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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의 정치학》 정희진 엮음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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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1호] 승인 2019.03.01  14: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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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는 왜 ‘미완의 혁명’인가”

2018년 1월 29일 서지현 검사의 검찰 조직 내 성폭력 피해 고발 이후 정계, 문화예술계, 스포츠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미투’는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남성 중심적 성 문화를 뿌리째 뒤흔들어 일상의 혁명을 촉구하는 매우 급진적인 운동이다.

호주제 폐지 운동 이후 이렇게 전 세대의 여성들이 고르게 지지한 운동은 없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미투 운동은 법과 제도, 사회 질서 전반에 성차별적 통념이 얼마나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폭력 가해자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분위기가 쉽게 조성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직장 내에서 벌어진 권력형 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남성이면 노동 문제가 되고 피해자가 여성이면 성적인 문제로 둔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투의 정치학’은 미투 운동의 중간 점검이다. 한계를 묻고 과제를 모색한다.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구조적 폭력 문제를 고민하는 ‘성 문화 연구모임 도란스’가 기획하고 여성주의 활동가 4명이 썼다. 여성학 연구자 정희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 권김현영 등 저자들은 미투 운동, 페미니즘을 둘러싼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누구에게나 술술 읽히는 책은 솔직히 아니지만, 공들여 읽고 나면 눈이 밝아진다.

여성주의 시각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성적 자기결정권’,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는 한국 사회의 남성 연대, 사법부의 젠더 감수성, 젠더 폭력과 젠더 개념 등을 살펴봄으로써 성차별과 성폭력을 지속시키는 우리 사회의 부정의를 파헤친다.

책은 여성들에 대한 쓴 소리도 담겼다. 미투 운동이 격화하면서 여성들은 분열할 조짐을 보였다. 늘 약자 편에 서 왔다고 자부하는 이른바 386세대 진보 여성들은 미투 이슈를 마주하고 표변(豹變)했다. 오히려 피해자를 몰아 붙였다. “왜 뒤늦게 이제 와서 피해자라고 하는가. 성인 여성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스스로 이성의 화신이라고 자랑스러워한다.

권김현영은 안희정 1심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386 여성들의 문제점을 쓰라리게 짚는다. “그들은 그 동안 남성들과 동등한 동지로서 관계를 맺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피해자나 약자로서 여성을 주장하는 게 시대착오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일종의 피해자 혐오, 약자 혐오의 정서다.”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난민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실상도 ‘약자들의 연대’에 회의를 품게 한다.

미투 운동이 여성에 대한 폭력 전반을 고발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나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1심 재판부가 그랬듯, ‘성적 자기결정권’이란 개념조차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꾸려나가는 자율적 주체임을 존중받는 것”(한채윤)이 아닌 ‘정조를 지킬 의무’의 연장선에서 파악할 정도로 빈약한 성인지 감수성이다. 최근 일부 페미니스트들조차 트랜스젠더와 동성애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주장하는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투 너머’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폭력을 고발할 자격은 누가 부여하는가. 어째서 어떤 여성에 대한 폭력은 ‘젠더 폭력’이 되고 어떤 여성에 대한 폭력은 그렇지 않은가. 그 가름의 기준은 무엇인가. 남성에겐 전혀 없는 정조 관념이 여성에겐 왜 계속 적용되는가. 공동체의 안전과 성숙, 진보를 위해서 남성 중심적인 문화는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 이때 남성의 역할은 무엇인가.

미투가 ‘미완의 혁명’인 건 한국 사회가 아직 이러한 질문에 마땅한 응답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방향의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가. 권김현영·루인·정희진·한채윤이 꾸린 연구모임 ‘도란스’의 네번째 책 <미투의 정치학>에 그 힌트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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