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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보커터’(PR0VOCATEUR)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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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호] 승인 2021.09.05  23: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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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현재 나주 지역사회를 규정하는 단어로 ‘양극화’와 ‘진영 논리’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다가오는 시장선거를 앞두고 사회적 양극화는 갈수록 심화 되고, 이른바 내 편 네 편으로 갈리는 진영 간의 갈등은 더 심해지고 있다. 이를 해소해야 할 위치에 있는 ‘특정 정치인’은 되레 즐기며 부추기고 있다는 인상마저 준다. 지역 언론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주류 미디어라고 불리는 언론은 물론 인터넷과 SNS(지역 밴드 등)까지 검증되지 않은 비난과 의혹 제기, 악의적 댓글로 차고 넘친다. 공론장은 사라졌다. 이른바 일부 ‘정치적 관종’(관심종자)들의 준동 때문이다. 

논리정연한 설명보다는 악의적이고 원색적 언어로 사회 이슈를 특정 목적을 갖고 충동질한다. 꼼꼼하게 살피기는커녕 원인과 책임을 의도적으로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 또는 특정 조직에 돌리고 분노와 막말을 퍼붓는다. ‘그들’을 도발해 ‘우리’를 결집한다. 지적 자극보다 정서적 자극을 선동하며 공론장을 오염시키고 있다. 도발적 언어로 주목받고 이를 밑천 삼아 여론에 영향을 끼치고 자기과시를 일삼는 정치적 관종, ‘프로보커터’(PR0VOCATEUR)다. 김내훈 씨가 펴낸 책《프로보커터》에서 이들의 행태를 분석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프로보커터’는 ‘도발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인터넷 등에서 글이나 영상으로 특정인이나 집단을 도발하여 조회 수를 끌어올리고 그렇게 확보한 세간의 주목을 밑천 삼아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사하려는 부류들을 일컫는다. 
 
김내훈은 책 머리글에서 “지난 1~2년간 어지러운 행보를 거듭하며 ‘진보 지식인’으로서의 유산을 하나둘씩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진중권을 보면서 ‘갑자기 왜 저럴까’라는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혹은 ‘원래 저런 사람이었다’라고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갑자기 ‘왜 저럴까’라는 의문에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 ‘원래 저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책은 그 문제의식을 확장한 것으로, 주목 경쟁 체제에서 벌어지는 문화정치 양상과 그 산물로서 프로보커터의 멘털리티를 들여다보기”위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어려운 이야기보다 단순한 이야기가 눈에 더 잘 띈다. 욕설 섞인 반말이 더 큰 주목을 받는다. 주목 자체가 돈이 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사유와 감정을 외주화하려는 사람이 늘어간다. 언론매체들은 소셜 미디어에 형성된 에코 체임버에서 기삿감을 찾다 못해 스스로 소셜 미디어를 모방하려 든다. 이러한 시대에 기민하게 반응해 경제적 이득뿐만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까지 얻으려는 사람들이 출현하고 있다.” 김내훈이 정의하는 프로보커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눈길을 끌어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이들을 총체적으로 정의하는 단어다. 
 
김내훈은 진중권 전 교수를 가리켜 “‘싸가지 없는’ 발언으로 상대를 도발하고 이에 격동한 상대를 ‘적’으로 상정한 뒤 이를 통해 ‘우리 편’ 추종자를 확보한다”면서 그를 ‘프로보커터들의 프로보커터’로 규정한다. “정치적 반대자를 공격하기보다는 여론의 형세를 살피다가 영합하는 손쉬운 먹잇감 찾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인물을 타깃으로 그의 기분이 최대한 나빠지도록 모욕적 언사를 던지는 데 주력”, “조롱조의 깐죽대는 어투와 제스처,” ‘모두까기’와 ‘돌려까기’등은 그의 전매특허다. “그를 가장 유명한 논객으로 만든 것은 지식인으로서의 어젠다가 아니라 퍼포먼스 능력이다”며 진 전 교수를 형편없는 논객으로 평가절하했다. 지역사회 소셜 미디어 일부를 보는 것 같아 소름 돋는다. 그것도 ‘조잡한 프로보커터’의….
 
김 씨는 이어 김어준은 ‘가장 성공한 프로보커터’, 서민 단국대 교수는 2019년 이후 전형적인 프로보커터의 행보를 걷고 있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김 씨는 이외에도 가로세로 연구소(가세연)의 강용석 그리고 차명진, 윤서인 등을 ‘조잡한 우파 프로보커터’로 꼽았다. 
 
특히 프로보커터가 일반적 관종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받는 주목이 돈뿐만이 아니라 담론장의 권력으로 환원되기 때문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프로보커터의 피아 식별은 그들의 정치적 이념이나 신념과는 무관하다. 이성적이지 않다. 공론장에 논란과 소란을 일으켜 주목받고, 대중영합적 포퓰리스트와 주류 미디어와 주류권력에 대항하는 ‘레지스탕스’를 자칭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영악한 존재다.
 
프로보커터는 우리말로 도발자 또는 선동가 정도로 번역할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극단적 도발로 이익을 챙기는 ‘나쁜 관종’(남의 관심을 병적으로 갈구하는 사람)이란 뜻에 가깝다. 다시 말하지만, 이들은 우선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현안이나 특정 정치세력 등을 도발해 적으로 만든다. 이어 그들이 만든 적의 반대편에 선 이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 그 틈새를 이용, 이익을 챙긴다. 주목받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주목 경제 시대가 만든 신종직업 도발자다. 
 
인터넷 은어 중 ‘어그로’(aggro)라는 말이 있다. 대개 ‘어그로를 끈다’는 관용구로 사용된다. 도발, 약올리기의 뜻을 가졌다. 어그로를 끈다는 것은 부정적 이슈를 내세워 관심을 끈다는 뜻이다. 프로보커터의 단골 메뉴며 수법이다. 이런 사람들은 정치 이야기를 하지만 정치 평론가로 불리지 않고, 언론을 표방하지만 언론인으로 불리지 않는다. 이들은 어떤 신념이나 가치를 설파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아무런 내용 없이 ‘어그로’를 끄는 것만으로 커리어를 쌓아간다. 공론장의 쓰레기다. 프로보커터의 도발적 발언은 순간 사이다처럼 시원할 순 있지만, 따지고 보면 선동과 음모론의 비빔밥에 불과하다. 이들은 공론장을 흔들어 긍정적 여론형성을 방해하고 오히려 진영 논리만을 강화할 뿐이다. 
 
저자 김내훈은 이 책에서 진중권, 김어준, 서민 등을 대한민국의 대표적 프로보커터로 지칭하며 이들의 행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순간 나주의 SNS가 생각나는 것은 괜한 노파심일까. 김내훈이 책에서 정의한 프로보커터 정도는 아니지만 이에 버금가는 ‘정치적 관종’이, ‘조잡한 프로보커터’가 나주의 SNS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지 않은지 뒤돌아볼 일이다. 지역민이 앞장서 프로보커터의 폐해를 인식하고 지역 공론장 오염을 경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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