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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의 온도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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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3호] 승인 2020.01.19  14:3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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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도가 낮은 골목은
주변보다 온도가 높다
골목에 들어서면
내복을 입은 것처럼 따뜻해지는 이유

골목을 보호하기 위해
갈비뼈처럼 가슴을 맞댄 대문들
생의 갈비뼈 사이사이 골목이 숨어있다
갈비뼈의 본능은 보호해야한다는 절대순종의 의지
그 아늑한 골목에 쭈그려 앉아 골목을 쬔다

골목을 안마하듯 살피는 상현달
어릴 적 무엇이든 따라하던 옆집언니처럼 웃는데
습관처럼 낡은 가로등의 입초리가 올라간다
웃음이 대문 틈새로 스며들면
대문들의 귓바퀴가 웃음의 진원지를 수집한다

초저녁 달빛이 골목을 안아 올리면
은목서 향기는 가로등불빛을 타고 떠도는데
아득한 무엇을 그리며 빙그르르 도는 골목
회전무대처럼 누구라도 주인공이 되는 시간
‘나 좀 봐줘’목마르게 외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는 지체다

실금이 간 시멘트 담장 아래
누렇게 뜬 바랭이 틈새로 개망초
늦은 꽃망울을 밀어 올린다
그때 바랭이가 슬쩍 어깨를 좁히는 걸
건들바람이 언뜻 바라보는 골목의 저녁참

광장 같은 삼두박근 하나 차지하지 못하고
속살까지 환히 비추이는 근막 한 겹으로
서로의 온기를 쬐며
자의든 타의든 비워낸 그 무엇
빼앗겼다고 억울한 그 무엇이
실은 중력을 덜어낸 공空이었을까
가벼워진 것들에게서는 날개가 돋는 법
이슥한 밤이면 골목은 달빛을 물고 날아오른다

아무도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있는 비밀을 공유한
골목은 마이너들의 안락한 거처
꽁초만 남은 탄식도 솜이불처럼 포근해진다
들여다보면 내 집처럼 내다보이는 마당들
한 이불 덮은 식구들 같다
생일날이나 제삿날 아침은 대나무평상에 둘러앉아
골목은 한식구가 된다

관심은 늘 온대성이다
온화한 기온 덕분에
골목의 대문마다 관심의 넝쿨이 자라고
넝쿨마다 귀가 열리고 눈이 달린다
손바닥처럼 작아 손금처럼 환한
골목에서는 경계의 가시가 사라진다
그곳에서는 쌀강아지도 공동소유
넝쿨넝쿨 넝쿨이 강아지 꼬리처럼 흔들린다

넝쿨의 길이만큼
담장 위로 마음이 넘나들고
마음의 기울기만큼
골목의 온도가 올라간다

관심은 엿보는 게 아니라 살피는 것이라고
참새가 참새의 깃털을 살피는 저물녘
참새의 부리 같은 아기넝쿨이
아장아장 한 걸음씩 걸음마를 시작한다

누군가 그윽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갈비뼈 사이사이 작고 후미진 
우리 모두의 가슴뼈로 향하는
그 따뜻한 골목 가을햇살이
한기에 떠는 낙엽을 호호 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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