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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시면 문동리 증문마을
김덕수 객원기자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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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9호] 승인 2022.09.18  21: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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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백여 가구 큰 마을에서 30여 가구만 남은 큰증문과 작은증문

일제가 의미 축소한 ‘일찍 曾’ 증문마을 이름 지금도 그대로 사용
학문·문화 각 분야 인물 배출…동양화 큰 맥 희재 문장호기념관 구상

다시면 문동리 증문마을의 이름에는 높은 학문 또는 학문을 넓힌다는 뜻이 담겨 있다. 옛날에 유명한 학자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 정조 때 규장각에서 펴낸 호구총수(1789)에 ‘불어날 증()’자를 써 증문촌으로 기록된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1912년 일제가 펴낸 지방행정구역명칭일람에는 ‘일찍 증()’자를 쓴 증문리로 표기돼 있다. 일제가 마을 이름의 의미를 훼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자를 달리 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나주시청 홈페이지에도 일제의 지명을 그대로 쓰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빨리 정비해야 할 것이다.

폐교된 다시남초등학교 왼편은 큰증문, 오른편은 작은증문으로 나뉜다. 한 때는 100여호에 이르는 큰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큰증문에 30여 가구, 작은증문에 4가구가 남았다. 큰증문은 조선 초 함평이씨가 이주해 온 집성촌이고, 작은증문은 진주강씨 집성촌이었다. 작은 증문에 강씨는 한집만 남았다.

   
▲ 사진 중앙의 폐교된 다시남초등학교 오른쪽이 작은증문, 왼쪽이 큰증문이다.

마을회관 앞에서 마을에 하나뿐인 간판없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창범(81) 씨는 “찾아오는 손님이 없어 가게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주민들이 만나 이야기할 데가 없다는 하소연에 유지하고 있다”며 “고향 사람들의 사랑방 역할이면 족하다”고 한다.

무안군 삼향면이 고향인 나귀님(88) 씨는 “결혼해 이 마을에 들어올 때만 해도 또래 친구들이 9명이나 있었는디 지금은 한 사람만 남았다”며 “열심히 노력해서 쌀농사 지어 5남매 키웠다”고 한다.

증문마을에는 국가유공자가 두 명 있다. 모두 베트남전 참전유공자다. 이준헌 씨는 백마부대에서, 이무남 씨는 맹호부대에서 복무했다. 이준헌 씨의 부인인 김승례(68) 씨는 노안이 고향이다. 23세이던 77년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 씨와 결혼했다. “남편이 건강이 좋지 않아 아이들 키우고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다”는 김 씨는 “농사일 하면서 소재지에 있는 어망공장도 다니고 품앗이도 하는 등 닥치는 대로 일해서 21녀 키우고 반듯하게 집도 지었다”며 웃음짓는다.

작은증문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는 박원배(68) 씨는 나주시 경현동 출신이다. 2008년 증문마을로 들어오기 전까지 30여년간 레미콘과 트레일러 등 화물운수업을 했다. “번식우 65두 키우는 일을 평생직업으로 생각한다”는 박 씨는 “개인적으로야 조용한 마을에서 편하게 사는 것은 좋지만, 10여곳이나 되는 빈집 터를 바라보면 머잖아 마을이 사라질까 걱정”이란다.

작은증문 버스승강장에서 마을로 들어가다보면 흡사 첨성대를 가져다 놓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광주에서 인테리어사업을 하다 2016년에 귀촌한 정채성(69) 씨가 폐건축자재를 모아 만든 것이다. 첨성대에 끌려 집으로 들어가면 다보탑과 석가탑을 형상화한 작품들(?)을 만난다. 마당을 둘러싸고 사과나무며 포도, 자두, 복숭아, 호두, 매실, 아로니아, , 대추 등 유실수가 가득하다. “꿈같은 노후를 즐기고 있다”는 정씨는 “집에서 죽산보며 저수지까지 여유롭게 걸으며 건강도 챙기고 있다”며 만족해한다.

