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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속의 비극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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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호] 승인 2003.04.2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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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편집국장
한 초등학교 교장의 뜻하지 않는 자살사건으로 우리나라 교육계가 혼란에 빠졌다.
유명을 달리한 교장은 말이 없기에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을 두고 각자의 위치와 입장에 따라 편리 할 데로 해석하며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무기로 삼고 있다.
사건은 날이 갈수록 잦아들기는커녕 교장단, 한국교총, 전교조, 해당 교사와 학부모, 교사와 사회 간의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마치 서로가 '마녀사냥'을 하듯 한치의 양보가 없는 비난과 비판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해법을 찾자는 일환으로 지난 13일 방영된 KBS-2 TV '100인 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교장 자살 사건과 전교조'라는 프로에서 양측의 갈등은 절정을 이루었다.
공영방송에서 주최한 이 토론회의 투표결과를 놓고 투표조작 시비까지 불러일으키며 일부 참석자들의 항의로 재 토론이 결정됐다가 번복되는 등, '차 시중' 논란이라는 어쩌면 '사소한' 사건이 이해 당사자들의 극한적인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장은 죽음을 택했고, 여교사는 따가운 눈총 속에 두문불출하다 사직을 한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원인은 세대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문화적 관습의 차이에서 잉태된 것이라 여겨진다.
28살의 자존심 강한 프리랜서 학원강사 4년 경력의 기간제 여교사와, 근대화 이전부터 시작해 40여 년 동안 교직에 몸 담아온 교장과의 문화적인 코드의 차이에서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이 발생했을 것이다.
아버지 같은 사람한테 커피 한잔 타다 줄 수 있지 않느냐는 교장의 유교적인 인식과, 나도 당당한 사회인인데 왜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차 시중을 해야 하느냐는 세대간의 문화충돌이 빚은 비극이었던 것이다.

세대간의 문화충돌이 빚은 비극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을 죽음으로 이르게 한 것은 바로 교장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사회 현실과의 크나큰 괴리에서 발단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교장 자신은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기간제 여교사에 대한 차 시중을 대수롭지 않은 있을 수 있는 일로 늘상 의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교장이 미쳐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빠르게 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사소한 말 한마디라도 '성희롱'이나 '여성비하'로 간주되기 일쑤며, '양성평등'이 이제 우리사회의 키워드로 등장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치관은 시대에 따라 계속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교장 선생님에게 차 시중 드는 여선생님을 보고 별문제 없는 것으로 보아 넘겼던 사고방식도 다양성의 존중이라는 측면에서 보아 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미 그것을 보고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하지만 교장선생님은 자신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사회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큰 잘못을 저지르지도 않았는데도 큰 죄나 저지른 것 같이 언론과 인터넷 통신을 통해 사방에 퍼져 나가자 괴로워했을 것이며, 용납할 수 없는 자괴감 속에서 결국 최후의 선택을 택했을 것이다.

교육계가 반성하는 계기로

이번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 택한 자살사건은 일어나선 안될 일이었다.
결국 죽음을 택할 만큼 명예와 체면을 소중히 여겼던 교장 선생님이나, 생각지도 못했던 교장의 죽음 앞에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 차라리 죽고도 싶을 기간제 여교사나, 죽음의 책임을 일부 언론과 유족들로부터 모두 짊어진 체 내 몰리고 있는 전교조나, 모두들 우리 교육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희생양들이다.
기간제 여교사에 대한 차 심부름 요구를 둘러싼 교육계의 논란은 사건 당사자들의 진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사건의 전개과정이 아직까지는 확실히 드러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처음부터 양쪽이 조금씩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었더라면 교장의 죽음이라는 극한적인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슨 일이든지 자기의 잣대로만 재단하다보면 모순 아닌 일이 거의 없다.
한 초등학교 교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제까지 거북스럽게 여겨졌던 전교조의 기를 꺾는 계기로 삼으려는 일부 교육계의 움직임이나, 전혀 예상치 못했던 교장의 죽음 앞에 조직의 옹호와 방어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전교조나, 참교육 실천을 위해 솔직히 반성하는 자세가 모두에게 아쉽게 느껴지는 시점이다.
양보와 타협이 없는 고질적인 교단의 병폐를 진정 고민들하고 있다면 이번에야말로 죽음을 이용해 교육계의 주도권 다툼으로 치닫지 않는 모두의 자숙과 자성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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