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찰대 일일보고서』‘나주편’에 문평면 일대 빨치산 토벌작전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1951년 2월 1일 문평면 동원리 일심마을에 침입했던 6명의 적을 발견한 경찰이 2명을 사살하고 칼 한 자루를 노획했다는 것을 시작으로 같은 날 120명의 적이 문평지서를 공격했다는 내용이 보고된다.

2월 4일에는 ‘100여 명의 빨갱이가 문평지서 관할구역인 대도마을에 침투했다는 보고를 받고 적을 사살하자 계로리 지역으로 도망을 갔다’, 6일에는 ‘방골마을에서 51명의 적을 사살하고 탄약과 극비문서 등을 노획했다’고 보고하였다.

이외에도 ‘방골마을에 주둔한 빨치산이 공격을 새롭게 시도한다’는 내용과 ‘200명의 적이 문평면 학교에 그들의 지휘부를 구축하고 나서 극동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내용을 입수하고 동막마을 뒷산에 있는 적을 공격하였다’라는 내용이 일일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문평면 산악지대에 대한 대대적인 토벌작전이 1951년 초 집중되고 있었다.

“대도리가 일명 38선이나 다름없었다. 대도리 인근에서 자주 전투가 일어났는데, 대도리를 경계로 그 위쪽 마을 집들은 경찰이 모두 불을 질렀다. 그래서 저녁이면 대도리 아랫마을 주민들이 지서에서 울타리를 막고 야경을 해야 했다. 낮에는 울력해서 말뚝을 박고 저녁이면 전기도 없는 곳에서 지서를 지켜야 했다. 안 지키면 경찰이 죽이니까.”(박인수, 78세, 쌍정마을)

문평면은 대도리를 경계로 방골, 극동리, 계로리 마을은 200~300미터 높이의 산들이 둘러싸여 있어 빨치산 주둔지로 안성맞춤이었다.

『한국경찰대 일일보고서』 2월 6일 보고에 따르면 이날 나주경찰서는 방골마을 야산에 주둔해 있는 빨치산 토벌작전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였다.

“나주소속 50명은 대략 15명의 적 패잔병이 문평면 방골마을에 침입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적들을 포위 공격함. 경찰은 51명의 적을 사살하고 탄약 470다스, 총 1자루, 수류탄 4개, 단도 1개, 많은 극비문서와 많은 양의 옷감을 노획하였다. 이 전투로 3명의 경찰이 부상당하였다.”(『한국경찰대 일일보고서』‘나주편’)

여기서 적 패잔병 15명이 문평명 방골마을에 침입했는데, 실제 사망한 적의 수는 51명이었다. 15명이 방골마을에 침입했는데, 51명이 사살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한 것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방골마을에 투입된 경찰이 마을 뒷산으로 도망한 주민까지 사살했기 때문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마을 앞산과 뒷산에 올라가면 밤나무가 많아 ‘밤골’마을로 불린 방골마을은 언제부터인가 ‘밤골’에서 ‘방골’로 마을이름이 바뀌었다. 한국전쟁 당시 50여 가구가 살았던 방골 마을은 명칭에서부터 산간벽촌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방골마을에 총 3차례에 걸쳐 경찰 토벌작전이 전개되었는데, 첫 번째 작전은 1950년 12월 19일(음력)이었다.

아침 8시경 함평과 노안방면에서 경찰이 방골 인근 야산에 주둔한 빨치산을 토벌하고 마을을 향해 총을 쏘고 들어왔다. 방골 주민들은 총소리에 놀라 마을 뒷산으로 도망을 쳤다.

이양순(80세, 여) 가족도 이날 질녀가 3살짜리 딸을 업고 남편과 함께 나산방면 산으로 몸을 피했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집에 남겠다면서 아들 식구 내외 등을 떠밀었다.

