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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을 계속하는 어쭙잖은 변명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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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호] 승인 2019.04.26  18:3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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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나와 가깝게 지내는 인사들 중 술자리에서 가끔 나에게 묻는 말이 있다. “언론을 왜 하느냐?” 그 물음의 저변에는 한마디로 ‘사서 고생을 자초하느냐’는 나에 대한 안타까움이 진하게 배어있다. 개인적으로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나주권력과의 불화를 자초하며 ‘고난의 길’을 가고 있는 내가 안쓰러워서 걱정스레 묻는 말이다. 내 언론생활의 이력을 봤을 때 언론을 하는 목적이 정치입문이나 치부(건설업, 용역사업 또는 음식점 등), 사업의 방패막이 등 개인의 영달이나 부의 축적과는 거리가 먼 것 같은데 왜 언론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고 ‘불가사의’하단다.

기초지방자치단체 어느 지역 불문하고 지방에서 지역 언론을 하는 인사들 대부분이 정치입문, 치부, 사업의 방패막이 수단 중 최소 한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언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는 도대체 ‘제목’이 뭐냐?”는 비야냥과 답답함이 교차(交叉)된 의문부호다.

그렇다. 나주 언론인 중 시,도의원 등 정치에 입문한 인사도 있고, 식당이나 건설업을 하는 인사도 있으며, 사업의 방패막이 수단으로 언론을 하는 인사 등이 지역사회에 현존하고 있다.

나는 2006년에 펴낸 칼럼집 〈이철웅 편집국장의 直筆〉이라는 책 머리글에서 “나는 마흔 여섯 살에 늦깎이 기자가 되었다. 풀뿌리 지방자치가 시작되던 1995년 7월, 기자의 역할과 사명이 무엇인지 모른 체 그저 몇 년 거들먹거려 보자며 기자가 되었다. 몇 년 폼 잡고 그만 두겠다고 시작한 기자였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우연히 들여다본 지역사회는 너무 지저분했다. 그때 진정한 풀뿌리 지역신문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언론을 계속 하게 된 동기를 밝힌바 있다.

그랬었다. 당시는 부동산중개업으로 어느 정도의 부(富)를 축적했던 때였다. 평소 주변에 알고 지내는 사람들 중 기자가 몇이 있었는데 기자가 된 후 사람이 180도 달라져 있었다. ‘완장’이 되어 있었다. 갑자기 ‘신분상승’이 되어 있었다. 시장이나 경찰서장을 비롯한 기관사회단체장 등은 일반인들이 1년에 한번 만나볼까 말까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들은 그런 인사들과 수시로 술과 밥을 한다는 것을 은연중 과시하는가 하면, 이들의 이름을 ‘동네 개새끼’ 부르듯 쉽게 입에 올리는 등 지역사회 권력이 되어 있었다.
 
당시 나는 어지간한 부의 축적으로 ‘완장은 하빠리들이나 차는 것‘ 쯤으로 치부하고 있었고 기자(지역기자)라는 직업 자체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모 신문의 나주 주재기자가 공석이라며 나를 추천한 후배가 있었다. 별로 내키지 않아 망설이다가 칼럼집의 머리글에서 밝혔듯이 나도 2,3년간 신분상승 해 그들처럼 ’한권력‘ 해볼까 하는 생각에 딱 3년만 하자고 시작한 기자질이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깊숙이 빠져들고 말았다.

처음 생각대로 ‘완장’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기자로서 들여다본 지역사회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지저분했다. ’주제넘게‘ 지역사회의 빛과 진실을 찾아보자 했다. 내가 아니어도 나주는 잘 돌아갔었고 또 잘 돌아갈 건데 오지랖이 넓었다고나 할까? 지금의 나이 같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한편으론 부채의식도 작용했다. 7,80년대 이 땅의 청년들이 민주화를 위해서 젊음을 송두리째 바칠 때 나는 그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라는….

처음으로 돌아가서 ‘언론을 하는 제목이, 목적이 뭐냐?’ 우리가 사는 사회에는 아무도 편을 안 들어 주거나 사람들의 관심이 없는데도 뭔가를 막 하는 사람들이 있다. 뉴스를 보면 자기 이익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그런 문제로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의 백악관 앞에도 있고, 우리 국회 앞에도 있고, 청와대 분수대 앞에도 있다. 왜 할까? 바뀔 거라는 생각보다는 나 한사람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왠지 나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확신 같은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그런 것 같다. 명색 지역의 언론인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으로서, 나 한사람이라도 지역민의 알권리 차원이라면 나주권력과 불화를 피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 때문에 이 길을 걷고 있다. 

부정과 부패 불의를 보고 지역 언론인으로서 ‘모르쇠’ 하고 있으면 못나 보인다. 불의한 나주권력에 대한 비판, 해야 하니까 하는 거다. 누가 나에게 하라고 하지 않는다. 내가 안한다고 해서 누가 나보고 욕하지 않는다. 지역 언론인으로서 쪽팔리지 않기 위해서다. 나도 다른 직업 선택해 가족과 정신적,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살고 싶다. 나주권력으로부터 고발당해 검찰청과 법원 들락거리지 않고 유유자적하고 싶다. 그런데 나주권력의 못된 소문 들리고 나주권력 주변부들의 이권개입 등의 의혹이 지역사회를 떠도는데 못 본체 하면 지역 언론인으로서 내 자신이 비참해진다. 그렇다고 나주가 금방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지키기 위해서 한다. 지역 언론인으로서 비겁하다 이런 느낌 안가지고 살고 싶은 거다. 지역 언론인 생활을 하는 날까지는 내 자신의 삶에 대해 비참하다는 감정은 안 느끼고 살고 싶다는 얘기다.

나에게 지역저널리즘은 ‘지역민의 자기통치‘라는 풀뿌리민주주의의 이상, 그 지역민의 잘 살아보자는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소박한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지역혁명‘을 위한 최소한의 무기다고 생각한다. 아주 무딘 칼날일망정 내 손에 거머쥔 유일한 무기, 특정인을 상하게 하는 무기가 아닌 지역사회를 상식이 통하게 하는 무기다.

루쉰(迅)이 첫 산문집 ‘무덤(墳)’을 발간하면서 쓴 머리말에 이런 내용이 있다. “물론 보려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 글을 증오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말을 하는데 그 말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전혀 반응이 없는 것보다야 그래도 행복한 일이다. 세상에는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들이 많지만, 오로지 스스로 마음 편한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그저 편한 데로 놓아둘 수 없는 없는 일이어서, 그들에게 약간은 가증스러운 것을 보여주어 그들에게 때때로 조금은 불편을 느끼게 하고, 원래 자신의 세계도 아주 원만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 한다. 파리는 날며 소리 내지만 사람들이 그를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 점을 나는 잘 알고 있지만, 날며 소리 낼 수 있다면 기어코 날며 소리 내려 한다.”

루쉰의 말처럼 나는 ‘나 한 사람의 힘이 보잘것없고 증오의 대상이 될지라도 나는 기어코 날아다니며 앵앵거리려 한다.’ 그로인해 파생되는 악연과 쌓여가는 쓸쓸함을 감수하면서…. 이것이 내가 지역 언론을 계속하는 ‘제목’이자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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