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부가 시의원 상대 고소, 나주시의회 사상 초유의 사태
지차남 의원의 ‘미화원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맞대응 차원

나주시가 인사업무 관련 공무원 명의로 9월 18일 나주시의회 지차남 의원을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해 시민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나주시는 이날 오후 8시 경 SNS를 통해 밝힌 입장문을 통해 “(지차남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 시민 앞에 철저하게 밝혀내는 것이 나주시의 당연한 도리이고, 또한 관련 공직자와 나주시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법적 대응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 부득이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나주시의 고소는 지차남 의원이 9월 4일 제227회 나주시 임시회에서 행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나주시 환경미화원 공채 과정 중 부실한 면접 논란과 점수 조작, 금품수수 등’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맞대응 차원에서 취해진 조치이다.

나주시는 고발에 앞선 9월 16일 부시장 및 총무국장 등 4명의 간부가 지차남 의원실을 예고 없이 방문했다. 지 의원에 따르면 “집행부는 지금 당장 공무원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으면 바로 법적인 조치를 시작하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이미 법적인 자문까지 마친 상태이고, 바로 실행한다고 한다 했다”고 밝혔다.

지 의원은 이를 두고 “더 이상 의혹이 확산 되는 것을 막기 위한 ‘협박’이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부시장 및 총무국장은 8월 18일 오전 나주투데이의 취재에 대해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에 대해 예의를 갖추기 위해 소통을 목적으로 방문한 것이지 ‘겁박’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 법적 조치 여부는 현재 내부 검토 중이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나주시는 나주투데이의 취재가 끝난 직후 광주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해 나주시 의회의 방문 목적이 ‘법적 조치를 취하기 전 최후통첩 성격’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나주시가 지 의원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충격과 함께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을 본연의 임무로 하는 시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나주시 미화원 채용 비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의정활동에 대해 나주시가 공무원을 명예훼손 했다는 이유를 들어 검찰에 고발한 나주시의회 역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집행부인 나주시가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회를 경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나주시민사랑회는 긴급논평을 통해 “이것은 명백하게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방해하려는 시도이며 시민의 대표기관인 시의회를 무력화하려는 행위이다.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통해 나주시 행정의 문제점을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주시는 위법, 명예훼손 운운하며 의원 개인에게 재갈을 물려 의회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비열한 행태를 서슴치 않고 있다”며 강력한 유감을 나타냈다. SNS상에서 누리꾼들 역시 “녹봉을 받는 공무원들이 견제하려는 시의원을 고소하며 시민의 머리 위에 군림하려 하나?”, “어이없다, 할 말이 없네”등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문제의 핵심은 지 의원이 법적으로 보장된 5분 발언을 통해 의혹을 제기한 내용이 관련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여부이다. 나주시는 이에 대해 고문 변호사의 자문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공익목적’의 경우에는 명예훼손에 대한 범죄 혐의가 성립되지 않아 실제로 처벌이 이루어질지는 미지수이다.

나주시가 시의원에 대한 처벌의 실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와 나주시의회의 반발을 무릅쓰고 무리수를 두는 배경에 대해 시민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강인규 시장과 신정훈 국회의원과의 정치적 대결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다. 또한, 나주시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시의원의 단순 의혹 제기에 대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주시가 의회 사상 최초로 나주시의원의 ’의혹 제기‘등 의정활동을 빌미로 고소를 제기함에 따라 나주시의회와 정면충돌 양상이 우려되고 있다. 당장 나주시의회는 고소 당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공무원들이 시의원을 방문하여 해명을 요구하는 일련의 행위는 시의원의 의무이자 고유 권한인 집행부를 비판하고 감시 및 견제의 기능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우리 나주시의회는 시의원의 고유 권한을 침해하고 있는 작금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나주시장은 재발방지대책을 강구하고 공식 사과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에 따라 나주시와 시의회의 정면충돌 양상은 나주시민에게 깊은 상처를 안겨줌과 동시에 현재 진행중인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청렴도 조사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