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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두노미(藏頭露尾)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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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승인 2018.11.02  19: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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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해마다 연말이 되면〈교수신문〉에서 그해를 되돌아보며 사자성어로 논평을 한다. 전국의 대학교수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다. 해당 연도에 대한민국에서 있었던 사건과 그 사건에 대한 한국인의 입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올해의 사장성어’는 어느 것 하나 촌철살인 아닌 게 없고 시대상황을 아주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 많다.

그 중에서도 2010년도 올해의 사자성어는 선견지명까지 겸비한 근래에 보기 드문 최고의 사자성어가 아닌가 생각된다.

2010년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는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한 모습’을 가리키는 ‘장두노미’(藏頭露尾)였다. ‘장두노미’는 ‘진실은 감춰도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국 원나라의 문인 장가구가 지은 〈점강진?번귀거래사〉와 왕엽이 지은 〈도화녀〉에 등장하는 이 말은 ‘쫓기는 타조가 머리를 덤불 속에 숨기지만 꼬리는 미처 숨기지 못해 쩔쩔 매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당시는 이명박 정권 시절인데, 교수들은 ‘장두노미’를 2010년의 사자성어로 채택한 것에 대해, 4대강 개발과 논란과 천안함 침몰,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영포회 논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예산안 강행 처리 등 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정부가 국민을 설득하고 의혹을 깨끗이 해소하려는 노력보다 진실을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선정했다고 지적했다.

‘장두노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오늘을 8년 전에 예견한 대한민국 대학교수들의 혜안(慧眼)의 진수였다. ‘진실은 감춰도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장두노미’가 지난 10월 16일 법원이 이명박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 원, 추징금 83억 원이 선고되면서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이명박은 2007년 8월 17일 〈한나라당 제 17대 대통령 후보 선출선거 합동 연설회〉에서 “이거 다 거짓말인 것 아시죠?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여러분 저는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누가 나에게 돌을 던질 수가 있습니까?”라며 다스 실소유주와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아님을 줄곧 부인해왔었다

즉 ‘다스는 누구 것입니까?’ 2007년 한나라당 당내 경선에서 처음 제기된 뒤 지금까지 11년 동안 이 전 대통령을 줄기차게 따라 다니던 의혹에 대해 처음으로 법원이 판단을 내놓았다. 법원은 과거 다스 설립 과정에 종잣돈 역할을 했던 문제의 ‘도곡동 땅’ 역시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스와 얽힌 수많은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실소유주로 법원이 인정했다. 11년 만에 이명박에 대한 진실이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이 대통령이던 시절 이명박의 말은 모두가 진실이었고, 그에 대한 의혹은 가짜뉴스로 매도되었다. 한겨레도 가짜뉴스로 매도되면서 당시 대통령이던 이명박으로부터 소송까지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겨레는 특별취재팀까지 꾸려 BBK, 다스, 도곡동 땅 등 이명박의 소유의혹을 파헤쳤으나 이명박으로부터 50억 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1심에서는 사실이 아닌 보도라며 패했고 2심 재판부에서 한겨레신문은 대통령이던 이명박과 조정에 합의했다. 한겨레 1면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기에 이를 알려드립니다. 이보도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원고(이명박)에게 피해를 준 사실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정정보도문을 발표해야 했었다. 그러나 11년 만에 진실은 밝혀졌다. 한겨레는 이명박이 주장한 것처럼 가짜뉴스가 아니었다.

지난 1월 22일 강인규 시장은 SNS(나주시민 소통 사랑방)을 통해 “그동안 지역 특정신문의 가짜뉴스에 대해 참을 만큼 참았습니다”라며 “소송을 통해 옳고 그름을 가릴 것이며, 진실을 밝히겠다“며 나주투데이를 명예훼손 등으로 1월 23일 검찰에 고발했다. 나주투데이를 가짜뉴스로 매도했다. 

강 시장은 “특정신문(나주투데이)은 작정이나 한 듯이 민선 6기 나주시와 저를 비난하는 기사를 셀 수 없이 많이 쏟아냈다는“ 등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소송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언론이 특정사안에 대한 합리적 의심과 함께 의혹을 파헤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나주권력’이라 할 수 있는 시장의 부당한 행정행위가 있다면 지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이를 비판하고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의무이지 비난이나 음해가 아니다.

호주 출신의 정치학자 존 킨은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에서 민주주의의 이상을 “겸손한 자들의, 겸손한 자들에 의한, 겸손한 자들을 위한 통치”라고 풀이한다. 그는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통상적으로 이해되는 ‘대의 민주주의’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파수꾼 민주주의’라고 규정하는데, 이것은 무엇보다도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한 공적 감시와 통제에서 성립한다. 그래서 단지 권력의 오만함을 경계하고 타인에 대한 지배의 야망을 멀리할 줄 아는 겸손한 사람만이 민주주의를 누리고 꾸려갈 수 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예상을 뛰어넘은 민주당의 압승을 보고 문 대통령이 ‘등골이 오싹해지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을 때, 그 말은 결코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음에 틀림없다. 문 대통령의 그런 심정 토로는 지난 선거의 가장 빛나는 의미가 오만한 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냉엄한 심판이었음을 꿰뚫어 본 겸손한 지도자의 너무도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니었을까. 이 모든 권력은 적절한 감시와 견제가 없으면 언제든 오만해질 수 있고, 오만은 반드시 응징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명박의 거짓말이 ‘장두노미’가 되는데 무려 11년이 걸렸다. 강인규 시장이 가짜뉴스라고 매도한 나주투데이의 진실도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선악을 떠나 나주투데이 보도가 가짜뉴스가 될지 아니면 ‘장두노미’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예로부터 진실은 시간의 딸”이라는 다빈치의 말처럼 세월이 흐르면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다.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 진실은 절대 묻히지 않는다. 진실을 감추려는 자 언젠가는 진실 앞에서 발가벗겨진다. 아무리 숨긴다 하더라도 말이다. 진실은 진실일 뿐이다.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다. 지금은 잠시 어둠이 빛을 가장해서 호령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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