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펙트인가, 유언비어인가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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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호] 승인 2019.03.01  15:5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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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2001년 민선 2기 김대동 시장 때 일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주투데이, 아니 편집국장인 필자는 나주권력의 눈엣가시였다. 당시 사무관 진급과 관련해 진급대상자 한 사람이 중학교 동문인데 당사자 말에 의하면 나와 가깝다는 이유로 진급에 애로 겪었다.

그 당사자는 나주시 총무국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한 최기복 현 문화원장이다. 최 국장은 중학교 3년 후배로서 내가 기자를 하기 전에는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으로서 기자가 된 후 우연한 자리에서 당사자가 후배라는 것을 밝혀 알게 된 사이다.

나주시 공직자들은 다 알겠지만 공직자 최기복은 나주권력이나 여타 권력주변부들에 대해 아부와는 담을 싼 자신의 임무에만 충실한 전형적인 공직자다. 오죽 했으면 사석에서 내가 최기복에게 자네는 좋게 표현하면 ‘FM’이고 좀 폄훼하자면 ‘막캥이’(꽉 막혔다는 전라도 사투리)라고 말했을 정도의 인물이다.

오직 ‘법대로’ 공직업무를 집행하는 ‘융통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공직자로서 뚜벅뚜벅 자기 길만을 걸어갔던 나주공직사회의 롤 모델이라고 해도 누구 한사람 반대의견 내 놓을 수 없는,  대한민국 공직자로서는 하자가 없는 공직자다.

그런데 사무관 진급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나주투데이가 2001년에 창간했는데 당시 최기복 팀장이 “창간 때 물질적 도움을 줬다”, “부부간 여행을 다녀왔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누군가가 시장에게 유포했던 것 같다. 볼펜 한자를 도움 받은 게 없었고, 부부간 여행은커녕 짜장면 한 그릇 같이 먹어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최 팀장이 김 시장과 불편한 나와 가깝다는 이유 하나로 시장 측에서 사무관 진급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후 최 팀장은 사무관 진급을 했는데, 최 팀장의 말에 의하면 김 시장을 직접 집으로 찾아갔다고 한다. 김 시장을 만나서 “사무관 진급 여부를 떠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찾아왔다”면서 “이철웅 국장과 학교동문으로 좋게 지내는 사이인 것은 맞지만 창간 때 물질적인 도움을 주거나 여행을 간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일을 경험하고 난 후로는 가까운 공직자가 술이나 식사를 하자고 해도 나로 인해서 피해를 받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될 수 있는 한 자리를 만들지 않는다.

민선 1기 나인수 시장과 민선 3,4기 신정훈 시장 재임 때는 그렇지 않았지만, 민선 2기 김대동 시장, 민선 5기 임성훈 시장, 현제 민선 6,7 강인규 시장까지 나주시청 공직자들이 술이나 식사를 하자고 하면 피하는 편이다.

필히 자리를 할 일이 있으면 타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외진 곳으로 장소를 잡는다. 당시 최기복 팀장과 술을 마시기 위해 다도면에 소재한 다도댐 주변을 자주 찾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시내에서 술, 밥을 먹었을 경우 나주권력의 가시권이어서 바로 보고가 되는 경우가 많아 나와 자리를 했던 공직자가 인사 등 여러 부분에서 불이익을 당한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모 시장 재직 때는 감사실장의 하루 일과의 시작이 나를 비롯한 시장과 불편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인사들의 동향보고, 이를테면 공직자 누가 그들과 자리를 같이 했다는 등의 보고였다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시장과의 불편한 관계 의식하지 않고 나주투데이 사무실 수시로 찾고, 장소 가리지 않고 수시로 만나는 공직자도 있었다. “네발 달린 짐승이 어딘들 못가냐“며 되레 나의 우려를 기우(杞憂)로 치부하면서 공적 사적으로 자주 만났다. 정년퇴임한 유종관 팀장이 기억에 남는다.

나주시는 민선 시작 이래 민선 1기 나인수 시장을 제외하고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장들이 피아(彼我)를 확실히 구분해 시정을 운영하는 행태를 보였다. 나주판 ‘블랙리스트’(Blacklist)와 ‘화이트리스트(Whitelist)’의 존재였다.

블랙리스트(Blacklist)는 흔히 살생부로 통하는 영어단어다. 요즘 무슨무슨 블랙리스트하면서  널리 쓰이는 단어로, 보통 부정적인 의견이 담겨져 있는 내용 혹은 단어를 의미한다. 블랙리스트가 아닌 나머지는 긍정적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반대 개념으로는 화이트리스트(Whitelist)가 있다. 이는 화이트리스트가 아닌 나머지는 부정적이라는 의미다.

화이트리스트가 얼핏 듣기엔 블랙리스트보다 덜 부정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실제로 화이트리스트는 화이트리스트에 있는 소수 이외를 전부 배제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블랙리스트에 있는 대상만 차별하는 블랙리스트보다 더 광범위하고 심각한 차별을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 개념이라고 절대 긍정적인 단어가 아니다. 즉 ‘나주판 화이트리스트’는 권력주변부에 기생하는 소수 특정인을 정의하면 맞을 듯 싶다.

인간이 살아가는 여타 사회 속에서 특정인을 가려 접촉을 원하지 않거나 도움 주기를 꺼려지는 인간관계는 노상 있어왔다. 이러한 불편한 관계를 떠안은 존재가 블랙리스트라고 봤을 때 나는 나주권력의 화이트리스트가 아닌 블랙리스트임에 분명할 것 같다.

얼마 전 취재차 모 과장을 만났다. 평소 직업을 떠나 호형호제하는 사이인데 다짜고짜 저번 인사 때 승진에 누락된 모인을 거론하면서 “형님 그 친구와 가깝게 지내지 마세요. 형님과 친한 사이라고 소문이 나서 승진에 누락됐다“며 나를 나무랐다. 덧붙여 ”형님이 정말로 그 친구를 생각한다면 승진이 될 때까지 만나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지만 “공직사회에 그런 소문이 파다하다”며 “형님은 한 번도 그 소문을 못 들었냐”고 되레 반문했다. 멘붕이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남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쓸데없는 얘기의 와전이겠지”, “나와 시장의 관계가 불편하다보니 일부 공직자가 ‘소설’을 쓰고 있겠지” 등으로 머리가 어수선했다. 그런데 순간 2001년 최기복의 사무관 진급 사건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쳤다. “맞아 그런 일도 있었지”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혼란스러웠다. 사실일까? 그럴 수가 있을까? 등등….

2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최기복 사무관 진급 때 같은 믿기지 않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해보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한 표다. ‘나와 가깝다는 이유로 승진에 누락되었다’는 소문이 유언비어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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