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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폐지 논란 이제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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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호] 승인 2018.10.22  00:4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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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웅 국장
사형제는 관연 필요악인가? 강력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실제로 존재하는가? 지난 10월 10일 16번째 ‘세계 사형제 폐지의 날’을 맞아 사형제 폐지가 또 다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형제 논의가 급물살을 탄 것은 지난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 특별보고 자리에서 ‘사형제 폐지’를 요청하면서다. 지난 3월엔 대통령 개헌안에서 사형관련 규정이 삭제되면서 사형제 폐지를 위한 포석이 마련했다. 당시 청와대는 현행 헌법에서 유일하게 ‘사형’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제110조 4항을 삭제한 개헌안을 발표했다.

사형이란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법이라는 이름아래 이뤄지는 합법적 살인으로서, 국가에 의한 계획적인 살인행위이다. 국가의 형벌권에 의하여 사형으로 처벌될 범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범법자의 생명을 제거하는 행위인 사형제도는, 아무리 법이라 해도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 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사형 제도를 존치하는 국가들에서 항상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우리나라는 국민의정부 출범 직전인 1997년 12월 30일 23명의 사형수에게 사형을 집행한 뒤 현재까지 사형집행이 한 건도 없어 국제사회에서 사실상의 사형폐지 국가 분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는 별도로 지난 15대와 16대 국회에서도 사형제의 확실한 폐지를 위해 사형제폐지특별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통과에 실패 또는 자동폐기 됐고, 이어 17대 국회에서도 여야 국회의원 154명이 2004년 12월 사형제를 폐지하는 대신 가석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종신형'으로 대체하는 입법안을 발의해 했지만 또 다시 자동 폐기됐다.

이렇듯 사회적 합의 수준은 꾸준히 높아졌지만, 여론은 폐지론과 존치론으로 여전히 팽배했다. 이런 때에 인권위원회가 전면적으로 존폐 및 대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시의 적절했다.

필자도 일찍이 지난 2004년 7월 26일자 칼럼을 통해 "사형제도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을 선고받아 형이 집행된 다음 그 누명이 벗겨졌다고 할 때 원상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과 "자유당시절의 죽산 조봉암 선생의 진보당 사건, 5,16군사쿠데타 직후의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 사건, 75년 8명의 사형수를 대법원확정판결 20시간 만에 전격 사형을 집행한 인혁당 사건, 그리고 신군부 세력에 의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등을 실례로 들며 사형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바 있다.

필자는 2006년 2월 칼럼에서도 “오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형제도는 권리구제의 마지막 희망까지 짓밟고 있는가 하면, 특히 사형은 형벌 또는 제재라기보다는 한 생명에 대한 말살 행위로서 도덕적으로도 정당성을 부여받지 못한다”며 사형제 폐지를 거듭 주장했다.

사형이란 제도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국가에 의한 계획적 살인행위이며 국가 테러리즘의 한 종류라는데 있다. 이와 함께 인간의 생명은 절대권리로서 국가가 박탈할 수 없음에도 법(法)이라는 이름으로 국가에 의한 합법적 살인이 이루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법적 공방도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사형제도 존치론자들이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는 '위하력'(위협하여 겁주는 효과)이다.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보편적인 공포심리에 기초하여 범죄자, 특히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생명은 박탈될 수도 있다고 예비적 범죄자들에게 경고함으로써, 또는 이미 범죄를 실행한 범죄자의 생명권을 실제로 박탈함으로써 예비적 범죄자들에 대해 위협을 가해 흉악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형이라는 제도가 '위협하여 겁주는 효과' 즉 위하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사형제도는 필요하다는 논리다.

인권위가 지난 10일 발표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단순히 사형제 ‘찬반’을 물었을 때 응답자의 80%가 폐지해 반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흉악범죄를 다룬 기사의 댓글엔 ‘사형시키라는 댓글이 많은 추천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위하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형성이다.

그러나 실제 사형의 위하력은 그다지 크지 않으며 무에 가깝다는 것이 오늘날 각국에서 알려진 연구결과이다. 실제로, 미국의 범죄 관련 학회들의 전·현직 학회장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88%가 사형제도가 범죄예방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상식과 달리 사형제는 범죄를 예방하지 못한다는 것에 학계 의견은 거의 일치한다. 대부분의 사회과학 연구는 사형제가 범죄를 억제한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 사형과 종신형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확인하고 있다.

현재 학계에서 사형제를 대신할 대체형벌로 활발하게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제도가 종신형이다. 종신형은 크게 가석방이 없는 절대적 종신형과 가석방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상대적 종신형으로 나뉜다. 절대적 종신형은 범죄자를 죽을 때까지 사회로부터 격리한다는 점에서 사형에 대한 대체 형벌로 지지를 받지만, 기본권제한이 너무 크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상대적 종신형은 수감 20년이 지나면 가석방이 가능한 무기징역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갈레의 대체형벌을 놓고 학계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사형제 대체 형벌로 어떤 종신형을 채택하든 이 차지에 사형제 폐지에 대한 논란의 종지부를 찍고 사형제 폐지국가를 선언해야 한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사형 제도를 "목숨을 가볍게 여기는 반생명의 문화"이며 "사형은 용서가 없는 것이며, 용서는 바로 사랑이기도 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것은 흉악범죄의 문제를 사랑으로 다스리자 거나 소극적으로 대처하자는 얘기가 전혀 아니다. 흉악범을 엄벌에 처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생명만큼은 살려둔 채 용서하고 회개하게 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는 것이다. 종교적인 관점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다.

근대의 인도주의 형사법의 원칙도 응보와 복수에서 예방, 교화, 용서, 사랑, 치유, 화해로 진화해 나갔다. 사형제는 이러한 흐름에 명백히 역행하는 제도이다. 사형제 폐지 논의가 다시 뜨겁다. 사형집행이 중단된 지 21년을 맞이한 지금, 진정으로 흉악 범죄로부터 자유롭고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진지한 고민이 다시 시작되어야 할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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