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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숙제》 한지원(지은이)“촛불 이후 '잘못된 길로 들어선' 한국 민주주의”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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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1호] 승인 2022.05.16  05: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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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경제학의 눈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분석하며, 우리가 왜, 어떤 점에서 실패하고 있는지 밝히고 해결책을 찾는다. 특히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의 사례를 집중적으로 살핀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로 집권하는 이 시기에 왜 굳이 지난 정부를 돌아봐야 할까?

문재인 정부는 86세대로 대표되는 민주화 세력이 권력의 핵심을 온전하게 장악했던 첫 정부다. 그런 만큼 한국 민주주의가 가진 결함을 응축해서 드러냈다. 게다가, 선진국이었던 일본과 이탈리아가 성장을 멈추고 쇠락해가는 패턴이 문재인 대통령 시기 한국과 매우 닮았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험한 단계에 처했다며, 우리가 무조건 옳다고만 여겼던 민주주의 원칙들이 포퓰리즘과 지대추구와 만나면서 어떻게 타락해가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불길한 징조부터, 한국 대통령제가 만든 불행, 여론과 ‘적폐청산’작업이 경제에 미친 해악, ‘토착왜구론’으로 상징되는 역사관이 왜곡시키는 대외관계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들이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국민이 주권을 오·남용”하고, “국민의 선택으로 시나브로 이뤄지는”것이 타락이다. 한지원은 “민주주의 타락은 당대에 개혁으로 포장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눈치채지 못한다”며 1장 ‘촛불에서 드러난 불길한 징조’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

로크의 저항권, 루소의 일반의지 개념 등을 빌려 “촛불집회가 기존 정부를 해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더 나은 새 정부를 건설하는 데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는 촛불집회가 대통령에 대한 분노만 가득했을 뿐, 민주주의 규범을 만드는 계기가 되지는 못했다고 진단한다. 2019년 야당 동의를 받지 않고 완력을 사용해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은 “(선거 결과 승복 여부와 직결되는) 선거법만은 반드시 여야 동의로 처리한다는 규범”을 간단하게 내팽개친 것이다.

박근혜 파면 이유도 다시 들여다본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 용도로 남용해 파면됐는데, 국정 농단 필요조건인 제왕적 대통령제의 개혁이 아니라, 국정 농단을 일으킨 정치 세력을 일소하는 ‘진영’논리의 작동만 이뤄졌다고 분석한다. 공론장이나 선거에서 경쟁을 통해 영향력을 축소하면 될 언론이나 정당의 문제를 적폐 청산 목록에 올린 것도 “언론과 정당의 자유는 견해에 상관없이 보장되는 것이 민주주의의 원칙”을 위배한 것이다.

판사가 적폐로 찍힌 사람의 구속영장을 내주지 않으면 그 판사까지 적폐로 공격하는 일이 벌어졌다. 저자 한지원은 “새 대통령에 대한 대중의 압도적 지지는 국정 농단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새 집권 세력의 입지를 다지는 데 사용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는 오랜 기간 겹겹이 쌓인 민주주의 문제를 압축해 드러냈다고 본다. 이 문제는 어디로 튈까. 그는 폴리비오스의 ‘정체 순환론’개념을 끌어와 “타락한 민주정, 즉 폭민정은 여론 주도층이 지대추구를 위해 민주주의 규범을 무시하는 폭민으로 변모할 때 등장한다. 민주주의를 외양으로 삼아 시민들이 정치적·경제적 내전을 벌이는 상태가 계속되면 국민은 환멸 끝에 사태를 해결할 독재자를 찾는다”고 했다. “한국에도 폭민정의 위험이 눈앞에 닥쳤다고 본다”고 했다.

한지원은 신자유주의에 맞선 사회운동·민중적 대안을 모색하는 사회진보연대 등에서 오래 활동했다. 한국 여야를 구분하는 좌·우파 잣대가 아니라 운동·이념 기준으로 좌파다. 마르크스의 <자본론>으로 불평등 문제 등 한국 경제 이슈를 현실을 해설하는 <자본주의는 왜 멈추는가> 등을 냈다. 그는 책을 출간한 뒤 페이스북에 “자본주의 비판의 설득력을 갖추는 게 인생 최대 난관이라고 생각했었다. 오판이었다. 경험해보니 민주당과 진보 이데올로기 비판이 백 배는 더 힘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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