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 틀린 말을 하면, 문제가 만만찮다. 우선 사실과 다른 말을 한 것이니 독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이라서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그런 틀린 말이 대개는 바로잡히지 않은 채 역사에 기록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그 때문에, 신문이나 방송이 틀린 것을 바로잡는 데 소홀히 하는 일은 두고두고 욕을 들어도 싸다). 몰라서 그랬다면, 그건 말할 것도 없이, 더 큰 문제다. 몰라서 왜곡한 사례 한 가지.

박근혜 대표가 광복절 기념시게서 최근 국가 정체성 논란과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여야간 대립각이 첨예한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조우할 경우 어떤 대화를 나눌지 주목된다.

어느 신문의 「朴 대표 8․15기념식 참석한다」라는 기사 가운데 한 구절이다. 문장 자체도 매끄럽지 않아 읽기에 불편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신문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식적인 광복절 기념식 참석자는 초청장을 받는다. 더군다나 제1야당 대표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그런 야당대표가 기념식장에서 대통령과 ‘우연히’ 만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이 안 된다.

‘조우(遭遇)’는 미리 약속하지 않은 상태에서 ‘뜻밖에’ 만났을 때 쓴다. ‘遭’나 ‘遇’가 모두 ‘우연한 만남’을 가리킨다. 그래서 “아니, 여기는 어쩐 일로…” “아니, 선생님이야말로 어쩐 일로…”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야 ‘조우’라고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난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는 만남은 전혀 ‘조우’가 아니다. 광복절에 박 대표와 노 대통령은 ‘조우’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조우’와 비슷한 말로는 ‘해후’가 있다. 오랬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나다는 뜻이다.
그러니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기주와 태영이 2년 만에 파리 거리에서 만난 것은 해후지만,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과 북이 만난 것은 해후가 아니다.
             
(이진원의 ‘우리말에 대한 예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