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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이미진(지은이)“운명을 예측할 수 없는 도박 같은 재일교포의 삶”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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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2호] 승인 2022.05.23  05:5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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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절판돼 중고 책을 신간보다 더 비싸게 구입했다. 지금 중고 시장에는 《파친코》 1,2권이 10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이 강렬한 문장으로 시작되는 소설 《파친코》는 내국인이면서 끝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자이니치(재일동포)들의 처절한 생애를 깊이 있는 필체로 담아낸 책이다.

한국계 1.5세인 미국 작가 이민진이 재일동포의 존재를 처음 접한 것은 대학생이었던 1989년이다. 일본에서 자이니치들을 만났던 개신교 선교사의 강연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상승 욕구가 강한 재미동포들과 달리 많은 자이니치들이 일본의 사회적, 경제적 사다리 아래쪽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민진은 그때부터 자이니치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본에서 직접 만난 자이니치들의 복잡하고도 광활한 인생에 겸허해진 이민진은 그때까지 써온 원고를 모두 버리고 책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정체성과 인간의 가치에 관한 작가의 치열한 고민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한다.

부산 영도의 기형아 훈이, 그의 딸 선자, 그리고 선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낳은 아들 노아와 모자수, 모자수의 아들인 솔로몬에 이르는, 4대에 걸친 핏줄의 역사를 탄생시켰다. 이민진은 그 치열한 역사를 통해 우리에게 고향과 타향, 개인의 정체성이란 과연 무엇인지 질문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현란한 문체 대신 행간의 의미를 함축하며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서사에 녹아 전해진다.

진부한 서사를 거부하고 정체성에 관해 치열하게 고민한 이민진의 작가 정신은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시대를 아우르는 대작 《파친코》를 만들어냈다. 선천적인 이유로 상처받아야 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와 슬픔에서 탄생한 책이다. 뼈아픈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차별받는 이민자들의 투쟁적 삶의 기록이며 유배와 차별에 관한 작품이다. 정체성에 관한 의문과 끊임없이 마주하면서, 필사적인 투쟁으로 힘겹게 얻은 승리를 통해 깊은 뿌리로 연결돼, 하나가 되어가는 이야기다.

김성곤 조지워싱턴대 석학교수는 작품 해설에서 “‘파친코’는 운명을 알 수 없는 도박이라는 점에서 재일교포들의 삶을 상징하는 좋은 은유라고 할 수 있다. 파친코 운영은 경제적인 풍요로움을 안겨줄 수는 있으나 야쿠자와의 연관성 때문에 폭력적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도 재일교포들은 파친코 사업에 뛰어든다. 편견으로 점철된 타국에서 파친코는 재일교포들에게 돈과 권력과 신분의 상승을 안겨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파친코』는 단순한 도박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의 근현대사가 얼마나 비극으로 점철되어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파친코》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라는 말로 시작된다. 그것은 곧 어려운 시기에 문제가 많은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역사가 우리를 망치고, 정치가들이 나라를 망쳐도 국민은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남으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파친코》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희망과 극복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주노 디아스 퓰리처상 수상작가는 추천사에서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작품이다.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는 재일교포를 중심으로 한 이민자들이 새로운 세상에서 가정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희생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해 주는 훌륭한 책이다. 《파친코》는 뛰어난 소설가들 가운데서 화려하게 우뚝 선 이민진의 자리를 확인시켜주는 책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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