   
▲ 증문전통마을숲에는 250년 넘은 소나무 6그루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수줍은 여인의 형상을 한 한그루(사진 오른쪽)를 예산이 없어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인근 두만마을 가는 길에 있는 웅골에서 오리 2만여수를 키우고 있다는 이경헌(64) 이장은 월태리 원동이 고향이다. 1994년 양계작목반으로 웅골에 들어와 정착했다. 웅골에는 한우 4농가와 닭 2농가, 오리 1농가가 축산단지를 이루고 있다. 이 이장은 “2017년 마을회관 앞에 조성된 증문전통마을숲에 250년이 넘은 오래된 소나무가 노거수로 지정돼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수줍은 여인네 형상을 한 한 그루가 재작년부터 죽어가고 있어 시에 살려내자고 요청했지만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돼 있어 안타깝다”고 답답해 한다.

마을 이름이 보여주듯 증문마을은 이영범 전 다시면장과 고 이행남 전 조선대 교수 등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서울에서 시사문화사라는 출판사를 창업한 고 이교헌을 비롯, 의재 허백련을 사사한 희재 문장호 선생도 이 마을 출신이다.

희재 선생은 의재 문하에서 국전 입선부터 특선, 초대작가 등을 지냈고, 조선대와 전남대 등에서 후학을 양성한 우리나라 동양화의 큰 줄기다. 2002년에 대한민국 옥관문화훈장도 받았다. 마을 주민들은 희재기념관 건립 등의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각종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조재룡도 이 마을 출신이다. 이름이 같은 배우 이재룡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조재룡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마을 뒤 언덕에서 구석기시대 몸돌과 격지 등 유물이 출토됐고, 남초등학교 뒤편에는 청동기시대 고인돌이 13기 분포하고 있다고 기록돼 있지만 주민들은 실체를 알지 못한다며 의아해 하고 있다.

 

   
 

이경헌 이장 인터뷰

“5.18광주항쟁 때 잃은 친구 몫까지 당당히 살 터”

증문마을에서 7년째 이장을 맡고 있는 이경헌(64. 사진) 씨는 80 5.18광주민중항쟁이 인생을 바꿔놓았다. “세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았지만 함께 했던 친구를 잃었다”는 이 이장의 눈가가 붉어진다. 친구의 몫까지 당당히 살겠다고 다짐한단다.

80 5월 서울서 직장생활을 하다 군입대를 위해 고향에 와 있던 이 이장은 20일 오후 1시경 시민군의 가두방송을 듣고 합류했다. 그날 밤 9시쯤 나주에 집결하여 광주로 향했다. 효천역 앞에서 대치하다 진압군이 일시 허용할 때 광주시내로 진입했다. 그런데 바로 뒤 3번째 쯤 차량부터 인근 야산에 있던 진압군이 집단발포를 시작했다. 이 이장은 “순서가 조금만 늦었다면 진압군의 총에 의해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도청을 지키며 항쟁을 이어가던 중 또 한번 죽을 고비를 맞았다. “어이없지만 운전하던 친구가 면허가 없다는 이유로 다른 차로 갈아타는 바람에 변을 면했다”는 이 이장에게 세 번째 고비는 항쟁 마지막 날이었다고 한다. 26일 저녁 총기를 반납하고 고향으로 돌아오던 중 효천역에서 만난 진압군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 죽음을 느꼈다. 다행히 곁에 있던 아주머니들이 “워째 생사람을 잡는다요? 시위랑 상관없는 우리 일행인디”라며 뜯어말리는 바람에 무사할 수 있었단다. 다시면에서 함께 출발했던 친구 고 박형서는 돌아오지 못했다. 이 이장은 올해부터 5.18광주민주화운동공로자회 회장을 맡고 있다.

이 이장은 목포과학대 토목조경학과 신입생이다. 대학 2학년인 막둥이보다 후배다. ‘이 나이에 무슨 공부냐’싶겠지만, 잠재해 있던 공부하고 싶은 욕망을 실천했다고 한다. 영광이 고향인 부인과 서울서 직장생활하며 만나 86년 결혼, 21녀를 뒀다. 골프선수를 희망했던 큰 아들이 너무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해 아쉬움을 갖는단다.    

         

김덕수 객원기자는 1970년 나주시 성북동 출생으로 나주중앙초(35회), 금성중(16회), 금성고(5회)를 졸업했다. 전남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하면서 전대신문 편집장과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의장으로서 대학언론 민주화운동을 했으며, 대학 졸업 후 지역신문 기자를 거쳐 국회의원 보좌관과 문재인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 김부겸 국무총리 정무기획비서관(2급 고위공무원)을 지냈다. 2022년 지방선거에 나주시장 예비후보로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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