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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밤을 삶다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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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5호] 승인 2018.12.07  16: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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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밤을 삶는다
푹 잠기도록 물을 부어 날것의 시간을 익힌다
냄비 뚜껑을 여니
밤의 일생이 색인표처럼 빛깔로 정돈되었다
선명한 밤색, 검은색, 누르스름한 색,
검다가 희다가 밤색이다가 한 밤
제 타고난 빛깔을 잃은 것은
벌레에게 점령당했거나 병든 밤이다
이토록 선명한 자술서가 또 있을까 싶다
인증을 받듯 온몸으로 증명하는 밤의 한 생
눈을 감으니 신의 마음이 읽힌다
별 다섯 개가 빛나는 오성호텔 같은 생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토실한 알밤을 건너
병들고 벌레 먹어 검게 내려앉은
썩은 밤을 불러올리는 신
검은빛이 밤의 흉터라는 사실을 각성한 순간
나는 무릎을 꿇고
눈을 뚝 뜨고 죽은 소년병사의 눈을 감기듯이
썩은 밤의 쓰디쓴 눈물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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