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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란 무엇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지은이)“마스크 시대의 정치학”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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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호] 승인 2021.10.24  19: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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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가 마스크를 써야 하는 코로나 시대에 시민의 의무를 정치 철학적으로 다룬 신간 《의무란 무엇인가》를 펴냈다.

저자는 먼저 국가의 역할을 역사적으로 살펴봤다. 19세기 전까지 국가의 통치권은 신의 은총(왕권신수설)이나 오랜 전통에 의해 정당화됐으며 국가와 백성은 지배-피지배의 관계였다. 현대의 국가는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돌봄 및 대비 국가'로 변신했다. 이후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국가는 국민의 몸과 건강, 수명, 인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가가 코로나 사태에서 적극적 방역을 취하는 역사적 배경이기도 하다.

책은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의무’와 ‘탈의무’현상을 파헤친다. ‘마스크 시대의 정치학’을 통해 시민의 의무란 무엇이며, 그 한도는 어디까지인지를 다룬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의무란 곧 우리에 대한 타인의 권리다.”라고 했고, 헨리크 입센은 “의무는 많은 사람에게 차갑고, 혹독하고, 기분 나쁘게 들린다.”라고 했다. 니체와 입센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무를 편하게 느끼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의무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개인은 마스크를 써야 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도, 집합 제한도 지켜야 한다. 국가도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할 중차대한 의무를 지고 있다.

책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가의 방역 조치와 그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을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국가는 전체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어디까지 가능할까? 시민적 의무란 무엇일까? 법을 준수하고 세금을 내면 끝나는 걸까, 아니면 그 이상의 역할이 더 필요할까?

저자 프레히트는 19세기 시민 계급 등장 이후 돌봄 및 대비 국가에서 국민의 행복과 안전을 폭넓게 책임지는 국가로 변신해 온 국가의 역할을 되짚으며, 역설적으로 이제 국가를 ‘서비스 제공자’정도로 여기는 우리 세태를 향해 일침을 가한다.

특히 ‘사회적 의무 복무’도입이라는 도발적 제안을 통해, 더 큰 사회적 연대가 요구되는 시대에 앞서 시민적 의무감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독일의 전후 세대는 지난 수십 년 사이에 국가로부터 일상과 신체를 이렇게 적극적으로 통제당한 경험이 없었다. 모임과 집회를 제한받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고, 백신 접종을 준의무로서 요구받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마치 ‘국가에 의해 아무 잘못 없이 방에 갇힌 아이처럼 벌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이들의 생각은 분명하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라면 시시콜콜하게 모임 인원수를 제한하거나 거리 두기를 강제할 게 아니라 개인의 자율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국가가 그런 식으로 시민의 사생활에 개입할 권리가 있을까?

저자는 “우리 사회가 ‘노마스크 시위’와 ‘탈의무’외침을 조금도 옹호할 수 없는 이유는, 그 행위가 공동체와 타인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증명하듯,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취약한 존재이다. 전염력이 강한 질병이 찾아오면 타인과 의학적 운명 공동체로 엮일 수밖에 없다. 마스크를 벗는 간단한 행위조차 공동생활 윤리의 일부가 되고, 이는 곧 공동체에 대한 의무와 책임의 문제이다.”라고 말한다

한국에서 코로나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머지않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다고 하지만 그 공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리라 보인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도 의무와 권리를 두고 많은 논란이 벌어졌다. 의무에 대한 철학적 공감대가 없이는 코로나 위기 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동체와 개인의 의무에 관한 생각을 다시 한번 깊게 해 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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