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내기업 등 유관기관 등에 선물,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해당 의혹
업무추진비 관련규정…“언론인 외에는 지역 특산물 홍보대상 아니다”

강인규 시장이 업무추진비로 추석과 설날 등 명절에 관내기업 및 유관기관에 선물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져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나주시는 지역농산물을 적극 홍보하여 소비 촉진을 유도함으로서 농가소득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지역특산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나주시는 2018년 9월 17일 추석을 앞두고 나주배(7.5kg) 572박스를 박스 당 29,000원에 구입하여 총 1,600여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였다.

또한 설 명절을 앞둔 2019년 1월 28일에는 33,000원 짜리 225박스, 27,000원짜리 336박스 등 총561박스를 구입하느라고 1,700여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지출하였다. 즉 최근 1년 동안 1,163명에게 지급할 목적으로 3,400여만 원의 명절 홍보용 물품을 구입했다는 것이다.

이같이 구입한 명절 특산품은 국회, 전남도 시·군 단체장, 언론인, 혁신도시 이전기관, 에너지밸리, 혁신도시 및 신도산단 입주업체, 유관기관 등에 배부되었다. 국회나 타 시군 자치 단체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나주시 관내 소재 단체나 기업 등에 배부한 것이다.

나주시는 이 같은 명절 선물에 대해 공직선거법에 따라 나주시 등 선거구 안에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인사를 대상으로 지급하였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설명은 공직선거법을 염두에 두고 밝힌 내용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제112조의 규정에 따르면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기관·단체·시설에 대해서도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해당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대해서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113조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 등은 이와 같은 대상자에게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특히 대법원 판례(2006도9030)에 따르면 “‘당해 선거구 안에 있는 자’란 선거구 내에 주소나 거소를 갖고 있는 사람은 물론 선거구 안에 일시적으로 머무르는 사람도 포함되고,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란 연고를 맺는 사유는 불문하지만 당해 선거구민의 가족·친지·친구·직장 동료·상하급자나 향우회·동창회·친목회 등 일정한 혈연적·인간적 관계를 가지고 있어 그 선거구민의 의사결정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주민등록이 나주시로 되어있는지 아닌지에 따라 기부행위 대상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는 것이다. 비록 주민등록이 해당 선거구로 되어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관내 소재 기관·단체·시설 등은 원칙적으로 기부행위 금지 대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거구 내에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은 자에 대해서만 홍보물품을 지급하였다는 나주시의 설명과는 다르게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나주시는 이 홍보 물품을 구입하는데 있어서 행정안전부령인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에 따라 업무추진비를 지출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당 규정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 집행대상 직무 활동에 이 같은 내용이 없다. 시책 또는 지역홍보를 위해 언론 관계자에게 의례적인 수준의 특산물을 제공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명절에 지역 특산물 홍보를 위해 언론 관계자 외에 다른 사람에게 특산품을 제공하는 것은 모두 이 규정에서 정한 직무활동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2018년 추석의 경우 572명의 지급 대상 중 언론인은 5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전남 시군단체장 등 108명, 혁신도시 이전기관, 신도산단 업체 등 175명, 유관기관 및 기타 시정홍보 대상 238명이다.

이와 같은 명절 선물이 이번에만 그치지 않고 관행적으로 유지되어 온점으로 미루어 볼 때 상황에 따라 법적으로 큰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시민 A씨는 “나주시장이 시민의 세금인 업무추진비로 유관기관에 사실상 명절 선물 한 것 아니냐? 지역 특산품 홍보를 핑계로 개인 선물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정치인이 개인 사비로 명절 선물을 한 것도 상시기부행위로 문제 될 수 있는데, 더구나 시민의 혈세인 업무추진비로 이런 행위를 하였다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나주투데이는 나주시에 대해 홍보용 특산품의 지급 대상 기관과 직책, 성명 등의 내용을 제공해 달라고 취재 협조를 요청했으나 나주시 관계자는 “현재 이건과 관련해 정보공개 요청에 대한 행정심판이 진행 중이어서 제공할 수 없으며, 행정심판결과에 따라 명단제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주시 선관위 관계자는 “기초적인 자료에 의하면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조사 한 후 위법 여부를 판단 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