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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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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호] 승인 2020.10.11  21: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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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추석 명절 전쯤이다. 배기운 전 의원과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신정훈 국회의원에 대한 신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신 의원에 대한 신뢰 결여(공적, 사적)가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여기저기서 계속 거론된다는 것은 그만큼 정치인으로서 신뢰상실이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날 점심 자리에서는 주요 당직자 인선과 관련한 신 의원의 독선적 행태가 화제였다. 특정 당직자 인선과 관련해 나주지역위원회 상임고문인 배 전 의원을 비롯한 당 원로들과 전혀 소통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의례적인 협의조차 구하지 않은 특정 당직 인선에 대해 신 의원의 신뢰 문제가 거론됐다. 신 의원으로서는 사소한 일로 괜한 트집을 잡는다고 치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고, 사소한 것이 쌓이고 쌓여 신 의원의 신뢰상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배 전 의원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지역위원회 상임고문에게는 통보식이라도 의견을 구하는 것이 도리요 순리였다는 것이 점심에 동석했던 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점심에는 배 전 의원 외에도 나주민주당의 핵심이랄 수 있는 두 사람이 더 있었지만, 이들도 신 의원의 ‘무대뽀’적인 일 처리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가타부타 특별한 의사표시는 없었지만, 신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두 사람에 대한 신상은 여기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 게 좋을 성싶다. 
 
신뢰는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덕목이다. 회사는 고객의 신뢰, 직원의 신뢰, 사회의 신뢰가 있어야 한다. 어느 한 신뢰가 무너지면 존립 기반이 흔들린다. 특히 정치는 신뢰가 생명이다. 그래서 정치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무신불립, 신뢰가 없다면 조직의 존립 기반이 무너진다는 논어의 한 구절이다. 사람에게 믿음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미덕은 신뢰라는 말이다. 
 
신뢰상실은 공사(公私) 불문하고 당사자에게는 ‘나비효과’를 일으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논어」에 보면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에게 정치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공자는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가지라고 대답했다. “첫째는 먹는 것, 즉 경제(足食). 둘째는 자위력, 즉 군대(足兵). 셋째는 백성들의 신뢰(民信之)”를 들었다. 공자가 말하는 경제, 국방, 신뢰는 현대 정치에서도 빠질 수 없는 조건이다. 자공이 다시 묻는다. “그중에서 부득이 하나를 뺀다면 어떤 것을 먼저 빼야 합니까?” 공자는 군대를 먼저 빼라고 한다. 자공이 재차 물었다. “또 하나를 부득이 뺀다면 어떤 것을 빼야 합니까?” 공자는 경제를 빼라고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죽어왔다. 그러나 백성들의 신뢰가 없으면 조직의 존립은 불가능하다. ” 2500여 년의 시공간을 초월한 21세기에도 변할 수 없는 금언(金言)이다.
 
인류 역사는 결국 죽음의 역사였다. 배가 고파서, 아파서,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전쟁 등 죽는 것은 인류의 당연한 문제였다. 그렇지만 한 조직이 마지막까지 존립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신뢰였다. 국가에 대한 백성들의 신뢰, 리더에 대한 조직원들의 신뢰는 마지막까지 그 조직이 존립할 수 있는 기반이었다. 위기는 신뢰상실에서부터 시작한다. 신뢰를 상실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정치인이 신뢰를 상실하면 정치 생명은 거기서 끝이다. 
 
신정훈은 학생운동과 농민운동을 밑천으로 도의원, 시장, 국회의원을 거치면서 자신이 뜻했던, 뜻하지 않았던 지역사회의 권력으로 부상했다. 무소불위였다. 신정훈은 정치하면서 지역에서 보수라 칭해지는 일부 지역민들의 건전한 비판을 수렴하기는커녕 자신에 대한 정당화의 근거로 삼았다. 저들이 비판하는 것은 내가 옳다는 것 아니냐는 식이었다. 특히 이념적으로 동질성을 갖는 진보성향의 인사들의 신정훈 비판마저 ‘보수 프레임에 놀아난다’고 일축했다. 신정훈만의 프레임에 도취했다. 여기에 신정훈을 ‘종교’로 만든 사람들까지 합세했다. 그들에게 신정훈은 조건 없이 춘향이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었다. 기고만장은 자연스레 신뢰상실로 이어졌다. 뒤늦게 사과는 했지만, 공산화훼단지 사건으로 중형을 선거 받고 시장직을 박탈당한 것도 모자라 그의 부인을 시장으로 출마시키는 만용을 부리기도 했다. 안하무인이었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미래의 권력은 거리에 있고, 거리에서 형성된다”고 했다.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거리에서 형성된 권력을 현실정치에 수용하고 실현해야 한다. 그런데 신정훈은 거리에서 형성된 권력을 가져다 실체화시켰다. 그리고 실체화시킨 권력을 자신이 소유하려 했다. 이런저런 여러 사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역민들의 신뢰를 상실하는 계기가 됐다. 386정치인으로 나주시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던 환상이 깨지기 시작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386 세대의 ‘애국가’였다. 그러나 신정훈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다 가지려 했다. 신정훈에게 ‘님을 위한 행진곡’은 결과적으로 정치수단이었는지 모른다. 그것도 모르고 신정훈을 무등 태워 도의원, 나주시장, 국회의원으로 뽑아줬다. 이제는 그에게서 신뢰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다른 것은 차치(且置)하더라도 지난 25년여 동안 이해타산(利害打算) 없이, 선악(善惡) 불문하고 그를 지지했던 사람이 그를 떠나고, 자신이 공천한 시의원 12명 중 상당수가 그에게 반기를 들고 있는 것만 봐도 정치인으로서 신정훈의 신뢰도를 가름할 수 있다. 
 
다시 한번, 논어에서는 개인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신뢰라고 강조한다. ‘인의무신, 부지기가야(人而無信, 不知基可也).’ 한 인간이 신뢰가 없다면 그 인간의 어떤 장점도 높이 평가할 수 없다. 신뢰가 없다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도, 지위도, 품격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신뢰가 없는데 신정훈의 그 어떤 장점도 신뢰상실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신뢰를 잃은 지도자는 설 곳이 없다. 지역민의 신뢰가 없으면 신정훈의 정치는 존립할 수 없다. 천년만년 대대손손 이어질 것 같았던 콘크리트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왜 갈수록 반 신정훈 정서가 저변을 확대하는지 자아비판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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