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의 혁명", "삭힘의 미학", "발효가 탄생시킨 바다의 귀물"
사람들이 홍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강렬한 맛에 대한 절대적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홍어는 숙성을 통해서 맛을 얻는다. 홍어에는 그 어떤 생선도 따라올 수 없는 깊이가 있다.
사람들이 한번 맛들이고 나면 빠져 나오지를 못하고 다시 찾는 홍어. 「영산포 홍어축제」 부활을 계기로 영산포 숙성홍어의 진정성을 널리 알려 많은 이들을 지구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홍어의 오묘한 맛의 세계로 초대하기 위해 '홍어 이야기'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해산물이 풍부한 나라로 국민 모두가 수산물을 좋아하는데 전 국민 모두가 선호하는 어종이 있는가 하면 특정 지역에서만 선호하는 어종이 있는데 동일 어종이라도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크기가 다르다.

▲ 영산홍어주식회사 이사 강건희

홍어를 예로 들면 서울 경기지역은 5Kg이하 전북지역은 4Kg이하, 전남지역 중 영산강유역 지역은 5Kg 이상 기타 지역은 5Kg 전후의 크기를 대체적으로 선호하는데 지방에 따라  크기가 다른 것은 식습관과 요리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홍어는 영산강유역 외 지역은 미숙성으로 요리를 하는데 미숙성 상태에서는 홍어가 연골어류라 하더라도 큰 홍어는 뼈가 억세어 먹는데 불편함이 따르므로 작은 홍어를 선호하며 영산강유역 지역은 모든 요리를 숙성된 홍어로 하게 되는데 숙성홍어회는 개체크기가 작을 경우는 수율이 적게 나오고 가공하는데 불편함이 따라  가능하면 기피한다.

따라서 5Kg 이상의 홍어는 대부분 영산강 유역 지역에서 소비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영산강 유역지역 중 어느 곳이 숙성홍어의 발원지일까? 필자는 역사적인 자료들을 근거로 하여 볼 때 영산포가 숙성홍어의 발원지라고 확신한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일본이 1910년 국권을 침탈하기까지 국태민안과 풍어를 기원하기 위하여 봄, 가을 국가적으로 동해와 남해 서해 3곳의 해신당에서 제사를 봉행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동해신당은 강원도 양양, 남해신당은 전라남도 나주, 서해신당은 황해도 풍천에 두었다.

남해신당은 1895년에 영암군에 편입되어 현재는 마한 문화공원 내에 위치하고 2003년부터 봄, 가을로 해신제가 봉행 되어오고 있으며 2007 춘계제례는 3월20일 봉행되었다. 현재는 해신당중 남해신당만이 유일하게 남아 1986년 9월 29일 전라남도 기념물 제 97호로 지정되어 보호 관리되고 있다.

동해의 양양, 서해의 풍천은 바닷가 지역인데 어째서 남해는 바닷가가 아닌 내륙의 나주에 있었던 것일까? 그것은 나주에 영산포 라는 포구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영산포는 내륙 포구임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중기까지 전라남도 세곡을 수집하여 한양으로 보내는 “영산조창”이 있었을 만큼 남도물류의 중심지였다. 우리나라 수산고문헌 중 대표적인 책인 정약전 선생이 흑산도에 유배중(1800년~1816년)일 때 쓴 “자산어보”에 의하면 “나주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즐겨 썩힌 홍어를 먹는데 지방에 따라 기호가 다르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200년 전에 흑산도에 유배되어 있던 정약전 선생이 나주를 지칭하였다는 것은 흑산도의 수산물이 영산포라는 내륙포구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과 숙성홍어는 영산포와 연관이 되었다는 것을 지적하였다고 볼 수 있다.

1897년 10월 1일 목포의 개항과 1913년 목포~송정리간 철도의 개통으로 인한 육로기능 활성화로 1913년 목포와 영산포를 왕래하던 화물선의 영업이 종료되어 영산포의 물류기지 기능은 점점 축소되어 갔지만 소형어선들의 입출항은 1976년 영산강 하구의 방조제 축조로 영산강의 수운의 기능이 완전히 종료될 때가지 꾸준히 이어져 영산강유역 수산물 유통 내륙기지로써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상기의 역사적인 사실들과  현재도 영산포에  국내유일의 내륙 등대가 존재하고 선창과 홍어의 거리로 불리는 지역이 있다는 것은 숙성홍어의 발원지는 영산포다 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다음주에는 “숙성홍어는 남도차림상의 필수음식” 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