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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서열 2인자들의 불행한 말로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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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5호] 승인 2019.03.31  22:2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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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인간은 권력 앞에서 부패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줄 모른다. 권력만큼 인간의 본모습을 적나라하게 들춰내는 수단은 없다. ‘권력은 부패한다.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듯이 권력의 정점에 있거나 권력의 2인자로 분수를 모르고 설치다가 낭패를 당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많이 본다.

진시황이 죽고 진나라에서 권력을 휘두른 사람은 조고(趙高)와 이사(李斯)였다. 조고는 진시황의 최측근 내시였고, 이사는 초나라 출신으로 진나라에서 재상을 맡은 인물이다. 진시황이 유람을 나갔다가 객사를 하자 조고와 이사가 모의하여 사망 사실을 극비에 붙이고 세자인 부소를 죽이고 호해를 세자로 앉혔다.

진나라는 망해 가도 두 사람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못할 짓이 없었다. 지난 날 이사는 동문수학한 친구 한비자(韓非子)를 모함하여 옥사시킬 만큼 사악한 인간이었다. 그러던 이사도 영원히 권력을 누리지 못하고 조고와의 갈등에 밀려 부자가 함께 허리가 잘리는 참극을 당했다. 곧이어 조고도 같은 운명에 처해졌다. 권력이란 이처럼 무상한 것이다.

‘취우표풍(驟雨飄風)’ 권력을 휘몰아치다가 회오리바람처럼 사라진 홍국영의 한 시절을 이르는 말이다. 1776년 정조가 보위에 오르자 모든 권력이 홍국영(洪國榮·1748~1781)에게 집중됐다. 정조의 왕위 계승을 방해했고,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던 정조의 정적들을 척결하는데 앞장섰던 홍국영은 29세에 도승지와 훈련대장에 금위대장까지 겸직했다. 정조의 큰 신임으로 당대 최고의 권력에 올랐다. 홍국영은 집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고 대궐에서 생활했다. 어쩌다 집에 가는 날에는 만나려는 사람들이 거리에 늘어서고 집안을 가득 메웠다.

홍국영이 물었다. "그대들은 어째서 소낙비[驟雨]처럼 몰려오는 겐가?" 한 무관(武官)이 대답했다. "나리께서 회오리바람[飄風]처럼 가시기 때문입지요." 이때부터 취우표풍(驟雨飄風)은 소나기처럼 권력을 휘몰아치다가 회오리바람처럼 사라진 홍국영의 한 시절을 상징하는 말로 회자되었다. 심노숭(沈魯崇·1762~1837)의 '자저실기(自著實紀)'에 나온다.

홍국영은 뇌물을 얼마나 긁어모았는지 정조가 하사한 집으로 이사 할 때 물건을 새집으로 옮기는데 장정 30~40명이 동원되어 10여일을 날랐다고 한다. 돈이 5만냥에 패도(佩刀)가 3000자루, 쥘부채만 1만 자루가 넘었다. 절대 권력을 휘두르던 그는 3년 뒤에 실각했다. 홍국영은 임금이 하사한 집에서는 살아보지도 못하고 강릉으로 쫓겨 갔다. 1년 만에 죽어 달구지에 실려와 경기도 고양 땅에 묻혔지만 그의 무덤은 위치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고 심노승은 자저실기에서 한마디를 보탰다.

흔히들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말하지만 권력의 무상함도 이에 못지않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제아무리 나는 새를 떨어뜨리는 권력일지라도 10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뜻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 이상 가지 못한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시공간을 초월해 해방된 대한민국 정치사에도 최고 권력자 곁에는 늘 2인자가 존재했다. 대통령이 ‘초헌법적‘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한국정치 현실에서 역대 모든 정권에는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서 막후정치를 좌지우지 하는 실세가 언제나 존재했다.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적 동지나 친인척, 가신그룹 등이 그들이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막후권력들로 인한 불행한 역사는 반복됐다. 대통령 곁에서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했던 막후실세들은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힘’을 과시했지만 정권이 바뀌면 각종 부패와 비리에 연루돼 나락으로 떨어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 동지로서 초대 중앙정보부장과 공화당 의장 등을 지내며 박 정권 ‘2인자’로 자리매김한 처조카 김종필(JP). 전두환 정권에서 대통령 경호실장을 거쳐 안기부장을 역임한 최고실세 장세동. 노태우 정부에서 국정 전반에 입김을 행사해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김영산 정부에서 소(小)통령이라 불렸던 대통령 차남 김현철, 김대중 정부에서는 ‘홍삼 트리오’(홍일,홍업,홍걸)라 불린 세 아들과 동교동계의 맏형인 권노갑 전 의원.

도덕성을 강조했던 노무현 정부도 친인척 비리를 피해가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둘째 형이었던 노건평씨는 ‘봉하대군’으로 불리며 정권 내내 구설수에 올랐다. 또한 ‘좌(左)희정, 우(右)광재’라고 불릴 만큼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인정받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지사.

이명박 정부에서는 ‘만사형통(만사가 대통령의 형을 통해 이뤄진다)’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모든 권력이 쏠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박근혜 정부의 제2인자는 누가 뭐라 해도 최순실이었다. “대한민국 권력서열 1위는 최순실, 2위는 정윤회, 박근혜 대통령은 3위다.”라고 불릴 정도였던 박근혜 정부의 최고 비선실세 최순실. 이들 2인자들의 말로는 하나 같이 비참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정부의 2인자였던 이기붕은 자살로 생을 마쳤으며 김종필을 제외한 대한민국 권력의 2인자들은 대부분이 정권이 바뀐 뒤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각종비리혐의로 사법처리 되는 비운의 주인공들이 됐다. 권력의 남용을 자제하지 못한 권력자의 말로는 언제나 이렇게 비참했다. 바로 앞 정권에서 권력의 횡포를 부리며 국정을 농단했던 인사들이 줄줄이 교도소에 갇혀 형기만료만을 기다리고 있는 처절한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권력을 사적으로 악용하여 정당성을 상실할 때에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고 시간은 진실의 편이다.

나는 새도 떨어드릴 것처럼 권력을 행사하던 이들이 초췌한 몰골로 두 손에 수갑을 찬 채 법정을 들락거리는 모습에서 학습할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된다‘는 속담이 있다. 같은 뜻의 고사성어 세옹지마(塞翁之馬)도 있다. 멀리 볼 것 없다. 나주권력의 2인자라고 회자되는 인사들에게 말한다. 과욕(過慾)하지 말고 과욕(寡慾)하라. 기고만장(氣高萬丈)하지 말고 은인자중(隱忍自重)하라.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이라 하지 않던가.

사족(蛇足) 하나 : “그 사람의 성품을 알고 싶다면, 그에게 권력을 줘라” -에이브러햄 링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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