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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최태섭(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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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4호] 승인 2018.11.30  16:5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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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는 왜 억울해 하는 것일까?”

이 시대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른 젠더 문제에서 지금까지 초점은 여성의 문제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출간된《한국, 남자》는 그 나머지 반절, 성별 질서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남성성을 중심으로 젠더 문제를 고찰한 책이다.

사회학자인 저자 최태섭이 30대, 남성, 사회학 연구자의 시선으로 지금 페미니즘의 물결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한국 남자들에 주목한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남성들의 몰락 현상과 남성성에 대한 연구들을 소개한 뒤, 지금의 한국 남성성이 형성되어온 역사를 되짚는다. 이를 위해 저자는 조선 후기로부터 6·25, 군부 독재 등, 한국 남성성의 결정적 국면들을 시대 순으로 엮어 한국 남자의 사회사를 꾸렸다.

   
 
더불어 온라인 공간에서 발현된 한국 남성성이 페미니즘의 부흥기에 어떤 대응을 보이고 있는지 소개하며 그 문제를 분석한다. 다양한 선행 연구들과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통계 자료들을 폭 넓게 활용함으로써 ‘팩트’를 통한 신뢰도를 높였다.

한국 남자의 줄임말 ‘한남(韓男)’.  페미위키에 따르면 한남은 “대체로 여성혐오적인 사고방식을 깔고, 문화지체를 보이는 남성”으로 “주로 한남이라고 줄여 부르지만 때때로 한국 남성 전체를 싸잡아 일컫는 말”이다.

한국 남성이라면 누가(특히 여성) 자신을 가리켜 ‘한남’이라 부르면 불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 남성들은 최근에야 페미니즘 운동(특히 미러링)에 대해 불쾌함과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사실 여성들은 그런 불쾌함과 억울함, 더 나아가 위협을 아주 어릴 때부터 안고 산다. 억울할 수도 있다. 딱히 여성 차별이나 혐오를 한 적도 없는데, 왜 내가 한남이란 소리를 들어야 하나. 그러나 혹시 누가(주로 남성) 여성을 향해 ‘된장녀’ ‘김치녀’라고 싸잡아 지칭할 때 적극적으로 저지한 적이 있는가.

 《한국, 남자》는 ‘한국 남자’가 어쩌다 ‘한남’이 됐는지를 되짚어보는 책이다. 저자는 단순히 흥밋거리 사건들만 나열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제목에 쉼표가 붙은 것처럼 우선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군부독재, 외환위기, 금융위기, 장기화된 불황 등 한반도의 근현대사를 시대 순으로 조망한다. 비극적이고 굵직한 사건들 속 남성성은 어떻게 작용했고 변해왔는지를 선행 연구를 인용해가며 촘촘히 따져본다. 여기에 각종 통계와 자료를 덧붙여 설득력을 더한다.

《한국, 남자》가 한국의 남성성을 분석한 이유는 현 시대 대한민국에서 논쟁되는 젠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저자가 인용하는 선행 연구와 의견들은 대부분 페미니즘에 의한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페미니즘 자체에 관한 논의를 “남자라는 존재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제”하였다고 고백한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지울 수 없는 이상, 그리고 그들과 공존해야 하기에, 지금껏 굳어져 공기와도 같게 된 성별 질서와 자신들에게 부여되었던 남성성에 문제의식을 갖고 되돌아보아야 한다.

저자가 한국 남자의 사회사를 꾸리면서 보여주듯이, 남성들에게 부여되었던 남성성은 기실 현실의 남성과 전혀 무관하게도 체제의 순조로운 지배를 위해 호명된 것이었다. 그 남성성과 현실의 괴리가 지금의 남성들을 괴롭게 한다면 해체해야만 한다.

때문에 이 책의 논지는 단순히 ‘좋은 남자’가 되자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 발붙인 이상 남성이건 여성이건 성별의 호명에서 자유롭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남성성의 자장을 인식하고 성별 질서로부터 자유로운 인간 주체가 되기를 권장한다.

저자가 서문과 결문에서 동일하게 제시하는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한 사람의 주체로, 또 타인과 연대하고 돌보는 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이 책에 대해 “남자로서의 자기 인식인 동시에 사회적 객관을 위한 고민의 산물”이라 말하는 저자는 “누군가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한 사람의 주체로, 또 타인과 연대하고 돌보는 자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문제의식을 담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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