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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의 사상사》 백영서 외 10인(지은이)“최제우에서 김수영까지, 문명 전환기의 한국사상”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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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3호] 승인 2022.06.03  11: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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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최근 우리 고유의 문명관이자 자생적인 변혁 사상으로 재소환되고 있는 ‘개벽’개념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상사의 큰 줄기를 파악한 수작이다. 최제우, 한용운, 안창호 등 널리 알려진 근현대 주요 사상가들을 개벽파의 시각에서 탐구했다. 11명의 연구자가 3년간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 근대사상의 흐름을 천착해 얻은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집필진은 개벽을 추구한 주요 사상가들의 체계를 설명하는 동시에 각 사상의 역사적 맥락을 탐구하고 오늘 우리의 삶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규명하고자 했다.

책에 소개된 사상가들은 단지 현실의 문제를 진단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하고자 했다. 근본적인 성찰과 대전환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오늘날, 우리 사상의 거인들을 깊이 읽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1부는 혼란기인 조선 말기에 변혁을 꿈꾸며 새롭게 등장했던 사상가들을 만난다. 1장에서 김선희는 19세기 후반에 중인 출신 무인 관료인 최성환이 참여한 도교 계열의 ‘권선서’출간과 유행 과정을 살피며, 당시 유학의 실질적인 영향력이 모종의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설명한다.

허남진은 토착적 신학자로 평가되는 최병헌을 소개한다. 그는 유교와 기독교를 결합해 개인 수양과 사회적 변혁을 연결시켰다. 그의 지향이 종교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지는 못했지만, 정교 결합이라는 흐름은 개벽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3~5장은 동학을 정면으로 다룬다. 동학은 단지 조선 왕조의 누적된 병폐를 개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개벽을 향한 사상적·실천적 돌파를 이루기 위해 출발한 것으로, 단순한 왕조 교체나 제도적 변혁을 지향한 혁명이라기보다 자기 수양을 바탕으로 사회변혁을 추구한 문명전환 운동이었다고 저자들은 평가한다.

한편 장진영은 원불교 창시자인 소태산 박종규 대종사의 ‘일원(一圓)개벽’을 계승‧발전시킨 정산 송규의 ‘삼동(三同)개벽’을 6장에서 설명한다.

2부는 잘 알려진 근현대 한국사상의 거인들을 변혁의 시각에서 다시 해석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먼저 7장에서 강경석은 도산 안창호를 자기 시대의 변화하는 역사와 현실, 유동하는 정세 가운데 치열하게 사유하고 실천하며 ‘변혁적 중도’의 길을 일관되게 걸었던 점진혁명론자로 해석한다.

8장에서 조성환은 만해의 대표작 〈님의 침묵〉을 분석하며 그가 노래한 ‘님’이 생명의 님으로서 모든 님들의 님이자 그것들을 님이게 하는 ‘메타적인 님’이고, 사상적으로는 척사파나 개화파보다는 ‘개벽파’에 친화적이라고 해석한다.

9장에서 백영서는 임시정부와 해방정국의 주요 정치인 조소앙을 ‘변혁적 중도주의’의 관점에서 해설한다. 조소앙의 독창적 사유체계는 경계를 횡단한 그의 이채로운 행적의 소산인 동시에 한국 사상사를 관통하는 유불선 융합의 사유구조를 내면화한 결과임을 말한다. 이정배는 10장에서 개벽의 시각에 따라 씨알 사상의 한계를 지적한다. 동학과의 관계를 놓친 것이 함석헌의 편중된 기독교적 시각 탓이라고 비판하는, 자못 논쟁적인 글이다.

마지막으로 11장에서 황정아는 시인 김수영의 시를 둘러싼 해석에 비평적으로 개입하면서, 김수영이 근대적응으로의 일방적 몰입에 저항한 데서 더 나아가 이 땅에 ‘거대한 뿌리’를 박는 방식을 통해 근대의 극복을 도모했기에, 모더니즘적 새로움의 미학에 그치지 않고 이중과제를 수행한 적절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이 책에 소개된 개벽의 사상들은 우리 스스로 안과 밖의 모순을 극복하고 더 나은 가치가 실현되는 새 세상을 꿈꾸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여전히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근대라는 과제를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주체적으로 만들어간 ‘적공’의 과정을 새롭게 탐색할 필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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