“우리는 나이가 많으니까 경찰이 죽이기야 하겠어. 살려면 빨리 도망을 쳐라”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를 남겨두고 산으로 피신했던 이양순씨는 걸음이 늦어 남편의 뒤를 빨리 따라갈 수 없었다. 남편과 거리가 점점 멀어지자 이씨는 산으로 도망치는 것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을에 들어온 경찰은 젊은 사람은 데리고 갔지만 여자와 노인들은 죽이지 않아 이씨는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산으로 몸을 피한 주민들을 끝까지 추격한 경찰은 잡히는 즉시 사살하였다. 마을에 들어온 경찰이 주민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살고 싶으면 중요한 물건만 가지고 나와라”

주민들이 옷가지 등을 가지고 집에서 나오자 곧바로 집과 창고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민들을 노안지서로 보냈다.

“이날 마을을 모두 불을 지르고 경찰이 주민들을 노안지서로 데려갔는데, 사람들이 많으니까 창고에 쑤셔 넣었어. 나흘 정도 노안지서 창고에서 있다가 노안 친척집으로 갔어.”(이양순, 80, 여, 방골마을)

이날 산으로 도망치다 경찰에게 잡혀 숨진 주민은 약 2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양순씨의 3살 먹은 딸을 비롯해 질녀 박혜순(당시 16세, 여)과 박상호 가족 5명(아들 박연출, 며느리 모길순, 손자 2명), 진병안씨를 비롯해 제수와 아기, 봉정댁 시아버지(45세 추정) 등 20여 명에 달한다.

경찰에 잡혀서 살아난 사람도 있었는데, 박태일씨 어머니로 총을 쏘자 죽은척해 살아났다. 박씨 어머니는 현재 부산에서 살고 있다. 

“경찰이 마을에 들어와서 불을 지르고 젊은 사람은 데려가고 늙은 사람은 나가라 했다. 이날 형님과 형수님, 그리고 애들 2명이 산으로 도망가다 잡혀서 죽었다. 나는 그때 어려서 집에 있어서 무사했다. 노안지서로 갔다가 며칠 뒤에 다시 아버지가 집으로 가서 대충 집을 짓고 살았는데, 1월 10일 또 경찰 작전이 들어와 아버지가 끌려가 산봉우리에서 죽었다.”(박상선, 당시 12세, 방골마을)

이날 3살짜리 딸을 잃은 이양순씨 남편은 무사했지만 노안지서로 여러 차례 불려가 심한 고문과 구타를 당했다고 한다.

이후 이씨는 아이가 생기지 않아 남편과 함께 살다 7년 전 남편이 숨져 방골마을에서 혼자 살고 있다.

옥당리 금옥마을 야경활동

1950년 10월 6일 나주를 수복한 나주경찰서는 나주지역에서 전봇대와 지서를 지키도록 마을 주민들을 뽑아내 야경활동을 시켰다.

나주를 수복한 이후에도 다도와 봉황, 문평 등 산악지대에서 지서에서는 대나무로 방책을 만들고 주민들로 하여금 방책 주위 경계근무를 서게 하였다.

경찰들은 자신들 숫자가 적다는 이유로 지서 안에 있고 주민들로 하여금 지서주위를 지키게 했다. 또 빨치산들이 전봇대 전깃줄을 끊어버리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에 마을마다 전봇대 등을 지키는 야경활동 또한 주민들의 몫이었다.

문평면 옥당리 1구 금옥마을에서도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저녁에 전봇대를 지키는 야경활동을 하던 어느 날 저녁. 금옥마을 앞에 서 있던 전신주가 모두 잘렸다.

전신주가 잘려나간 소식을 접한 문평지서 경찰들이 1950년 11월 20일 오후 3시경 금옥마을로 들어와 주민들을 지금의 유상각 부지에 모았다. 전신주를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주민들을 죽이려는 순간 다시초등학교 노지수 교장선생이 만류하고 나섰다.

경찰 가운데 제자가 한 명 있었던 것이다. 노 교장은 제자의 손을 잡고 부탁했다.

“우리 마을 사람은 죄가 없다. 죽이려면 대신 나를 죽여라”

노 교장의 설득으로 마을 사람들은 위기에서 모면했지만 이미 회관 뒤편으로 끌려간 마을주민 양성만씨와 통문마을 나승만씨는 총살당한 뒤였다.

지금도 금옥마을 주민들은 노지수 교장 선생이 없었다면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