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행정대응은 적절했나?

지난 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SRF분석시리즈 2탄 “나주시 행정 대응은 적절했나?”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현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광주 쓰레기 반입에 관한 것이다. 2012년 7월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는 나주, 목포 등 전남 6개 시·군에서 생산한 RDF(생활폐기물 고형연료)를 하루 440톤씩 태우겠다는 조건으로 환경영향평가 초안을 공람하였다.

하지만 1년 뒤 한난은 ‘전남에서 생산된 RDF가 부족하여 광주 RDF를 반입하여야 한다’며 전남도에 이에 대한 동의를 요구하였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남도와 나주시는 한난의 동의 요청을 받은 바로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이 “행정적으로 적극 협조 하겠다”는 취지의 회신을 보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은 발전소 설계 당시 한난이 전남도에서 생산 가능한 RDF의 수량을 알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만일 알지 못했다면 한난이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도 이를 숨겼다가 뒤늦게 광주 쓰레기를 반입시키기 위해 이러한 요식행위를 하였다면 응당 그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즉 한난이 전남지역에서 생산 가능한 RDF를 발전소 설계 당시에 미리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 추후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 광주 SRF 반입 불가 공문 한난에 보내지도 않아

2013. 11. 21 나주시는 간부회의를 열어 광주 RDF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하였으며 이 내용을 당일 공문으로 생산하였다. 하지만 한난 직원의 시청 방문 후 관련 실무 책임자는 이 공문을 한난에 발송하지 않았다. 지금 현재 시민들이 가장 분노하고 있는 것은 일일 연료 사용량 444톤 중에 당초 협약에도 없는 광주 쓰레기를 최대 440톤, 즉 일일 사용되는 SRF 중 97%에 달하는 광주SRF를 나주에서 소각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행정 처리를 소홀하게 한 나주시의 책임은 추후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대목이다.

나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광주SRF 반입이 문제가 지적되자 2017. 8. 9 나주시는 주민대표 28명과 한난 3명, 자문단 15명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여 LNG 100% 사용안과 LNG:SRF 비율을 8;2 로 하되  SRF는 전남지역에서 생산한 것만 사용하는 방안 등 2가지를 한난에 제시하였다.

하지만 한난은 민관협의체의 이 두 가지 제안을 모두 거부하고, 9. 18 광주SRF를 반입하여 9. 20부터 시험가동을 강행하였다. 이에 따라 나주시는 9.20 시민공청회를 개최하여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또한 9.28 에는 시민·직능단체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산업자원부, 국회 등 중앙 기관을 방문하여 나주시의 입장을 전달하였다. 이어 나주시는 2017.12.4에 광주지방법원에 발전소가동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고, 12. 18에는 강인규 나주시장이 광주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반대 운동을 전개했다.

▲ 한난, 나주시에 40여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하지만 나주시의 가처분 신청은 2018. 5. 14 기각 되었으며 나주시는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항고를 포기하였다. 그 와중에 한난은 2018. 1. 5 과 1. 26에 건축물 사용 승인, 고형 연료 사용신고 등 이행청구를 내용으로 하는 행정 심판과 행정 소송을 청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2018. 4. 10에는 발전소 미가동으로 인해 손해를 입었다며 42억 5천여 만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나주시에 청구하였다.

현재 이 소송은 진행 중이며 손해배상 청구금액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나주시의 한 숨이 깊어지고 있다. 결국 나주시는 발전소 가동금지 처분 소송 기각에 대한 항고 포기와 함께 한난의 전방위적인 압력에 따라 2018. 6. 26 건축물 사용 승인을 하였다. 현재 나주시는 한난의 사용연료 신고에 대해 8번째 보완 요청을 하고 있는 상태로, 이 신고 수리가 완료되면 한난에 대해서 더 이상 발전소 가동을 막을 행정적인 방법이 없는 상태다.

▲ 나주시의 무능과 무소신이 시민 불신 자초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한난이 나주시 및 민관협의체 요구사항 등을 무시하고 외골수로 나가는 동안 나주시의 대응은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11만 나주시민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 필사적으로 시민의 의사를 관철시키고자하는 결연한 의지가 없었다. 그렇다고 나주시장이 이 문제 해결에 대한 확고부동한 소신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보인 것도 아니었다.

일부 시민들은 나주시장이 4. 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재선을 위해 광주시청 앞에서 정치적인 퍼포먼스나 하고 있다며 시장을 비난하기 시작했고, 강인규 시장은 선거에서 당선되자 말자 상급 법원에 법적으로 다퉈보지도 않고 법적 승산이 없다며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한 항고를 포기하는 등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강시장의 진정성이 의심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나주시 종교, 시민, 사회단체, 공공기관 노조 등이 참여한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이러한 나주시와 각을 세우게 되었고, 급기야 나주시가 시민의 편이 아니라 한난 편이라며 비난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나주시의 무능과 무소신이 시민의 불신을 자초하였고, 결과적으로 시민의 힘에 의해 추동되어야할 나주시 행정력은 시민사회와 괴리를 넓히고야 말았다.

결국 시민들은 비가 올 때 우산을 받쳐 주기보다는 함께 비를 맞기를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주시는 우산을 받쳐 주지도, 함께 비를 맞지도 않았던 것이다. 나주시의 행정 대응과 리더십이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