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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운 회고록 <내 인생의 전환점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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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호] 승인 2021.11.21  22: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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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동지회 50년 기념문집’회원 회고록에 실린 71동지회 회장인 배기운 전 국회의윈의 회고록을 배 의원의 허락을 얻어 5회에 거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 배기운(제16대·19대 국회의원)

“인생은 아름답고 역사는 발전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9 1 7 85회 생신 다음 날 일기장에 쓴 마지막 구절이다. 인생을 다시 살라 해도 똑같은 인생을 살겠다고 자서전에서도 쓰셨다.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기는 등 사형수에서 대통령까지 파란만장했던 그의 인생도 끝자락에선 아름답게 보였던 것 같다. 우리 같은 범인도 ‘종심(從心)’의 나이 70년을 살았다면, 역사 발전은 몰라도 그 자체가 인생의 아름다움과 희열을 느낄법하다.

사실 나는 10여 년 전에 나름대로 자서전을 집필했었다. 만일 나의 정치 인생이 순조로웠다면 300여 쪽의 자전 에세이가 이미 출간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이순(耳順)의 나이에 자서전이라니 왠지 사치스러워 보였고, 더구나 개인적으로 정치적 고난기여서 집필을 중단한 채 훗날을 기약하고 출판을 포기해버렸다.

그런데 이번에 71동지회가 사실상 마지막이 될 50년 기념 문집에 각자의 압축 회고록을 합동으로 수록하기로 결정했다. 많은 회원 동지가 참여한 이 인생록 모음집은 비록 정식 회고록은 아닐지라도, 1970년대 초 대학가 시위 주동 대학생들의 그 후 다양하고 치열했던 삶의 기록으로서 가치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인생을 살다보면 누구나 몇 개의 전환점(轉換點: turning point)을 맞이하게 된다. 기나긴 인생행로에서 새로운 국면으로 바뀌는 계기가 나에게도 서너 차례 있었다. 그 전환점을 중심으로 내 인생의 압축된 자전 에세이를 기술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의 전환점은 바로 50년 전의 학생운동과 강제 징집이었다.

학생운동과 강제 징집

박정희 군사정권에 맞서서 대학생들의 데모가 거의 매일 반복되었다. 서울대 시위는 동숭동에 이웃한 문리대와 법대가 양대 축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데모 주동 서클인 사회법학회에 가입했고, 교양과정부 지회장을 맡았다. 동료 법대생 20여 명이 함께했다. 그 시절 나의 정신적 멘토는 조영래(‘47년 대구산, 사법연수생, ‘90년 작고)와 장기표(‘45년 김해산, 복학생)였다. 그들은 데모의 불가피성과 역사의식을 논리정연하게 학습해주었다. 다른 한편으로 나는 경제적인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경기여고 2년생 4명에게 독일어와 수학을 가르쳤는데, 가끔 최루탄 냄새를 풍기며 수업을 하기도 했다. 공자의 삼락(三樂)이 아니더라도 총명한 애들을 가르치는 것은 역시 즐거움이었다. 그들은 모두 대학을 잘 갔다.

동숭동 데모 때의 일이다. ‘피의 세느강’이라고 불렸던 개천 건너편 장갑차에서 쏜 최루탄이 마구 날아들었고, 우리는 자욱한 연기속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돌멩이를 던지는 것 외에는 아무런 대응책이 없었다. 이때 문리대생 아무개가 소주병과 휘발유를 가져와서 한번 해보자고 했다. 

누가 가르쳐줄 것도 없이, 소주병에 휘발유를 반쯤 붓고 솜으로 마개를 한 후 거꾸로 뒤집어서 기름 묻은 솜에 불을 붙여 개천 건너편으로 힘껏 던졌다. 장갑차에 명중하면서 화염이 일었고 전경들이 부랴부랴 불을 끄는 모습이 보였다. 분이 반쯤 풀렸다. 화염병 대응은 일단 성공한 셈이지만 다음 날 언론은 일제히 “화염병 등장, 위험수위”라고 대서특필했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그해 봄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95만 표 차로 가까스로 이긴 박정희는 아예 ‘선거 없는 장기집권’을 위해 대학가를 우선 장악하고자 했다. 결국 10.15 위수령이 발동되고 무장군인과 탱크가 고려대에 진입했다. 각 대학에 무기휴업령이 내려지고 데모 주동 대학생 170여 명이 제적되었다. 

나는 며칠간의 도피 후 자택에서 검거되어 청량리경찰서로 잡혀갔다. 구치소에는 먼저 잡혀온 대학생들이 많았다. 아직 가을이어서 모기들이 극성을 부렸는데, 모기장 텐트 안에서 특별 배려를 받는 한 학생이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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