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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는 청년들의 꿈을 앗아가는 파렴치한 행위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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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4호] 승인 2019.03.22  18:3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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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 고려 중기 때 문신 이규보(1168?1241)가 과거에 낙방하고 있을 무렵, 집 대문에 붙인 글귀다. 고려 명종이 암행을 나갔을 때, 우연히 이 글을 보고 그 뜻을 알 수 없어서 주변 사람에게 물어봤다.

옛날에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영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까마귀가 찾아와서 두루미를 심판으로 노래 대결을 하자고 청했다.

이 제안에 꾀꼬리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었다. 노래를 잘 하기는커녕 목소리 자체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자신에게 노래시합을 제의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꾀꼬리는 월등한 실력을 자신했기에 시합에 응했고 3일간 노래연습을 했다. 그런데 까마귀는 노래연습은 안하고 자루 하나를 들고 논두렁의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 다녔단다. 까마귀는 그렇게 잡은 개구리 3마리를 두루미에게 뇌물로 가져다주고 뒤를 부탁한 것이었다. 약속한 3일이 되어서 꾀꼬리와 까마귀가 노래를 한 곡씩 부르고 심판인 두루미의 판정을 기다렸다.

꾀꼬리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불렀기에 승리를 장담했지만, 결국 심판인 두루미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동안 꾀꼬리는 노래시합에서 까마귀에 패배한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서 까마귀는 두루미가 가장 좋아하는 개구리를 잡아다주고 자신의 뒤를 봐달라고 힘을 쓰게 되어 본인이 패한 사실을 알게 됐다.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恨). '내 한 몸은 있으되 개구리(뇌물)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라는 표현을 통해 과거제가 비리로 얼룩져 있어 뇌물이 없는 자신은 급제하지 못하고 있음을 풍자한 것이다. 왕이 이 이야기를 듣고, 나중에 과거를 열면서 '유아무와 인생지한'을 시제로 내걸어서 이규보가 장원을 했다는데, 물론 이건 실제 역사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뇌물을 갖다 바친 자에게만 급제를 시키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나라를 비유해서 한 말이었다. 이때부터 '와이로'(蛙利鷺)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채용비리는 시공간을 초월해 만연했던 것 같다.

채용비리와 관련해 유명한 말이 있다. “그냥 하라…” 박근혜 정권 최고실세 중 한 사람으로, 지금은 구속 수감 중인 최경환 의원 그의 이 한마디에 서류전형에서 2299등이었던 최 의원 인턴이 125대 1의 경쟁률을 뚫어냈다면, 그것은 그 인턴에게는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였겠지만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잔혹 동화임이 틀림없었을 것이다. 소위 채용규정과 채용절차는 무시되고 ‘빽과 연줄’이 합격과 불합격의 기준이 된 구조 속에 이 땅의 청년들은 오늘도 취업이라는 지옥을 헤매고 있다.

2012?2013년 강원랜드 합격자 518명 전원이 청탁대상자였다고 2017년 9월, 한겨레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채용비리와 관련한 부패 커넥션의 전모가 확인됐다. 공공기관에서 시작한 채용비리는 이어 우리은행 등 공공성을 띤 민간 기업에서도 드러났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 등을 관계기관에 주문했다. 당시 얼어붙은 취업 시장 속에서 탈락한 취업준비생들은 좌절감과 박탈감을 동시에 느꼈다. 하지만 이후에도 특혜채용 및 부정채용 의혹 등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 딸의 ‘KT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지면서 채용비리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김성태 의원은 당시 눈물까지 보이면서 특혜채용이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지난 15일 김 의원 딸 특혜채용과 관련해 김 모 전 KT 인재경영실장(전무)이 구속되면서 김 의원의 눈물은 진실성을 의심받게 됐다.

검찰은 김 의원 말고도 유력 인사 6명이 채용청탁을 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수사의 본격화 정도에 따라 강원랜드 사건에 버금가는 대규모 채용비리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공기업과 공공성을 띈 민가기업인 KT 등에서 잇달아 드러난 채용비리는 ‘빽’이 없어서 취직을 못했다고 자괴감에 빠졌던 이 땅의 젊은이들에게 공분의 방아쇠를 당기게 하고 있다. “이게 나라냐‘는 절망의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신당서(新唐書)》에 나오는 ‘사봉묵칙’(斜封墨勅). 풀이하면 사봉(斜封)은 봉투를 비스듬하게 접는다는 말이다. 봉투의 겉모양으로 뜻을 암시하는 방법이다. 묵칙(墨勅)은 정식경로를 거치지 않고 임금이 직접 내려 보내는 친필 명령을 뜻한다. 주로 인사나 재물에 관한 일을 임금이 임의로 처리하고 싶을 때 썼다. 두 행태를 합친 말인 ‘사봉묵칙’은 중국 당나라 중종 때 황후와 공주들이 뇌물을 받아먹고 벼슬을 내리는 수법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사봉묵칙은 이후 권력형 매관매직의 대명사처럼 쓰였다.

사봉묵칙 같은 권력형 인사부정이 가능했던 것은 내비(內批)라는 봉건시대 관행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비는 임금이 조정의 공식논의를 거치지 않고 직접 담당자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왕조 시대가 아닌 오늘날이라고 사봉묵칙 같은 내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향 평준화되었다, 채용된 최종합격자 518명 전원이 유력자들의 취업청탁 대상자였던 강원랜드 채용비리가 대표적인 현대판 사봉묵칙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공성을 띈 민간기업 등은 취업준비생들에게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좋은 일자리다. 취업준비생들이 이 같은 직장에 매달리는 것은 뒷배가 없어도 공정한 경쟁을 통해 취업의 문을 넘을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채용비리는 국가의 배신이 아닐 수 없으며,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의 꿈을 앗아가는 끔찍한 범죄행위다.

특정인을 합격자로 정해놓고 나머지를 들러리로 세우는가하면, 서류도 내지 않은 고위인사의 자녀를 특별 채용하는 등 비리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런 비리가 관행이 돼 아무런 죄의식 없이 자행됐다고 하니 ‘유구(有口)가 무언(無言)’이다.
 
나주시도 이 차지에 합법을 가장한 맞춤형 채용의혹, 친인척 채용의혹, 특정인에 대한 특혜채용 의혹 등이 없었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나주판 ‘내비’(內批)없는지, 나주판 ‘사봉묵칙’(斜封墨勅)은 없었는지도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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