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균 취재/보도부장

나주시는 7월 9일자로 대외협력사무소를 신설하여 소장 자리에 5급 사무관을 전보 발령하였다. 이로써 기존에 6급 직원 1명이 근무하였던 서울사무소 시대를 마감하고 세종시에 대외협력사무소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지난 4월 나주시는 대외협력사무소 신설을 추진하면서 개방형 일반임기제 5급 사무관급 공무원을 소장으로 하며, 7급 공무원 3명 등 총 4명의 직원으로 구성할 계획을 밝혔다. 이와 같은 계획을 담은 조례안이 의회에 제출되자 대외협력소장 자리에 특정 외부인사가 내정되었다는 등 여러 가지 의혹이 일기 시작하였다. 당시 시중에 거론되었던 외부 인사는 나주시의회 전직 다선 의원이다.

하지만 나주시의회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되자 나주시는 제출된 조례안을 스스로 철회하는 등 슬그머니 발을 빼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개월 동안 수면아래 잠자고 있던 대외협력사무소 문제는 지난 6월 수면위로 얼굴을 다시 드러냈다. 나주시는 또다시 시의회 정례회에 이와 같은 대외협력사무소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례안을 제출했고, 시의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처음과 달라진 점이라면 소장 자리에 특정 외부 인사를 채용하지 않고, 내부 공무원을 전보하겠다는 집행기관의 구두 설명 한 가지 뿐이다. 하지만 나주시가 언제든지 이를 번복하여도 의회는 이를 억제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 나주시의회는 대외협력사무소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검토보다는 소장 자리에 누가 보임되느냐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글자 하나 달라지지 않는 조례안을 무사통과시켜 줄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번에 거론되었던 소장의 전문성이나 능력 문제는 이번에 제기되지도 않았다.

시의회와는 달리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대외협력사무소 신설이 왜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선 이른바 ‘가성비’ 부터 살펴보자. 대외협력사무소 신설에 따른 4명의 추가 인건비는 연간 약 2억 원이다. 이러한 예산을 사용하면서 얻게 되는 이익은 과연 무엇일까?

나주시는 이 사무소의 기능에 대해 국회 및 중앙 행정 기관과의 업무 협조, 국비 예산 활동 지원, 각종 정책 동향자료 수집, 투자 정보 수집 및 투자 유치 활동 지원, 축제 및 관광 등 대외 홍보활동 지원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빛 좋은 개살구’일 가능성이 높다. 만일 나주시의 의도대로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이 이러한 로비성 기구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면 과연 이게 정상적인 것인지 의문이다.

국비 지원을 통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해 철저한 논리와 빈틈없는 준비로 중앙 정부를 설득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노력보다는 대외협력기구 같은 조직을 통해 정보를 얻고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발상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만일 이와 같은 조직이 정부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전국의 22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저마다 사무소 설치를 추진 할 것이고, 만일 이게 현실화되면 정부 부처가 몰려있는 세종시는 가히 로비 천국이 될 것이다.

현재와 같은 고도의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의 확산 속도가 빠르고 개방화 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무자급인 5급과 7급 공무원 몇 명이 중앙 정부를 상대로 얻을 수 있는 비공개 정보가 얼마나 되며, 정부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따라서 자칫하면 행정 인력 및 예산만 낭비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물론 나주시가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발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고 중앙 정부에 효율적으로 접근하여 국비를 확보하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다하는 것은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중앙정부와의 연결고리인 지역 국회의원이나 정당 정치조직을 활용하면 될 일을, 굳이 행정기구를 신설하여 추진하려 하는지에 대해 시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따라서 나주시는 대외협력사무소의 성과를 주기적으로 평가하여 소정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이를 T/F팀으로 전환하거나 조직을 축소하는 등 유연한 조직운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만이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대외협력소의 성과를 견인하고 예산 낭비를 방지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