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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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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승인 2003.07.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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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편집국장
하루는 태조 이성계가 무학대사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사, 오늘은 서로 욕하기로 합시다." "전하께서 먼저 하시지요."
"내가 보기에는 대사가 돼지로 보이는 구려."
"제가 보기에는 전하께옵서는 부처님으로 보입니다."
"아니, 서로 욕을 하기로 해놓고 어찌 칭찬하는 말을 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일 뿐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입니다."
이 이야기는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가 나눈 농담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법거량(어느 정도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선사들이 공부의 됨됨이를 점검하는 방법)이라 할 수도 있다.

유유상종(類類相從)

'일체중생 실유불성 (一切衆生 實有佛性)'이란 말이 있다.
모든 중생은 부처가 될 수 있는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서, 곧 이 말은 내가 곧 부처라는 말과 같은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불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그 마음 그대로가 부처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서로 마주보고 앉아 있음에도 어떤 사람의 눈에는 돼지로 보이고, 또 어떤 사람의 눈에는 부처로 보이는 것이다.
즉 어떤 색안경을 끼느냐에 따라 세상과 사물이 달리 보이는 것이다.
붉은 색안경을 끼고 보면 온통 세상이 붉게 보일 것이고, 푸른 색안경을 끼고 보면 세상은 푸르게 보일 것이다.
명예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과 사물을 보면, 보이는 것은 명예를 쫓는 사람들만 보일 뿐이고, 재물의 색안경을 끼고 세상과 사물을 보면, 눈에 보이는 것은 재물에 미친 사람들만 보일 뿐이며, 색(色)의 안경을 쓴 체로 세상과 사물을 보면, 보이는 것은 색마들만 보일 뿐일 것이다. 이런 것들을 일컬어 유유상종이라고 했던가.
며칠 전 영산포 지역민들이 모처럼 힘을 합쳐 결성한 「영산포지역발전협의회」를 두고 시중에 별의별 이야기가 확대 재생산되어 유포되고 있는 것 같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일 없겠지만, 좋은 음식 만들기 위해서 영산포지역발전협의회라는 영산포인들의 오랜 숙원인 간장을 담그고 있는데, 간장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구더기'들이 들끓어서야 되겠는가.
"내년 총선과 관련지어서 출마 설이 나도는 모인과 관계가 있다느니, 모인의 미래를 위해 은밀하게 만들어진 조직이라느니, 나주를 지역구도로 몰고 갈려는 속셈이다"라는 등 상상도 할 수 없는 유언비어를 날조 유포, 모처럼 뭉친 일만 오천 영산포인들의 가슴에 비를 내리게 하고 있다.
원래 천성이 우매하고 어리석어 눈앞에 보여주어야만 금(金)인줄 알고 돌인 줄 아는 부류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겠다는 데야 도리가 없지만, 영산포인들의 '지역 살리기'라는 순수한 열정에 더 이상 비수를 꽂는 후안무치한 일은 그만 했으면 한다.

영산포인들의 뜻을 왜곡 말라

"눈이 내릴 때는 마당을 쓸지 않아야 한다."는 말처럼 「영산포지역경제발전협의회」에 대한 구구한 억측과 비난성 발언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산포인들의 영산포 사랑이라는 애초의 순결이 무차별적으로 훼손당하고 있는 상황을 침묵으로 일관하기에는 그들의 우리를 향한 색안경의 색깔이 너무 짙다.
21세기 영산포를 나주의 변방이 아닌 나주의 중심으로 환생시켜, 1937년 영산포가 면에서 읍으로 승격된 이래 70년대 중반까지 누려왔던 영산포의 부와 옛 영화를 되찾아 보겠다는 영산포인들의 '몸부림'을, 그들은 정치적 잣대로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영산포 지역경제는 하느님이 내려와도 살리기 어렵다는 지역민들의 자포자기를 방치할 수 없다는 영산포인의 자존심과, 일만 오천 영산포인을 대변하고 대표할 수 있는 단체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요구돼 모임의 불씨가 지펴져 창립된 「영산포지역발전협의회」를, 아니 영산포인들의 뜻을 더 이상 왜곡하지 말았으면 한다.
영산포 지역민들이 이제라도 그만 정치인들의 하수인이나 들러리에서 벗어나, 그들이 영산포 지역사회의 주체요 주류라는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해 영산포지역발전협의회를 창립한 것이다.
영산포인들의 이러한 순수한 뜻과 열정이, 불손한 세력의 정치논리로 훼손되는 일이 이제는 없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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