나주문인협회장이 이 마을 출신이다. 김해김씨 집성촌이던 오리마을은 지금도 2/3가 김해김씨다. 큰 길에서 마을로 들어서는 초입에 들어선 10여개 사업장이 지역과 특별한 유대가 없어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마을 앞 논밭에 비닐하우스를 설치해 채소류 등을 재배하다 2000년대 들어 한라봉과 레드향 등 만감류로 소득을 높이고 있다.            

   
 

김동규 이장 인터뷰

“제주 견학에서 만난 레드향 육지서 처음 재배”

“육지에서 처음으로 레드향을 시작했을 거요”라며 말문을 여는 김동규(65, 사진) 이장은 “90년대 초부터 비닐하우스에서 청양고추며 토마토, 가지 등을 재배했는데 시세변동으로 힘들어하며 작목변경을 고민하던 중 제주도에서 감귤 농사를 짓는 마을 선배를 찾아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선배를 만나 귤과 한라봉 등 여러 품종의 농사현장을 견학하다 레드향과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당시 일본에서 인기를 끌지 못해 실패한 품종으로 알려진 레드향이 제주에서 제 맛을 내더란다.

김 이장은 “영악한 일본사람들이지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인지 상표권도 등록하지 않아 로열티 없이도 농사지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 중 하나였다”며 “2010년부터 비닐하우스 3 1,200평에 레드향만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강원도 화천군에서 기관총 사수로 군복무 중 휴가를 나와 광주항쟁을 겪었다는 김 이장은 “시민들한테 봉변당항께 군복부터 벗으라”던 택시기사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고 말한다. 진압군으로 오해받을 것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사실은 뒤에 알게 됐다고.

마을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놀던 20대 초에 광산구 삼도동 출신 부인과 결혼해 11녀를 둔 김 이장은 “두 아이 모두 광주에 살고 있어 자주 다니러 와 든든하다”며 “레드향은 설에 맞춰 수확해서 전량을 택배로 판매하는데 남매가 와서 거들어주는 게 큰 힘이 된다”고 만족해 한다.

개발위원을 맡은 동년배 선후배들에게 거듭 고마움을 표현하는 김 이장은 “객지에 사는 가족들이 고향집에 왔다가 마을사람들 얼굴도 못보고 가는 게 젤 아쉽다”며 “주민들이 함께 화합하고 웃고 사는 마을을 만들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밝히며 웃음짓는다.                  

 

김덕수 객원기자는 1970년 나주시 성북동 출생으로 나주중앙초(35), 금성중(16), 금성고(5)를 졸업했다. 전남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하면서 전대신문 편집장과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의장으로서 대학언론 민주화운동을 했으며, 대학 졸업 후 지역신문 기자를 거쳐 국회의원 보좌관과 문재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김부겸 국무총리 정무기획비서관(2급 고위공무원)을 지냈다. 2022년 지방선거에 나주시장 예비후보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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