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몽송마을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위치 (사진=정성균 기자)

조용하고 평온한 마을이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발칵 뒤집혔다. 나주시 동강면 옥정 1구 몽송마을 이야기다. 목포에 살던 김 모 씨를 비롯한 3명의 주민은 아름답고 아늑한 마을 풍광에 반해 이곳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굳히고 땅을 구입한 후 집을 지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이 마을 인근, 자신의 땅 바로 옆에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태양광발전소 바로 옆에 집을 짓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귀촌 생활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30가구 40여 명이 사는 몽송마을이 뒤숭숭한 것은 이 모 씨 등 6명의 발전사업자가 낸 개발행위허가를 나주시가 5월 24일 내 주었기 때문이다. 이 씨를 비롯한 6명은 6,600여 ㎡의 부지(약 2000평)에 594kwh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사업허가를 나주시에 신청하였다. 이에 나주시가 발전소 사업에 이어 개발행위 허가까지 내주자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하여 반대 운동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발전소 허가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에게 아무런 통보나 동의 절차도 없이 허가가 이루어졌다’며, 특히 ‘마을주민 단 한 사람의 동의만으로 발전소가 허가되었다“며 분노하고 있다. 주민들은 발전소 허가과정에서 주민설명회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전소 건립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나주시 도시과 관계자는 “허가과정에서 주민설명회 등은 필수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허가가 난 후 공사 진행 과정에서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됨으로 착공 전 주민설명회를 실시하여 공사방법, 시기 등을 주민과 협의 할 것을 조건으로 허가되었다”고 밝혔다.

이 마을 인근에 들어설 태양광발전소는 주거밀집지역으로부터 겨우 100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하게 된다. 나주시 도시계획조례상 최소 이격거리인 100m를 벗어나지만 마을과 가까워 마을 풍광을 해치는 등 주민들의 피해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나주시가 개발행위를 허가하는 과정에서 조례상 필수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하는 송 모 씨의 주택에 대해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송 씨의 부인이 이 주택에 전입신고가 되어있고, 마을 총회에도 참석하고 농사도 짓고 숙박 및 생활을 하는 등 마을 주민임이 분명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나주시는 이 주택이 전기, 수도 사용실적이 없는 등 사실상 농막으로 사용되고 있어 거주를 목적으로 한 주택이 아니므로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100m 이격거리를 충족하기 위해 부지를 2필지로 분할하여 허가를 받는 편법도 문제다. 발전사업자는 오 모씨 주택과의 이격거리가 100m 안에 이르자 필지를 분할하는 방식으로 허가를 신청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행위가 관련 조례에 위반되지는 않겠지만, 마을 인근에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규제하려는 조례의 목적으로 편법으로 우회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평화로운 마을에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서게 됨에 따라 이 마을로 정착하려는 귀촌·귀농인들이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 마을은 최근 전남도로부터 30억여 원에 이르는 개발사업이 검토되고 있어 외지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이다. 마을 주민들은 쇠락해가는 농촌 마을에 외지인이 찾아오기 시작해 모처럼 활기가 도는가 싶더니 웬 태양광발전소 때문에 마을이 또다시 황폐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마을에는 이번에 허가된 6건의 발전소 외에도 4건의 발전소 사업이 허가를 받아 개발행위 심의 중에 있다. 나주시는 4건의 개발행위신청이 요건에 맞지 않아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