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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佛眼見佛矣)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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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4호] 승인 2020.06.22  00: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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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공자가 중국의 노(魯)나라를 중심으로 지은 역사책이《춘추(春秋)》다. 기원전 722년에서 기원전 481년까지 241년 동안의 사실을 엮었다. 이 시대는 주(周)나라 왕실이 쇠퇴해 “옳지 못한 설(設)과 포악한 행동이 행해지고, 신하가 임금을 죽이고, 자식이 아버지를 죽이는 등의 일이 벌어져 공자가 이런 세태를 두려워해 춘추를 지었다”고 맹자는 전한다. 선(善)을 권장하고 악(惡)에 ‘필주’(筆誅)를 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필주’란 역사를 쓰는 붓으로 악을 징벌함을 뜻한다. 그것을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고 이른다. 오늘날 언론은 그 옛날 사관(史官)처럼 하루하루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정의를 권장하고 악을 징벌하는 춘추필법을 규범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필수다. 이에 우리는 언론을 사회적 공기(公器)라 하고, 기자=언론인은 공익을 대표해서 존재하는 공복(公僕)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기자=언론인의 춘추필법은 기본적인 의무다. 이렇게 붓으로 부정의를 징벌하고자 하는 특정 언론의 지극히 당연한 일에 박수는 보내지 못할망정, 되레 부화뇌동해 딴지를 걸고 있는 ‘일부 세력’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춘추필법을 호주머니 깊숙한 곳에 처박은 그 많고 많은 기자=언론인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없으면서 나주 권력과 관련한 나주투데이의 일부 보도와 논평에 대해서는 딴지를 건다. 

나주투데이 6월 8일 자 ‘정치인이라면 염치(廉恥)를 몰(沒)하거나 파(破)하지 말라’는 칼럼에 대해 일부에서 “세상사 그럴 수 있지 않느냐”면서 나주투데이를 ‘인간적’이지 못한 언론으로 매도하는 ‘작전세력’이 있음에 할 말을 잃는다. 

지역민의 알권리가 인간적이라는 화려한 메이크업으로 치장한 야합으로 적절히 숨겨지고, 권력의 부정의와 비리가 인간적이라는 미명하에 촌지와 맞바꿔지는 지역 언론 현실에서 나주투데이는 인간적이기를 진즉 포기했다. 나주투데이의 일련의 보도·논평과 관련해 일부의 ‘심하다’는 표현은 나주투데이의 성역 없는 보도에 대한 ‘훈장’ 쯤으로 여기고 싶다.

‘인간적’, 우리가 살고있는 나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이 명사가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는, 피차 구린 구석을 서로 덮어주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는 이 말이 원칙과 인간적 유대가 공존하는 사전적 의미의 본뜻으로 돌아와야 한다.

시장과 국회의원 당선자 등 40명이 국회의원 당선인초청 당정협의회 뒤풀이 성격으로 시장업무추진비로 1인당 4만여 원에 가까운 술과 음식을 즐긴 것도 부족해, 40명이 다닥다닥 붙어 ‘생활 속 거리 두기’라는 정부방역방침을 어긴 것에 대해 사죄하라는 보도와 논평이 인간적이지 못하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법질서를 요구받는 것이 나주 권력의 양대산맥이랄 수 있는 시장과 국회의원이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집중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권력은 언제 어디서든 견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 비판을 유기하는 것은 언론의 직무유기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가끔은 원칙을 버리고 세상의 상식과 맞추는 것도 한편으론 삶의 지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이, 나주투데이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하더라도 지역사회와 지역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때로는 생각을 바꿔 그들의 추이에 맞추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수도 있다. ‘모든 국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리더를 가진다’는 레토릭(rhetoric)이 대한민국 정치의 민낯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현실에서, 일부의 나주투데이에 대한 비난은 이해도 간다. 더욱 그들의 생각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들의 잣대로 특정 언론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

<맹자>에 보면 이런 대화가 있다. 맹자의 제자 진대(陳代)가 어느 날 맹자에게 이런 의견을 내놓는다. “선생님, 지금 선생님은 너무 옳은 것만 추구하십니다. 옛말에 ‘한자(尺)를 구부려(枉) 여덟자(尋)를 편다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부디 세상을 탓하지 마시고 선생님의 조그만 절개를 구부려 세상을 구하십시오.”

‘왕척직심’(枉尺直尋)이라는 고사가 나오는 구절이다. 지금 나의 한 자(1尺) 되는 조그만 절개를 구부려 세상의 상식에 영합하여 여덟자(尋=8尺)를 펴는 큰 결과를 얻는다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대단히 효율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처세로 보인다.

맹자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우리에게 대쪽 같은 일갈의 교훈을 남긴다. ‘지사불망재구학(志士不忘在構壑) 용사불망상기원(勇士不忘喪基元)’. ‘뜻이 있는 선비는 자신이 어디서든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용기 있는 지사는 자신의 머리가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 즉 맹자는 ‘한자를 구부려 여덟 자를 편다’는 것은 그 “결론이 구차한 자기합리화에 지나지 않는다”며 명분 없이 세상을 사는 것에 대한 궤변적인 논리쯤으로 치부한다. 맹자의 올바른 가치관에 대한 냉철한 지적은 다름 아닌 기자=언론인이 새겨들어야 할 교훈이다.

현대 저널리즘의 창시자 퓰리처는 “신문에 보도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지금까지 고안된 모든 법률, 도덕, 법규보다도 더 많은 범죄와 부도덕한 행위, 못된 짓들을 예방한다”고 했다. 신문은 범죄예방 차원에서 단연 최고라는 말이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언론은 장악의 대상이었고 조정의 대상이었다.

혹자들은 나주 권력에 순응한 언론만 접하다 보니 이에 길들어져, 이들에 대한 나주투데이의 문제 제기에 대해 너무 비판만 일삼는다고 비난을 종종 한다는 것을 듣고 있다. 그러나 그 비난이 장악되지 않고 조정 당하지 않는 나주투데이에 대한 다른 말이라면 그 비난을 영광스럽게 받아들인다.

거의 속담의 경지에 이른 ‘누워서 침 뱉기’라는 말이 있다. 우리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 즉 치부를 스스로 드러내는 무모한 자학의 몸짓쯤으로 풀이하면 될듯싶다. 나를 포함해 언론인들에게는 필수의 작업이며, 피해서는 안 될 날마다의 통과의례가 아닌가 싶다. 아무리 자기 자신을 엄격하고 준엄한 잣대로 잰다 해도 남들의 평가보다는 관대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스스로의 치부를 스스로 찾아보는 ‘누워서 침 뱉기’는 언론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는 아무리 권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나주투데이는 자신도 모르게 권력에 장악되거나 조정되고 있지 않는지, 이권을 챙기고 주류에 편승하기 위해 몸을 팔고 있지는 않는지 오늘도 누워서 침을 뱉어본다.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佛眼見佛矣)고 했다. 부처의 눈으로 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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