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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과 나주양민학살 - 봉황양민학살철야마을에 공비가 숨어 들었다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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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호] 승인 2007.04.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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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면 철천리는 면 소재지에서 남서쪽으로 약 2㎞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유촌과 등내, 수각마을이 맞붙어 있으며, 다시 동북쪽으로 옹굴재를 넘어가면 선동마을이 있다.

이들 마을의 뒤로는 봉황의 명산인 덕룡산이 있으며, 수각에서 덕룡산의 한치재를 넘으면 다도면 암정리가 나오며, 동박굴재를 넘으면 신동리에 이른다.

1951년 2월 26일 새벽 4시~5시 사이에 봉황지서 소속 경찰들과 다도 국사봉 일대에 주둔해 있던 경찰 특공대(대장 공명) 20~30명 정도가 철천 1, 2구 수각(각동리), 등내, 유촌마을과 철천 3구 선동마을에 비슷한 시간에 들어왔다.

마을에 들어온 경찰은 공포탄을 쏘면서 메가폰으로 방송하였다.

“철야마을에 공비가 숨어들었으니, 남녀노소 불문하고 마을 앞에 모이라. 한 사람이라도 집안에 숨어있다 발각되면 그 자리에서 죽일테니 5분 내로 나와라.”

“그때가 아마 1951년 2월 26일 새벽 4시나 됐었을 거다. 낮일이 힘들어 곤하게 자고 있는데, 개 짖는 소리가 들리더니, 총소리가 들려 그리고 나서 마을 앞으로 모두 모이라는 방송을 듣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아내와 아들, 딸을 데리고 나왔어.”(김영태, 철야뒷산 생존자, 2001년 8월 인터뷰)

집에 있다 발각되면 죽인다는 소리에 놀라 주민들은 잠결에 옷을 대충 챙겨 입고 마을 앞으로 모였다. 주민들을 마을 앞 논으로 집결시킨 경찰도 김영태, 김영희, 양호방, 이병윤, 양창호 등 젊은 사람 10여 명을 앞으로 불러냈다. 집이 외진 곳에 있어 마을 앞에 늦게 도착한 강상원도 마을 청년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경찰 옆에는 젊은이가 묶인 채 몸을 웅크리고 한쪽에 앉아 있었다. 이틀 전 송현 마을에서 끌려온 이들은 봉황지서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 끌려 왔다.

며칠 전 봉황지서에서 송현리 인근으로 토벌작전을 나갔는데, 빨치산과 교전 중에 총 한 자루를 뺏겼다. 이에 화가 난 봉황지서는 주민들에게 책임을 물어 동네 청년 3명을 지서로 끌고와 감금시켰다.

“마을 앞에 가니까 이미 이름을 불렀는지, 아니 이름을 부른 게 아니라 봐서 젊고 활동하겠다 싶은 사람을 골라낸 것 같아. 논에 모두 앉혀 놓고 한쪽에다 마을 사람 10여 명을 세워 놓았는데, 성일이 아버지가 나더러 ‘너 뭐하러 오느냐. 우리 오늘 죽일 것 같아’ 그러는 거야. 그 사람 예감이라는 게 있나 봐. 그 말을 들으니까 도망을 가고 싶어졌다. 그런데 사방이 벌판이라 어디 숨을 데도 없고 옆을 보니까 송현리 두리봉 마을에서 몇 사람 데려 왔어. 촌명이 두루봉인가 두리봉인가 그렇게 이야기를 해. 나중에 들으니까 거기 들러서 데리고 왔다고 그래. 별도로 앉혀 놓았다가 우리 마을 사람과 합류했어.”(강상원, 화장실에 숨어 살아남음)

“아침밥도 못 먹고 나왔어. 집에 있다 발각되면 죽인다 하니까 무서워서 나갔는데 남자들만 뽑더라고. 논에 모아 놓았는데 명단도 없이 잡아 죽인 거야. 근데 명단이 있으니까 잡아서 데려간 것이지. 누구누구 이름은 다 알아.”(안요례, 희생자 안창호 부인)

경찰은 선동마을 주민 10여 명과 송현리 청년 3명을 데리고 등내를 넘어 만호정으로 향했다. 이들이 만호정 앞에 도착했을 때 어둠이 거치고 사람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만호정 앞에는 이미 십여 명의 주민들이 나와 있었고 경찰들이 집집마다 돌며 주민들을 마을 앞으로 끌어냈다. 약 200여 명의 주민들이 만호정에 집결하자 경찰은 미리 가져온 명단을 보고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불려 나온 주민이 조금이라도 불평을 하거나 반항을 하면 경찰은 가차없이 발과 주먹으로 폭행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거동이 불편했던 서정수씨(당시55세)가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로 봉변을 당했다.

