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이철웅칼럼
강인규 시장, 자치단체장으로서 최소한의 예(禮)가 필요하다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767호] 승인 2019.11.04  06:44:0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이철웅 국장
우리나라 속담 중에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듣지 말라'는 명언이 있다. 그런데 공인(公人), 사인(私人) 불문하고 인간들은 어찌된 일인지 가지 말라고 하는 길을 굳이 가려고 하고, 말이 아닌 말을 기어이 들으려고 한다. 이래서 인간사 말썽이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까. 공자도 위의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교훈을 남겼다. 공자가 그의 수제자인 안연(顔淵)과 나눈 대화록에 이런 대목이 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非禮勿視),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非禮勿聽),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非禮勿言),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라(非禮勿動)”고 말한다. 여기서 ‘예’(禮)는 인간의 도덕성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와 목표로 제시되고 있으며, '사람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나 규범‘을 뜻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자식은 자식의 예가, 부모는 부모의 예가, 공직자는 공직자의 예가, 자치단체장은 자치단체장의 예가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지위, 그리고 위치에 따라 지키고 갖추어야할 예가 있다. 서로 간에 이런 예들이 불문율처럼 지켜지면서 공동체가 지탱되고 사회발전이 이루어진다. 예의 지킴에는 지위고하가 따로 없겠지만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인사들의 예는 더욱더 중요하다. 특히 지역사회 권력 서열 1위라고 칭해지는 자치단체장의 예는 지역민들의 모범이 되어야한다는 것은 상식중의 상식이다. 한 고을의 수장(首長)이 예에 어긋나는 언행을 남발한다면 지역사회의 통합은 물 건너가고 반목과 대립만 양산시킨다. 자치단체를 책임지고 있는 장(長)은 어떤 상황하에서도 예에 벗어나는 언행은 금물이며 지켜야할 최소한의 도리다.

최근 강인규 시장의 공무원노조나주시지부(이하 노조) 대한 막말은 새삼 나주시와 시민을 대표하는 자치단체장으로서 ‘예’(禮)의 문제를 심각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강 시장은 지난 16일 ‘공무원노조나주시부의 시장 고발에 따른 나주시의 입장’이라는 장문의 공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는 노조가 지난 10월 4일 자신을 ‘공직선거법상 상시기부행위 제한 위반혐의’로 광주지검에 고발한 것에 대한 입장표명이란 형식을 빌었지만, 내용이 시중의 대폿집 취객들의 입에서나 나올만한 만한 얘기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어 지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나주시장이 노조를 향한 공식입장 표명이라고 하기에는 일부내용이 원색적이고 정제되지 않았고 예에 벗어났다. 시퍼런 칼날이 연상되는, 모종의 보복을 노조에게 환기시키는 ‘선전포고문’또는 ‘최후통첩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입장문이었다.

강 시장은 “노조가 시장과 나주시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기 위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상식 밖의 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다.”“노조가 시정에 대한 발목잡기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가 노조간부를 승진에서 배제시키고, 시정의 파트너로 대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본인의 승진을 외부 인사를 동원해 청탁을 하고, 동료직원이 사망해 공석이 된 보직을 위해 자기에게 달라는 노조간부도 있었다.“”노조간부가 자기와의 경쟁관계에 있는 장애인 팀장이 보직발령을 받은 것에 대해 ‘병신에게 보직을 줬다’고 항의하는 몰상식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조합원이 부여한 권한을 이용해 일부 노조간부들이 일은 하지 않으면서 자기이익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한마디로 노조를 파렴치한 집단으로 매도했다. 자신에 대한 고발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기는커녕 ‘너희는 깨끗하냐’는 식으로 폭로전을 펼쳤다. 백번 양보해도 나주시장으로서 할 짓은 아니다.

