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松石盆의 궁궁이를 베고(朝起 割松石盆藭藭草)
昨霧西林宿未晞 어제 서쪽 수풀에 안개 깔리더니 아직 개지 않았고
起來堆枕啓前扉 일어나서 배개 쌓고 앞 사립을 열었네
松盆手割藭藭草 송석분의 궁궁이를 직접베는데
瓜甲淸香滿袖歸 손톱에 묻은 향기 소매 가득 돌아오네

이 시는 50세 때에 지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1617년 4월에 지은 객사중건 시 아래에 기록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객사중건의 시는 좀 자세히 분석하여 알려드리겠습니다. 시를 쓴 시기도 4월 정도가 아니겠는가 합니다.

저녁에 잠자리에 들 때 깔린 안개는 아침이 되었는데도 걷치지 않고 자욱하고 궁궁이를 벤다는 데서 시절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송석분의 궁궁이 궁금하십니까 ? 궁궁이는 일명 천궁입니다.

미나리과의 다년초로 중국이 원산인 약용식물입니다. 줄기 높이는 30~60㎝이며 한방에서 뿌리를 약재로 쓰는데 피를 맑게 하고 부인병에 쓰인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고 송석분의 궁궁이를 베니 그 진액의 향기가 손에 묻어 소매가득 돌아온다 참 멋지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직접 느껴서(卽事)
宿雲微出大谷洞 묵은 구름이 살며시 대곡동을 나서서
散入城西度廣橋 성의 서쪽으로 흩어져 들어가 광교를 지나네
隱映參差如何畵 살짝 비친 올망졸망한 풍경을 어떻게 그릴까
龍眠應費幾蛟綃 용이 잠을 자면 많은 비단이 필요하리라

이 시도 바로 위 시와 마찬가지로 1617년에 지은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 시에서는 두 개의 지명이 나오는데 짐작하셨죠 대곡동, 대곡동은 다보사 골짜기와 오도재 골짜기에서 내려오는 물이 합쳐지는 큰 못이 운영지요 운영지(雲影池) 바로 아래의 큰 계곡을 대곡동이라고 한답니다.

지금은 한수제 저수지 속에 있지만 또 하나 광교는 영산강의 본류로서 8개의 물줄기가 만나는 광탄에 놓여있던 나무다리를 가르키는 것이 아닌지 합니다. 좀더 자세한 설명을 붙이면 댇고동 물이 성의 서수구로 유입되어 동수구로 빠져나가 영산강의 본류와 만나는 데 그곳이 바로 광탄이라고 했습니다.

완사계에서 밤에 읊다.(浣紗溪 夜吟)
閑隨情伴浣紗行 한가하게 정겨운 친구 따라 완사계를 가니
角起孤城夜二更 뿔피리 이는 외로은 성에 밤 2경이로다.
川上仰看雲裡月 물가에서 구름 속의 달을 올려다보니
一從虧蔽亂昏明 이지러지건 가려지건 어지러이 어둡다 밝아지네

▲ 나주천

이 시는 대곡동 아래로 흐르는 현재의 나주천을 이 때에는 완사계라 불렀습니다. 친구와 함께 요즘말로 하면 산책을 나가셨는가 보죠 좀더 수준있게 하면 달구경을 가셨다고나 할까 요

아무튼 친구와 함께 완사계를 걸다보니 2경인데 물가에 비친달을 보고 하늘의 달을 보니 달은 구름속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십니까 ?

경치를 보고(卽景)
東風吹入錦城花 봄바람이 금성의 꽃에 불어 들어와
粧點東西二部家 동부와 서부의 집들을 단장하네
民戶況如豪俠窟 민호의 상황이 협객의 굴과 같으니
一邊是哭一邊歌 한편으로 울고 한편으론 노래하네

봄바람이 나주에 불었나 봅니다. 새봄을 맞아 지난 겨울의 묵은 때를 벗겨내는 작업이 한창인데 백성들이 사는 집을 보니 꼭 굴같으니 이걸보고 울어야 할지 웃어야할지 모르는 성황인 것 같습니다.

이시에서 동부와 서부란 명칭은 조선시대 나주목의 읍성을 중심으로 서쪽과 동쪽을 나눈 것입니다. 1789년 『호구총수』란 책의 내용을 보면 서부면은 24개리로 753호 2,436명(남 1,169 여 1,276)이 살았으며 지금의 지역으로 보면 금계동, 교동, 송현동, 보산동 등이며, 동부면은 16개리 608호 2,226명(남982, 여 1,244)이며 토계리, 남산동 등 입니다.

다시면 광주식당의 웅어회가 개시되었다고 합니다. 겸재 정선선생이 양천현령으로 재임할 때 인 1740년 한강의 경치를 그렸는데(京外名勝帖) 지금의 마포 부근의 그림에서 많은 배가 떠있고 사람들이 물고기를 나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이 장면이 웅어를 잡아 돌아오고 하는 어수선한 장면을 그린 것 입니다. 광주식당 아짐의 인심이 그립습니다. 웅어회의 맛도 보시고 오는 봄을 잡으러 나가시겠습니까 ? 

김종순 문화재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