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창 전고구려대교수

청백리(淸白吏)는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 따위를 탐하는 마음이 없는 공직자를 일컫는 말이다. 청백(淸白)은 淸廉潔白(청렴결백)의 줄임말로 이상적인 관료의 미덕을 일컫는다.

청백리(淸白吏)는 오늘날로 말하면 공무원을 마치고 은퇴한 공무원을 가리키는 말이고, 현재 근무를 하고 있는 공무원은 廉謹吏(염근리) 혹은 廉吏(염리)라고 일컫는다. 염근리로 선발된 관리들은 승진이나 보직에서 우대를 받았고, 은퇴후에는 청백리로 존경을 받았으며 그의 자손들에게까지 벼슬이 내려지는 경우가 있었다.

우리시대에 염근리를 요구할 수 있는가? 심지어 중국말처럼 유전능사귀추마(有錢能使鬼推磨: 돈이면 귀신에게 맷돌질을 시킬 수 있다.)와 전가통신(錢可通神: 돈이면 신과도 통할 수 있다.)는 말이 부정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상황에서 공무원들에게 “맑고 깨끗하게 살아라 재물을 탐내지 말아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인류가 탄생한 이후 인간의 정의는 지속적으로 논의되어왔지만 아직도 답을 내지 못하고 논란만 지속하고 있다. 사람은 생물학적으로 동물과 다르다. 동물은 태어나서 한 시간이 지나면 일어서고 걷고 뛰지만 사람은 일년이 지나야 동물과 같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성경은 사람이 하나님과 같이 만들어졌다. 파스칼은 그의 책 팡새에서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은 사회적(정치적)동물이다. 이간의 우수성, 이성성, 그리고 집단성을 지적한 것으로 핵심은 한결 같이 사람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우수하고, 이성적이며, 그리고 사회를 구성하며 살아왔다고 할 때 인간의 심성은 어떤 것인가? 동양에서는 맹자가 성선설을 주장하였고 서양에서는 루소가 자신의 저서 에밀에서 성선설을 제시하였다.

반면 순자와 홉스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는 성악설을 주장하였다. 끝임없는 논쟁이지만 한면으로 정리되지 않고 계속해서 논쟁거리로 남아 있다. 최근의 연구는 사람의 심성까지도 타고난다는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동물과 차별성이 있다고 해서 그 차별성이 인간의 삶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인가? 식물의 경우 우수한 형질을 가진 개체가 열등한 개체를 억압하면서 살아간다. 거목 밑에 작은 나무들은 햇빛을 볼 수 없어서 고사한다.

아프리카 밀림의 동물왕국의 동물들은 더욱 치열하게 삶을 영위해간다. 약육강식의 질서가 정확하게 유지된다. 사자 앞에 모든 동물들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이 자신들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인간도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는 식물과 동물과 같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 희망이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는 견물생심(見物生心:무슨 물건을 보면 그것을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마음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생각과 갖고 싶은 욕망과는 차이가 있는 것인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은 괜찮고, 갖고 싶은 욕망을 갖는다는 것은 자신이 조절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말하면 욕망을 다스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욕망의 정도는 빈부의 차이에 따라 다른데 그렇다면 빈부의 차이가 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9급 일반 행정직의 경우 백대일 이상의 경쟁률을 보여주고 있다. 우수청년들이 공무원에 선발됨으로써 국가적으로 보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세상이 돈이면 다 된다는 물질만능 시대라고 하지만 공무원만은 청백리의 정신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본다. 중국한나라와 고려와 조선시대의 청백리들의 기본조건은 궁핍한 삶이었다.

어떤 기록을 보면 으뜸청백리는 자신들이 받은 녹봉 중 쓰고 남으면 반납한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 공무원들에게 이러한 청백리가 되라고 요구할 수 없다 할지라도 청백리의 기본정신인 청렴, 근신, 근면의 정신은 살릴 수 있어야 한다. 청렴은 연금제도와 후생복지가 정착된 지금 자신의 봉급만으로 생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장관 청문회를 보면 거의 모든 대상자들이 지적을 받는 것이 재산증식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투자는 객관적이어야 하지만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근신하는 공무원이 있을까? 장관후보자들이 근신했다면 지적받을 일이 있었을까? 자신을 살피지 못해 장관직 제의가 들어와도 손사래를 치는 공무원들을 제외하고 남은 분들이 이 정도라니 입이 다물어진다.

동양사상에서 공무원들이 되새겨야할 금언이 수기치인(修己治人: 자기를 다스린후에 남을 다스린다)과 근신인 것이다. 백대일 이상의 경쟁을 뚫고 임용된 공무원들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근면한 삶을 살지 않기 때문이다. 우수한 사람들이 우수한 공무원이 될려면 꾸준히 자신을 갈고 닦는 근면함이 있어야 함에도 자신을 방치함으로써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년이 되어간다. 인간이 가진 한계로 말미암아 물질만능 시대에  재물에 대한 유혹이 끊임없이 온다고 해서 공무원이 공익적인 생각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선출직단체장에게 주어진 수천억에서 수조에 이르는 예산이 공적으로 쓰여지지 않고 사적으로 사용됨으로써 나타나 폐해는 말로 다할 수 없다. 공무원들이 바꾸지 않는 한 이 땅에 희망이 없다. 염리와 청백리가 존중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