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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만든 세계》 마틴 푸크너(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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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9호] 승인 2019.11.24  23:2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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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년에 걸쳐 인류가 써내려간 놀라운 이야기들을 만난다"

문학이 사라진 세계를 상상해보라. 서점과 도서관이 텅텅 비고, 비행기 안에서는 무료해 질 것이다. 아마존도 사라지고, 잠이 오지 않는 밤을 함께할 친구도 사라진다. 이런 표면적 변화를 넘어 좀 더 근본적 변화도 있을 수 있다. 철학사상과 정치사상도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며, 우리가 역사를 통해 과거를 보는 방식도 변했을 것이다.

《글이 만든 세계》는 4000년에 걸친 문학사에 바치는 헌사 같은 책이다. 알렉산드로스의 머리맡에 놓인 책부터 부처와 공자, 예수의 책, 천일야화와 돈키호테, 해리 포터까지 고전 혹은 근본 텍스트라 부르는 16개의 책을 골라 이들이 바꾼 세상에 대해 들려준다.

   
 
하버드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인 마틴 푸크너의 획기적인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를 만드는 데에 이야기와 글이 했던 강력한 역할을 보여주기 위해서 시공을 가로질러 우리를 놀라운 여정으로 이끈다. 그는 문자가 아니라 문자를 통해서 기록된 이야기들의 힘에 주목하여 세계가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은 단순한 문학의 역사가 아니라, 〈성서〉, 〈논어〉, 〈금강경〉, 소크라테스와의 대화, 면죄부 판매에 대한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등 세계를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텍스트와 그것을 둘러싼 영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또한〈길가메시 서사시〉, 〈일리아스〉, 〈겐지 이야기〉, 〈천일야화〉 등 세계사에 자취를 남긴 위대한 작품들을 통해서 인류가 생산해온 이야기의 힘을 보여준다.

문학은 스토리텔링과 글쓰기가 교차하면서 비로소 탄생했다. 글쓰기가 등장하기 전에 스토리텔링은 구전 문화로 존재했다. 일단 둘이 연결되자 문학은 새로운 세력이 됐다. 문학의 역사는 이 순간 시작됐고, 이 발명은 뜻밖의 부수적 효과를 낳았다. 학생들이 읽던 사어(死語)들은 성스러운 경전으로 선포되어 경쟁과 전쟁을 낳았다.

저자는 문학사를 네 단계로 구분한다. 1단계는 소수의 서기집단이 이야기꾼에게 취합한 텍스트인 '길가메시 서사시', '히브리 성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등이 지배한 시기다. 2단계는 예수, 소크라테스 부처 등의 카리스마적인 교사들이 사제와 서기를 공개적으로 규탄하며 만들어낸 생생한 텍스트들이다. 3단계는 일본의 무라사키 부인, 스페인의 세르반테스 같은 대담한 작가들이 창조한 소설의 등장이다. 마지막으로 인쇄술이 발달하며 벤저민 프랭클린 자서전, 공산당 선언 같은 텍스트가 대량생산되며 대중 문자해독의 시대를 열었다.

저자는 문학사를 돌아보기 위해 베이루트와 베이징, 자이푸르와 북극권으로 갔다. 문학이 파묻히거나 불탄 곳들, 소생한 곳으로 갔다. 첫 여행지는 기원전 336년 마케도니아. 그리스 소왕국 출신인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위업에는 질문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왜 아시아를 정복하려 했는가. 그는 머리맡에 세 가지 물건을 늘 뒀다. 암살을 피하기 위한 단검과, 페르시아 황제 다리우스에게 빼앗은 상자와 책 '일리아스'다.

마틴 푸크너 교수는 알렉산드로스의 머리맡에 있던 책부터 책과 글의 영향력과 확장성을 다시금 확인하게 만든 해리 포터 시리즈까지, 인류 문명을 이끌고 뒤집으며 함께해온 텍스트를 줄기로, 말을 글로 남기고 글을 인쇄하여 널리 전파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온갖 이야기를 펼쳐낸다.

우리가 어떻게 글을 읽게 되었는지, 그런 우리가 글에서 무엇을 읽어냈는지, 더불어 어떤 글을 창조하고 선택하고 파괴하고 발굴했는지를 살펴보고는, 오늘의 글과 세계가 마주한 현실을 확인하고 곧 마주할 미래를 전망하는 데 이른다. 푸크너는 유쾌한 글 솜씨를 통해 글쓰기와 인쇄, 그리고 이야기 자체가 얼마나 위대한 발명품인지 설득한다. 부인할 수 없었다. 우리는 글이 만든 세계에 살고 있었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문학은 애서가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4000년 전 등장한 이래로 그것은 지구라는 행성의 대다수 인류의 삶을 빚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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