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이철웅칼럼
그들만의 리그, 조합장 선거 변해야 한다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742호] 승인 2019.03.11  06:16:46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 이철웅 국장
며칠 전 술자리에서 조합장 선거관련 얘기를 나누다 오간 말이다. 이번에 실시되는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두 명의 후보로부터 20만원과 10만원을 받았다고 가정했을 때 누구를 찍겠냐고 물었다. 응당 ‘20만원을 준 후보를 찍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그 반대란다. 20만원을 준 후보는 10만원을 준 후보에 비해 두 배나 더 썩었으니 10만원을 준 후보를 찍겠단다. 조금은 익살스런 대화였지만 누가 덜 부패했느냐의 여부로 한 표를 행사하겠다는 위의 잡담은 적어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국 조합장 선거의 단면을 말해 주고 있다.

3월 13일 실시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혼탁·과열됐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후보자가 금물을 전달하다 적발되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나주에서도 조합장 선거 관련 불법행위가 여기저기서 터지는 등 선거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조합장 선거가 매번 불법과 탈법,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음에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이 유권자가 아니라 특정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대중의 무관심 속에 철저히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 금품 향응과 매표 행위 등등 온갖 비리가 판을 치고 있다.

선거에서의 금품제공이나 선물제공 등이 불법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후보자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지만 그 유혹을 쉽사리 끊지 못하고 불법행위에 너도나도 발을 담그고 있는 실정이다.

나주경찰에 따르면 한 주민에게 30만원이 든 돈 봉투와 함께 특정지역 조합원 명단이 담긴 리스트를 전달한 출마예정자 A(64)씨가 후보등록도 하지 못하고 불구속 입건됐다. 나주선관위도 지난 구정명절을 앞두고 지역 조합원들에게 '전복 선물세트'를 전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출마예정자 B씨와 또 다른 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모 농협조합장 C씨를 상대로 '사전 선거운동 금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또 현직 모 농협조합장 C씨는 조합원들에게 '사과선물 세트'를 돌린 혐의를 받고 있고, 모 조합장 후보는 금품제공 의혹과 함께 압수수색을 당하고 출마를 포기 하는 등 나주관내 조합장 선거가 돈 봉투와 선물제공 등의 불법행위로 썩은 냄새가 진동한다.

조합장 선거에서 불법 혼탁 양상이 기승을 부리는 까닭은 무엇일까. 단위조합장은 관련조합 내에서 제왕처럼 군림할 수 있는 자리에 비유된다. 수입도 만만치 않아 조합원 수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조합장이 되면 적게는 5000만원부터 많게는 2억 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직원 인사권을 갖는다. 이만한 연봉에 인사권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가 시골에는 시장, 군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

이유는 또 있다. 별다른 감사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지출하는 ‘지도사업비’는 조합장에게는 엄청난 유혹이다. 조합장이 되면 많게는 연간 10억 원 안팎의 지도사업비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설이나 추석 명절 때 조합원들에게 뿌리는 막대한 양의 현물과 상품권 등이 다 지도사업비에서 나온다. 너도나도 돈을 뿌려가며 조합장 선거에 매달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 밖에도 조합장이 되면 싼 이자로 빌려주는 각종 지원금의 집행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유통 등의 사업을 하면서 ‘플러스알파’도 만만치 않다는 입소문이다. 그래서 당선만 된다면 비용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는 생각이 퍼져 있다. ‘본전’을 찾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불법행위의 유혹을 쉽사리 물리치지 못한다.

조합장은 관련조합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막강한 권한을 지녔다. 특히 나주 같은 도농통합 지역의 경우 많은 주민들이 조합원이어서 ‘미니 지방선거’로 여겨지기도 한다. 선거에 뛰어든 후보자들은 ‘일단 되고 보자’는 생각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지금까지 조합별로 제각각 치르던 선거를 2015년부터 선관위의 집중적인 관리 감독 하에 동시 선거로 치르게 된 이유도 조합장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불법·탈법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불법 선거운동이 판을 치면서 동시선거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까지 이번 조합장 선거가 전체 위반행위는 줄었지만 4년 전에 비해 금품선거 사범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5당 4락’(5억 쓰면 당선되고 4억 쓰면 낙선)과 함께 ‘30만원 낙선 50만원 당선’(조합원 1인당 배팅 액수)과 같은 불미스런 단어가 인구에 회자되는 등 과거 조합장 선거의 잔재가 머리를 들고 있다.

조합장 선거는 자치라는 측면과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통한 민주시민 교육의 장으로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금품선거의 대명사로 불리며 조합장직선제 무용론까지 대두되고 있는 형편이다. 모든 선거의 부정행위가 조합장선거로부터 기인(起因)하고 있다는 오명마저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조합장선거를 치르면서 후보들의 감언이설에 수도 없이 속아왔기에 누가 되어도 별로 달라질게 없을 것이라는 체념에 많은 조합원들이 빠져있다. 그러나 이번 선거만은 후보들의 인물이나 그들이 내건 공약에서, 비록 다시 한 번 ‘그 나물에 그 밥’이고 ‘도토리 키 재기’란 느낌이 지워지지 않더라도, 눈앞에서 벌어지는 타락한 선거판만을 바라보지 말고 여태껏 치른 선거를 되돌아보면서 각오를 새롭게 다질 필요가 있다. 조합장 선거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모든 투표행위가 그러듯이 조합장 선거도 한 사람의 이름 밑에 붓 뚜껑으로 도장을 찍는 한 순간의 절차에 불과하지만 그 결과는 짧게는 4년, 길게는 관련조합이 존속하는 한 계속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이틀 있으면 조합원들은 흰 광복으로 칸을 막은 기표소에 들어가 조합장으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 이번 조합장 선거만은 어느 후보가 덜 부패했다는 따위의 어처구니없는 판단이 좌지우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후보의 공약이 더 났다든가 어느 후보가 조합을 위해서 더 잘하겠다는 등등을 잘 살펴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으면 한다. 조합이 변화하는데 선거만큼 중요한 계기는 없다.
이철웅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나주교통 일부 직원과 김철민 시의원 간의 진실공방 벌어져
2
갈수록 가관인 汎(범)들의 전쟁
3
66억 투입한 나주시 청소년 수련관, 1년 2개월 동안 문도 못 열어
4
나주지역 조합장 선거 15명 당선 ‘현직 강세’
5
나주투데이 이철웅 편집국장, 신인추천 수필부문 당선
6
영산포농협 조합장선거 ‘돈’ 으로 난장판
7
나주농협직원 조합장 선거개입 의혹, 파장 일어
8
죽산보 해체하면 황토돛단배 운영은 어떻게 하나
9
추위와 바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SRF 촛불, 정치권 향해 각성 촉구
10
등수육교 설치 관련 주민갈등, 무엇이 문제인가?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전남 나주시 예향로 3803 (이창동) 2층 나주투데이  |  대표전화 : 061)334-1102~3  |  팩스 : 061)334-1104
등록번호 : 전남 다00334   |  발행인 : 윤창화  |  편집인 : 이철웅  |  e-mail : njt2001@hanmail.net
Copyright © 2013 나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