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송기인)는 지난 18일 한국전쟁 전후 군인ㆍ경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사건 가운데 처음으로 `봉황면 철야뒷산 동박굴재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2월부터 유족과 마을주민 진술 등 여러 증언과 자료를 통해 사건의 가해자가 경찰이라는 것을 사실임을 확인했으며, 공권력에 의해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인 만큼 피해 회복을 위해 국가가 나설 것을 권고했다. 진실화해위는 결정문을 수정, 보완해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까지 진실위에 접수된 민간인 학살 관련 진실규명 신청 9609건 가운데 사실로 공식 확인된 첫 사례다. 진실위는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조처를 정부에 권고할 방침이며, 희생자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졌다.

▲ 지난 20일 철천리 위령비 앞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에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와 범국민위 관계자,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시민단체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진실화해위가 첫 결정을 내린 것은 환영하지만 동박굴재 사건처럼 진실규명을 기다리는 사건이 수천 건은 더 남아있으니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봉황면 철야뒷산 ‘동박굴재’ 사건은 1951년 2월 26일 새벽 4시~5시 사이에 봉황지서 소속 경찰들과 다도 국사봉 일대에 주둔해 있던 경찰 특공대(대장 공명) 20~30명 정도가 철천 1, 2구 수각(각동리), 등내, 유촌마을과 철천 3구 선동마을에 비슷한 시간에 들어와 메가폰으로 방송하였다.

“철야마을에 공비가 숨어들었으니, 남녀노소 불문하고 마을 앞에 모이라. 한 사람이라도 집안에 숨어있다 발각되면 그 자리에서 죽일 테니 5분 내로 나와라.”

“그때가 아마 1951년 2월 26일 새벽 4시나 됐었을 거다. 낮일이 힘들어 곤하게 자고 있는데, 개 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총소리가 들려 그리고 나서 마을 앞으로 모두 모이라는 방송을 듣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아내와 아들, 딸을 데리고 나왔어.”(김영태, 철야뒷산 생존자, 2001년 8월 인터뷰)

주민들을 만호정에 집합시킨 경찰은 그 가운데 30여 명을 인민군 점령기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색출하였다. 이들을 마을 뒷산인 동박굴재로 끌고 가 총살한 사건이다.

한편 지난 20일 철천리 위령비 앞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위령제에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와 범국민위 관계자,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