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전문직위에 농업직렬 우회 보임,
학예연구사 전문직렬을 일반 행정직에 보임

나주시가 채용한 학예연구사들이 학예연구 등 본연의 업무에 배치되지 못하고 일반 행정 업무를 병행 수행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학예연구사는 박물관 등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기 위해 전시 목적·유형·규모 등을 결정하거나 자료 및 시장조사를 통해 전시기획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직업이다.

또한 발굴된 문화재 등을 제작연도, 종류, 출토지역 등에 따라 검토·분석하여 전시대상 소장품을 선별하거나 소장품에 대해 연구하고 보고서 작성 및 출판, 관람객 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기획·관리하는 고도의 전문직이다.

나주시는 이와 같은 고도의 전문성이 있는 학예연구사를 3명 채용해 놓고도 이들을 행정요원으로 활용하고 있어, 이들의 전문성을 사장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주시가 채용한 학예연구사 중 윤지향(6급)씨는 문화예술과 문화정책팀장으로 보임되어 있고, 김종순(6급)씨는 도시재생과 도시재생 정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 임용된 박세연(7급)씨는 역사관광과 문화재 관리팀에서 문화재 현상변경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다.

나주시 지방공무원 정원 규칙에 따르면 학예연구사는 복수직렬 대상에 지정되어있지 않아, 이들이 관련부서 팀장요원으로 지정되어 일반 행정업무를 병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정원 규정상 도시재생과에는 학예연구사가 보임될 직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주시는 이를 무시하고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나주시청 총무과 관계자는 “학예연구사는 전문직으로 복수직렬 직위에 보임될 수 없지만 예우 차원에서 팀장 직위에 보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나주시 공직자 A씨는 “전문직 공무원을 다른 방법으로 예우하면 되지 꼭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일반 행정업무를 병행 수행하는 직위에 보임할 필요가 있느냐”며 의문을 제시했다.

더욱 가관인 것은 5급 총무과장은 행정직 단수 직렬 직위로 행정직렬 외에 다른 직렬을 보임할 수 없지만 나주시는 이를 무시하고 농업직 직렬인 조성은 씨를 이 자리에 보임하였다.

더욱이 농업 직렬인 그를 이 자리에 배치시키기 위해 ‘직무대리’라는 우회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총무과장은 공무원의 인사, 복지, 서무, 행정 등 행정 업무 전반에 대해 총괄적인 책임을 갖는 자리로, 나주시 모든 행정의 중심이자 핵심 역할을 하는 등 고도의 행정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되는 자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 내에 일반 행정 경험과 전문성을 두루 갖춘 행정직렬 공무원을 배제하고 농업직렬 공무원을 우회적인 방법으로 임명한 나주시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즉 “임명권자인 나주시장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측근 인사’, ‘끼리끼리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나주시가 이와 같이 공무원의 전문성을 활용하지 못하고 적재적소 인사 원칙을 무시하는 등 원칙 없는 인사를 단행함에 따라 공무원의 사기가 저하되고 줄서기와 편 가르기가 만연된다면 이는 나주 발전에 큰 장애가 되고, 그 피해는 결국 우리 시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옥 총무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설 동인 빛가람동에서 수고를 많이 한 조성은 전 동장에 대한 보상 차원과 농업직렬 등 소수 직렬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시행된 것”이라며 “현대 사회가 융복합 산업 시대인 만큼 공무원의 여러 가지 경험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현 공무원 정원 규정과 일치되지 않는 부분은 있어 조만간 총무과장 직위를 복수직렬로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직자 일각에서는 “총무과장 직위를 복수직렬로 만들려는 시도는 공직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특정인을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의 성격이 짙다”고 밝혔다.

학예사의 행정직 보임에 대해서는 다수의 공직자는 “나주시의 경우 천년 고도 경주에 버금가는 반남 고분 등 역사 문화자원이 산재해 있고, 천년 역사의 나주 문화 자원을 체계적으로 발굴하고 관리하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는 등 학술 연구를 담당해야할 전문 공무원의 능력이 사장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