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균 취재/보도국장

광주에서 강진 간 고속국도 6공구 공사 구간 중 등수육교 설치 문제로 주민간의 갈등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산포면 일부 주민들은 2월 27일 나주시장이 주최한 주민과의 대화에서 등수육교 설치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청하였고, 나주시장은 “육교 설치에 대한 주민들의 찬·반 의견이 대립되고 있으므로 주민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주면 나주시의 입장을 정리해 한국도로공사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9명의 이장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주민대책위원회(위원장 윤광선)는 지난 3월 5일 산포면 복지회관에서 주민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는 시공업체인 극동건설 관계자와 64명의 주민이 참석하였다. 하지만 정작 문제 해결의 주체인 한국도로공사는 참석하지 않았고, 현 설계대로 횡단육교 설치를 주장하는 주민측은 한사람도 참여하지 않아 반쪽짜리 공청회가 되고 말았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대다수의 주민들이 현 설계대로 시공하는 횡단육교 설치를 반대하였다. 하지만 이 결과를 두고 반대 측 입장에 선 주민들이 이를 수긍할리가 없어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공사 현장은 남평읍 방축마을에서 산포면 등수리 인근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이곳을 지나는 지방도 10호선이 고속도로 위로 지나가게 되어있는 현 설계를 변경하여 고속도로 아래에 박스형 통로를 만들어 그곳으로 지나가게 해 달라고 의견을 모았다.

당초 이 지방도는 2015년 10월 5일 나주시의 동의로 박스형 통로로 설계하였다가 한국도로공사에서 공사비 절약을 위해 2016년 10월 18일 나주시의 동의를 얻어 횡단육교방식으로 설계를 변경하였다.

이 과정에서 나주시는 당초 약 5%로 설계된 경사도를 겨울철 결빙에 따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3~4%로 완화해 달라는 부대조건으로 설계변경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일부 주민들은 횡단육교를 다시 통로박스 형태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해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극동건설 측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통로 박스형 도로로 설계 변경을 요구하며 민원에 서명한 주민이 198명이고 이에 반대하여 현 설계대로 횡단 육교방식의 공사를 요구하는 주민이 230여명으로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열린 주민 공청회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첫 번째로 이 공청회를 주최하는 주민대책위원회가 주민대표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문제해결의 핵심 주체인 도로공사나 나주시가 주체가 되어 실시한 공청회가 아니라 이해 당사자의 한 축인 주민들만 모여 일방적인 여론 형성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

특히 이와 같이 찬반 의견이 팽팽한 사안에 대해서 양쪽 의견이 균형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공청회는 의미가 없다. 또한 이 지방도를 방축마을이나 등수리 주민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대책위원회 측 의견만이 공공의 의견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나주시와 한국도로공사의 입장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한극도로공사는 나주시가 주민의 의견을 하나로 통일하여 전해준다면 24억 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설계변경을 검토해 보겠다며 나주시에 공을 넘기고 있고, 나주시는 애당초 합의가 어려운 양측 주민들 의견을 하나로 모으라며 주민들에게 공을 넘기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공을 넘겨받은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한 쪽이 양보하면 쉽게 해결 될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고 갈등만 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참가자들은 나주시청 토목팀장에게 “공청회에 참가한 주민 절대 다수가 횡단육교 설치에 반대하였으므로 이를 나주시 공식 의견으로 도로공사에 전달하라”고 요구하였다.

하지만 토목팀장은 “양측의 의견이 대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쪽 의견만을 기준으로 나주시 입장을 전달할 수 없다”며 난색을 나타냈다. 옳은 말이다. 민주주의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에 이르는 과정이나 절차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주시와 한국도로공사는 국가 백년대계의 고속도로 건설을 시행하면서 주민들의 작은 불편도 해소하는 노력과 함께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세워 고속도로 건설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