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가운데 인공수분(受粉)을 하는 인부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임금에게 진상품으로 보내질 정도로 오랜 역사와 뛰어난 맛을 인정받는 나주를 대표하는 특산물 '나주배'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이 5월 중에 결정 난다.

나주시는 최근 '나주배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위한 '농업유산자문위원회 2차 현장 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3일 밝혔다.

2차 현장 평가 순항은 유산 지정을 결정 짓는 사실상 마지막 관문 절차라는 점에서 5월 중 최종 지정 발표를 앞두고 청신호가 되고 있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은 국가가 보전하고 전승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농업유산을 뜻한다. 100년 이상 농업·농촌지역 환경과 사회·풍습 등에 적응하며 형성시켜온 유·무형의 농업자원이 해당된다.

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농촌의 다원적 자원을 보존하고 이를 전승·활용하는데 필요한 자원조사와 관리계획 수립, 주민교육 프로그램 추진 등에 3년간 10억 원 규모의 국비를 지원받는다.

나주시는 반세기의 오랜 역사성을 가진 전통농업유산인 나주배의 가치 보존과 계승을 위해 지난해 6월 농림축산식품부에 '영산강 나주배 농업유산시스템'(공식명칭)의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신청했다.

본격적인 지정 절차 추진을 위해 지난해 7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등 5개 전문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민관 TF팀 구성, 농가·주민 간담회 개최 등을 통해 유산 지정의 당위성과 절차적 체계성 확보에 힘써왔다.

지난해 10월에는 1차 농업유산자문위원회 회의 발표 이후 2차 현장 평가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지정 전망을 밝게 했다.

마지막 절차인 '2차 현장 평가'는 지난달 26일 금천면 나주배박물관에서 열린 프레젠테이션(PPT) 발표에 이어 3대째 전통농법으로 배 농사를 지어온 금천면 원곡리 이병곤 농가 방문 등으로 진행됐다.

농가 현장을 찾은 심사위원단은 나주배 고유 농법 중 수리·저장 체계인 '암거배수'와 '반지하 저장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나주시는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와 호남읍지(1871년) 등 역사 문헌에 기록된 나주배 농업의 역사성과 지속성, 전통재배농법, 변천사, 배 농업 계승 노력, 생태적 보존 가치 등을 심사위원단에게 적극 어필했다.

나주지역의 근대화된 배 재배는 일제강점기인 191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인들이 금천면에 만삼길 품종 100그루 재배를 시작으로 신고, 금촌추 등 다양한 품종이 들어왔다.

1913년 송월동에 거주한 이동규씨는 대량 생산·판매를 목적으로 한 상업적 과수원을 처음으로 조성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100년이 넘은 근대화된 나주배 농업은 2010년 지식경제부가 '배산업 특구'로 지정할 만큼 질적·양적으로 성장했다.

나주지역 배산업 규모는 2192 농가 4만7952t 출하로 전국 생산량의 20%를 차지한다.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15건의 농업유산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가운데 이 중 전남은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 '구례 산수유농업', '담양 대나무밭', '보성 전통 차 농업시스템', '장흥 발효차 청태전' 등 가장 많은 5건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