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끝물…헤드헌팅 물올랐다」

어느 신문의 엉터리 제목이다. 제법 우리말에 신경을 쓰는지라 칭찬받던 신문인데, 항상 잘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헤드헌팅’이라는 외래어를 탓하는 게 아니다. 문제는 바로 ‘끝물’.

이 제목은 ‘끝물’의 ‘물’과 ‘물올랐다’의 ‘물’로 편집자가 제법 운을 잘 맞춘 것처럼 보이지만, 말뜻을 제대로 몰라 그만 허방에 빠지고 말았다. ‘끝물’은 ‘과일, 푸성귀, 해산물 따위에서 그해의 맨 나중에 나는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끝물 참외’나 ‘끝물 미역’이라면 모르겠지만, 흔히들 쓰는 ‘끝물 단풍’이니 ‘끝물 피서’니 하는 것은 죄다 틀린 표현인 셈이다. ‘자연에서 나는 생산물’이 아닌 ‘공(개) 채(용)’을 두고 ‘끝물’ 운운하는 게 엉터리라는 건 이런 까닭이다.

끝물과 비슷한 말로는 ‘막물’이 있고, 반의어로는 ‘맏물’이 있다. 물론 ‘맏물’은 ‘그해 들어 제일 먼저 거두어들인 푸성귀, 과일, 곡식, 해산물 따위’를 가리킨다. 그런데 ‘맏물’ 대신 ‘첫물’을 쓰면 ‘큰일’ 난다. 북한에서만 인정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비슷하게 잘못 쓰는 말로는 ‘흉물(凶物․兇物)’이 있다. 보통 신문이나 방송들은 ‘짓다 만 건물이 도시의 흉물로 남아 있다’고 하거나 ‘접속도로가 완공되자 않아 건설된 뒤 2년 동안이나 다리가 흉물로 방치돼 있다’는 식으로 쓴다.

하지만 ‘흉물’은 ‘성질이 음흉한 사람’이나 ‘모양이 흉하게 생긴 사람․동물’을 가리키므로 가려 써야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 아닌 것에 꼭 ‘흉물’이라 말을 붙이고 싶으면 ‘-스럽다’를 덧붙여 ‘흉물스럽다’ 정도로 써야 한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