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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 거침에 대하여》 홍세화(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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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8호] 승인 2020.03.29  20: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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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11년만의 신작, “나는 어떤 결의 사람인가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등으로 우리 시대에 뼈아프지만 명쾌한 질문을 던져왔던 진보 지식인의 홍세화 작가가 11년 만에 신작을 출간했다. 세상의 거친 결들이 파도를 치며, 이따금 주체할 수 없이 그 큰 결에 휩쓸려버릴 때에도 한결같이 중심을 지켜온 그의 사유들은 분열로 어지럽혀진 세상에 또 다시 중심을 잡을 나침반으로써 삶의 방향과 결을 되돌아보게 한다.

자유를 누리며 ‘나를 짓기’보다는 자기 형성의 자유를 내던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노예들 중 소수가 해방을 위해 용감하게 싸웠다면, 오늘날 ‘멋진 신세계’의 노예들은 대부분 ‘편한 노예’로 살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이런 세상 속에서 홍세화 작가의 글은 인문학적 시선과 사회비판적 시선을 가로지른다.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때론 거칠게 역린하며 촌철살인을 내던진다.

   
 
사람도, 인간관계도, 사회도 모두 섬세하거나 온유하지 못하고 거친 결을 가지고 있다. 환대와 배려, 겸손을 품은 사람이 약자가 되는, 이 정제되지 못한 사회에서 우리는 둥글어지기보다는 뾰족하고, 거칠어져야만 ‘편하게’살 수 있게 됐다. 과거에 비하면 분명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신자유주의라는 구조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새에 억압된 삶을 살고 있다.

책은 총 4부로 되어 있다. 1부 ‘자유, 자유인’에서는 권력과 물질이 승리를 구가하는 시대에 나를 짓고, 자유인으로 남기 위해 세속 사회에서 패배자가 될 것을 사유한다. 모두가 장교가 되고 싶어 하는 사회에서 사병으로 남아 조금 더 정의로운 세상, 조금 더 자유가 약동하는 사회를 꿈꿀 것을 강조한다.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외로움과 불안을 대가로 치러야 하지만, 자기 내면을 탄탄히 쌓고 절제할 줄 아는 사람일수록 이를 잘 이겨낼 수 있다.

2부 ‘회의하는 자아’에서는 모두가 완성된 존재처럼 살아가는 사회에서,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존재로 나를 짓기 위해 남과 나를 비교하는 대신, 회의하는 자아가 될 것을 성찰한다. 나를 짓는 자유를 누리는 자유인은 고결함을 지향한다. 여기서 고결함은, 남과 경쟁하여 승리한 자의 몫이 아니라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의 산물이다. 좀 더 정확한 진리에 다가서고 편견과 오류를 멀리하도록 나의 사유세계를 반성적으로 들여다볼 것을 권한다.

3부 ‘존재와 의식 사이의 함정들’에서는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의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끊임없이 되물을 것을 사색한다. 우리가 안고 있는 계급, 분단, 지역, 젠더, 생태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다. 그러나 각자가 자기만의 래디컬을 주장하게 되면 결국 모두 극단주의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회의하는 자아가 되어 나 자신도 타인에게 설득될 수 있다는 조건 아래 내 가족과 이웃과 동료를 설득하자고 말한다.

4부 ‘난민, 은행장 되다’에서는 돈이 없으면 죄가 되는 것을 넘어 죄를 짓도록 이끄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 주위의 무관심과 냉대 속 이웃과 난민에 대해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이 소박하게 살지언정 사회적 연대가 살아 있는 사회, 최소한의 인간 존엄성만큼은 지켜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보장해줄 수 있는 방법은 시민들 스스로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올바른 정치참여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불의를 외면해야 편하고 안락한 삶을 누리며 ‘인간다움’을 포기한 채 거칠어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세상에 작가는 말한다. 한국 사회라는 산(山)에서 내려와 ‘조금 더 낮게’걸으며 지배와 복종에 맞서는 자유인으로, ‘조금 더 낫게’패배하는 자유인이 되어 보자고. 이 책은 그런 안간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령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이들이 극소수일지라도 함께 연대해 그 길을 한번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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