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때의 독립운동 정신으로 무장하지 않고는 하기 어렵다는, 철저한 자기희생이 담보돼야 한다는 풀뿌리지역신문. 제반 환경이 그 정도로 열악하다는 다른 표현으로 풀뿌리지역신문의 현실을 바로 말해주고 있다. 

 

그 세월이 20년이다. 지역사회의 내로라하는 풀뿌리신문들이 경영난으로 신문을 발행하지 못하고 인터넷신문으로 전환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격주간이나마 유일하게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20주년 창간사를 쓸 수 있음은 지난 20년 동안 쉼 없이 격려를 보내주신 지역민과 나주투데이 독자들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다. 

 

창간사를 쓸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그해 여름의 찌는듯한 무더위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 에어컨 없는 숨이 컥컥 막히는 사무실에서 선풍기 두 대에 의지해 소식지를 거쳐 창간호(2001.7.19.)를 발행했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한 최소한의 자금을 종잣돈 삼아 시작한 신문이라 에어컨은 언감생심이었다. 컴퓨터부터 사무용품 하나하나까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형편에서 에어컨은 다른 세상의 사치품이었다. 한 푼이라도 창간에 보태겠다는 일념뿐이었다. 경비를 줄이기 위해 기자들 점심은 매일 집에서 준비해 사무실로 날랐다. 나주투데이 창간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나간 20년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나주투데이와 인연을 맺었던 이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 지역 언론은 ‘직필은 사람이 죽이고 곡필은 하늘이 죽인다’는 언론인들에게는 지극히 상식적인 격언조차 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론마저 다른 분야에서처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었다. 이때 우리는 운명처럼 만났다. 

 

한 사람 한 사람 창간 멤버들을 불러본다. 일찍이 고인이 된 민달수 사장님, 김민주, 이재태, 신광재, 김준 기자, 그리고 김성희 총무. 그해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나주투데이 초석을 다진 사람들이다. 신문다운 지역신문을 창간해 상식이 통하는 나주를 만들자는 ‘어리석은 꿈’의 동반자들이었다.

 

지역민들의 십시일반도 줄을 이었다. 신문 띠지 인쇄용 프린터(지금도 사용 중)를 기증한 사람부터, 창간에 보태라고 금일봉을 전해준 선후배, 꼬깃꼬깃 만 원권 몇 장을 들고 사무실을 찾은 지역주민, 쌀과 부식을 보내준 이웃 등 모두가 나주투데이 창간 주역이었다. 

 

특히 창간 축사를 해주기 위해 모든 일정 뒤로하고 불원천리(不遠千里)한 최인기 전 장관님도 오늘따라 그립다. 당시 나주시장의 노골적인 나주투데이 창간 폄하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의 최 장관 축사는 나주투데이에 큰 힘으로 작용 됐다.

 

이 외에도 여기에 실명을 다 거명할 수는 없지만 지난 20년 동안 많은 기자가 나주투데이를 거쳐 갔다. 한분 한분 나주투데이 역사이면서 소중한 자산이다.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쥐꼬리만 한 월급에도 개의치 않고 최선을 다해줬던 기자, 살림살이는 마누라에게 의지한 체 무보수로 일했던 기자 등 이들의 ‘고난의 행군’이 있었기에 창간 20년의 나주투데이가 오늘 존재하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하지 않은 사람 없어 모두가 보고 싶다. 오늘따라 이들과 함께 이루고자 했던 ‘어리석은 꿈’이 지금도 미완성인 체로 현재진행형이라는 아쉬움과 남아있는 자의 책임감과 부채의식에 눈시울이 뜨겁다. 나주투데이는 이들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다. 이들이 나주투데이 가족이었다는 것이 욕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나주투데이는 지난 20년을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중에서도 나주투데이의 ‘선택적 정의’에 회한(悔恨)이 서린다. 

 

나주투데이는 지난 20년 동안 특정인에 대한 선택적 정의로 지역사회 여러 정치인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다. 배기운, 최인기, 손금주 전 국회의원과 김대동, 임성훈 전 시장, 그리고 강인규 현 시장까지 나주투데이의 선택적 정의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들이다. 지극히 공정한 정의라고 자부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니 나주투데이 판단 오류였고 시행착오였다. 창간 20주년을 맞아 이분들에게 죄송하다는 것 말씀드린다. 

 

지난날 받은 정치적 상처가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상쇄되지는 않겠지만 나주투데이의 어쭙잖은 치기(稚氣)가 부른 무책임한 행위였음에 정중하게 이해를 구한다. 면죄부는 될 수가 없겠지만 당시 나주투데이의 선택적 정의가 이권개입이나 권력을 탐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었다는 것도 함께 말씀드리고 싶다. 당사자가 현역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기에 언제나 확인, 가능하다.

 

나주투데이 20년. 어느덧 훌쩍 커버린, 그만큼 어깨가 무거워진다. 무한책임도 느낀다. 나주투데이는 창간 20주년을 맞아 솔루션 저널리즘(해법저널리즘, Solutions Journalism)을 지향하겠다. 세상이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가를 얘기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가를 얘기하겠다. 병이 있으면 병을 고치려 하는 게 의사의 역할이고, 부정부패가 있으면 알리는 게 기자의 역할이다. 부정부패나 잘못된 사회 시스템을 바로잡는 것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잘못에 대한 통렬한 지적도 필요하지만, 고쳐 쓸 방법을 제시해야 세상이 바뀌기 시작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은 고발과 비판 대신 해법에 초점을 맞추는 저널리즘이다. 나주투데이는 부정과 부패, 부정의 한 권력은 응징하겠지만 보도형태를 문제 부각보다는 해법에 더 방점을 찍는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천해 명실상부한 풀뿌리지역신문으로 자리매김하겠다. 

 

나주투데이는 2019년 12월 23일 자 신문부터 지금까지 격주간으로 발행하고 있다. 풀뿌리지역신문의 영원한 숙제랄 수 있는 경영난 때문이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나주투데이다. 심기일전해 올 추석을 기점으로 매주 발행으로 정상화할 예정이다. 매주 발행은 절실하다. 절실함이 있으면 이루어진다. 

 

독립된 나라에서 독립운동하듯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주투데이 사람들이다. 앞으로도 이 삶은 유지될 것이다. 나주투데이 창간 20주년, 나주투데이는 지난 20년을 거울삼아 신들메를 다시 한번 고쳐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