노조는 “그런 일 없다”고 극구부인하고 있어 조만간 사실여부가 가려지겠지만 선악을 떠나 강 시장의 이번 입장문은 하책이었다. 자식이 아버지의 비리를 고발했다고 해서 애비가 저 편하자고 자식의 치부를, 그것도 팩트체크 되지 않은 내용을 만천하에 공개하는 아버지는 없다. 짜잔한(못난) 애비 아니고서는 나 살자고 자식 팽개치는 아버지는 보지 못했다는 얘기다.

시장이라는 사람이 이유 불문하고 내부사항에 해당되는 인사문제 등을 이런 식으로 까발리는 것은 “너희들 자료와 정보는 내가 다 갖고 있으니까 까불지 말라”는 1000여 공직자에 대한 으름장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어처구니없는 자치단체장이다.

요사이 개혁의 대상으로 떠오른 검찰을 관철하는 단어가 있다.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다. ‘검사는 검찰사무에 관해 상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뜻이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2004년 검찰청법 개정으로 철폐됐지만, 검사집단 내에서는 여전히 암묵적인 정서로 자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들이 속한 검찰의 ’선택적 정의‘’선택적 분노‘에 항의한 폭로와 고발이 있었다. 2013년 ‘윤석열 항명파동’, 안미현 검사의 문무일 검찰총장 수사외압 폭로, 서지현 검사의 상관에 대한 미투 폭로, 임은정 부장검사의 부산지검 ‘고소장 위조사건‘경찰 고발 등이다.

검사동일체라는 상명하복의 질서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는 검사집단에서도 상사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사상초유의 일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가 한걸음 더 민주화로 다가서고 있다는 증거이지 상사에 대한 불충이 아니다. 노조의 강 시장 고발도 부하직원의 상사에 대한 불충이 아니라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밝혀달라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나주시청조직은 검사동일체 조직이 아니다. 시장의 명령에 천여 공직자가 무조건 복종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얘기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한데 노조가 시장인 자신을 고발했다고 ’몽니‘를 부리는 것은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가 아닌 군림하는 자세다.

강 시장은 노조가 자신을 고발한 것을 가부장적 자존심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는지, 아니면 교황 무류성(敎皇 無謬性)과 같은 자신의 무오류를 전제로 한 상명하복의 실종으로 생각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시장 자리를 ‘성역‘으로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시장의 입장문은 지나쳤다. 나주시장으로서 갖춰야할 ’예‘(禮)는 찾아볼 수가 없다.

정치언어가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을 드러내듯이 나주의 정치언어는 나주의 정치수준을 드러낸다. 강인규 시장의 입장문을 정치언어의 관점에서 보면 강 시장의 정치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시장으로서 노조를 향한 정체되지 않은 치명적인 단어는 언젠가는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고 말이 아니면 듣지 마라. ‘오기와 불통 리더십’은 이쯤에서 끝냈으면 한다.

이철웅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강인규 나주시장, 눈 뜨고 볼 수 없는 내로남불
2
남평농공단지 조성사업…일부 주민들 반대 여론 높아
3
손금주 의원 민주당 입당 신청…‘사과와 해명’ 우선되어야 한다
4
나주시와 공무원노조나주시지부…정면 대결 양상으로 번져
5
특정 정치인 민주당 탈당 辯(변) 두고 시비일어
6
강인규 시장, 자치단체장으로서 최소한의 예(禮)가 필요하다
7
품격 잃은 나주시의 입장문
8
마한문화제…공무원 동원 논란 제기되
9
권한 없는 별정직 예산편성 관여는 ‘나주시정 농락’ 시비 불거져
10
무소속 손금주 의원…다시 민주당 입당 신청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남 나주시 예향로 3803 (이창동) 2층 나주투데이  |  대표전화 : 061)334-1102~3  |  팩스 : 061)334-1104
등록번호 : 전남 다00334   |  발행인 : 윤창화  |  편집인 : 이철웅  |  e-mail : njt2001@hanmail.net
Copyright © 2013 나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