몸이 불편했던 서씨가 늦게 일어나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특공대장 공명이 서씨의 담뱃대를 빼앗아 대통으로 그의 이마를 2~3회 내리쳤다. 피가 온 면상을 덮치자 둘째 며느리가 만삭의 몸으로 뛰어나와 소리 질렀다.

“우리 시아버지가 무슨 죄가 있다고 무자비한 행동을 하느냐. 차라리 나를 죽여라!”

둘째 며느리가 이를 악물고 대들자 공명은 가지고 있던 총 개머리판으로 아녀자의 가슴팍을 내리쳐 서씨의 둘째 며느리가 정신을 잃었다.

“경찰이 본때를 보여준다는 명분으로 색출된 60여 명 가운데 노인과 부녀자들을 발길질하고 총대로 윽박질렀다. 철천 2구 서정수씨는 공명에게 담뱃대로 이마를 맞아 선지피가 온 면상에 덮쳐 차마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를 지켜보던 서씨의 둘째 자부가 만삭으로 뛰쳐나와 항의하자 공명이 개머리판으로 가슴팍을 내려쳤다.”(서상국 당시 초등학교5학년)

“경찰이 들어와서 만호정에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경찰이 노인을 막 패니까 며느리가 ‘우리 시 아부지는 죄가 없으니까 나를 때리쇼.’라고 대들었어. 모인 사람들 가운데 몇 사람들을 가려내고 나머지 사람들은 산으로 일 시킨다고 데리고 가더니만 바로 총소리가 들려. 시 아부지하고 며느리가 이날 같이 죽었어.”(정창완 당시 29세, 1996년 나주신문 인터뷰)

“여러 사람이 앞에 불려 나와 죽창으로 두들겨 맞기도 하고 주먹질, 발길질을 당하는데 차마 두 눈으로 볼 수 없어.”(김영태, 동박굴재 생존자)

“아침에 경찰들이 마을을 포위해 마을 앞 만호정으로 나오라고 해서 나왔는데, 거기서 경찰들이 명단을 보고 막 불러댔지. 죽일 사람을…. 그리고 데리고 가서 그날 죽여 버렸어. 우리끼리는 설마 죽일라디야 했어. 죽일 거라는 생각을 안 했어. 만호정 앞에서 한 두 시간 연설을 듣고 나서 집에 가면 되는 줄 알았거든.”(정학균. 당시 12세, 유족회 총무)

부역자 명단 어떻게 작성되었나?

이날 경찰이 가져온 명단은 어떻게 작성됐을까? 철야마을 주민 가운데 누군가가 경찰에 불려가 고문을 당하는 과정에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마을사람들의 이름을 말한 일이 있었다.

“그때 누군가 지서에 잡혀 갔는데, 그래 철야사람이야. 잡혀가서 누구누구가 빨치산에게 부역했느냐고 때리니까 그냥 자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불었어. 그래서 그 명단을 적어 와서 불러내더라고. 그리고 동박굴재로 끌고 가 죽인 거야.”(이00, 당시 마을 주민)

“경찰에 자수한 사람들 가운데 몇몇이 ‘덕룡부대’라는 명단을 만들어 그 명단에 따라 사람들을 처치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 같아.  그들의 모략으로 마을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어.”(정승렬 당시 이장, 1996년 나주신문 인터뷰)

철야뒷산 사건이 발생하기 며칠 전 마을 주민 한 명이 봉황지서에 잡혀가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마을 주민의 이름을 막무가내로 내뱉었다. 그렇다면 고문을 통해 이 사람의 말만 믿고 철야마을 주민들을 학살했을까?

강제로 허위자백을 받아냈지만 이 진술이야말로 철야마을 주민들을 손볼 명분이 생긴 셈이다. 봉황지서와 공명이 이끄는 특공대는 이전부터 철야 주민들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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