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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 윤영근의 소설 표해록 - 2. 제주 조천관(朝天館)(13) 별도포 해신제(海神祭)
신광재 기자  |  sjs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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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호] 승인 2007.02.2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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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사 주지 스님은 이번에 경차관을 싣고 나주로 가야할 모든 선원 35명 전부를 불러 들였다. 무사 항해를 위한 해신제를 올리기 위해서였다.

그들의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무거운 침묵 속에 발걸음 소리만 가슴을 누른다.
 
"뚜벅 뚜벅."

오직 궂은 날씨 때문이었다. 신에 바칠 소박한 음식은 깨끗하고 정갈하게 준비했다. 몸과 마음도 잡티하나 없이 청결하게 했다.

해신사(海神祠)는 출항할 별도포(別刀浦)입구의 길가에 있었다. 제주를 떠나는 배들은 거의 모두가 별도포에서 출항한다. 별도포는 언제나 붐비고 많은 배들이 포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별도산(別刀山)이 양팔을 크게 벌리고 보듬어 안듯 반원을 그리는 포구는 정이 넘치고 따뜻한 온기가 흐르는 포근한 항구다.

아무리 무서운 태풍이 몰아쳐도 별도산의 두 능선이 해안까지 잇대어 있어서 끄떡없다. 그러니까 오늘날의 제주시 동쪽에 있는 화북동 포구를 말한다.

해신사는 해마다 정월이면 선박이 출항하기 전에 바다의 용왕님께 제사를 지냈던 곳으로 해상의 안전을 간절하게 기원해온 터이다.

바다가 그들의 삶의 터전이며 일구어 나가야할 논밭 같은 존재인 제주사람들에게 있어서 노여운 신을 달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다.

해신사는 거친 바다를 풍요롭게 일구기 위한 제주 인들의 정성과 애정의 몸짓이 깃들어 있는 곳이다. 그들의 정신적인 위안소이기도 했다.

당집이라기보다는 초라한 모습이 상엿집 같았다.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이곳의 당신을 철통같이 믿었으며 바다로 가기 전에는 빠짐없이 들렀다.
 
"따-악 따-악…."

스님의 불경을 외우는 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진다. 격군(格軍)으로 불리기도 한 일부 노꾼들은 두 손을 모아 비비면서 무슨 말인지 모르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건장한 체격의 격군은 순한 양처럼 머리를 숙이고 공손하게 빌었다. 바다에서는 힘이 문제가 아니라 해신에게 의지해야하는 생활에 익숙해진 그들로서는 당연하며 정숙하고 엄숙한 경배의 올바른 자세라 하겠다.
 
"해신(海神)이시여! 바다를 잔잔하게 해주시고 무사항해를 보살펴 주시옵소서."

푸른 제주 앞 바다가 유난히 푸르지만 세찬 바람이 불어 파도를 칠 때는 하얀 거품을 일으킨다.

일년 중 가장 심한 파도와 태풍이 몰아치는 정월의 항해가 편하기만을 기원하는 이들의 바람은 한결 같다. 파도가 높을 때는 아예 하얀 바다로 보인다.

제주목사가 특별히 임명한 총무의 일로 매니저역할을 해야 할 진무(鎭撫)인 안의는 종6품의 벼슬아치인데도 스님 곁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다른 선원들도 모두가 마음을 모아 당신께 빌었다.
 
"정월의 거친 바다를 무사히 건너게…."

떠날 채비를 끝내고

사무인계를 끝낸 최부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제주도를 훌쩍 떠나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많았다. 광주목리의 정보가 말했다.
 
 "경차관님! 뒷산에 올라 떠나가야 하는 별도포를 마음껏 구경해 둡시다."
 "그래 자, 우리 모두 별도산(別刀山)으로 올라가서 제주바다를 싫건 보아두자."

별도산(해발 136m)은 별도포구의 뒷산을 말한다. 멀리 한라산을 배경으로 봉이 부드럽게 이어지며 해안까지 내려왔다. 산이 활처럼 휘어지며 양쪽 끝이 바다 쪽으로 튀어나와 먼 곳까지 전망이 터진 곳이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비상통로로 쓰이는 봉수길이 있어서 오르기에 편했다. 연대에 이르는 봉수 길은 아무나 다닐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일반인들은 다닐 수 없는 군사작전도로인 샘이다. 경차관이 앞장서서 오르기 시작했다.

연대는 오늘날과 같이 통신시설이 발달하기 이전에 적의 침입이나 국가의 위급한 상황이 발생되었을 때 도내 각처에 빠르게 연락하던 초고속 연락망의 구실을 했던 곳이다.

천천히 봉수 길을 따라 오르자 별도산의 꼭대기에는 봉수대(烽燧臺)가 있었다. 일정한 크기로 다듬은 돌로 사각형의 봉수대를 쌓았다. 두 척의 고기잡이 어선이 서둘러 포구로 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였다.

제일 높은 대에 올라선 최부는 손을 들어 흔들어 보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은 최부의 흔드는 손을 보지 못했는지 전혀 반응이 없었다.

해안을 철통같이 지켜야 하는 제주에서 연대는 해변지역에 설치했다. 그래야만 바다에서도 잘 보인다.

지역마다 해안지역의 방호소와 바다에서 전투가 벌어질만한 곳에는 꼭 연대를 설치해 두었다.

연락의 신속함을 위해서 해안에 돌을 쌓고 대를 만든 것이다. 서로 연락을 취할 때는 낮에는 연기를 피워서 알렸고 밤에는 환한 불꽃을 올려 먼 곳까지 적의 침입과 위급함을 알렸다.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때는 연대를 지키던 사람들이 직접 뛰어가서 다급한 상황을 알렸다고 한다.

별도산의 연대에서는 동쪽으로 조천(朝天), 서쪽으로는 수근(修近)연대와 연락을 취했다.

연대의 책임자를 별장(別將)이라 불렀으며 연락병은 조를 짜서 하루에 3교대로 근무를 했다고 한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켰으며 보통 민간인은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근무를 소홀히 했을 때는 엄한 중벌로 다스렸다고 한다. 남쪽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어찌나 차가운지 오랫동안 서있을 수도 없었다.

한편 수정사에서 내려온 제주출신 선원들은 삼사석(三射石)을 찾았다. 격군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김괴산(金怪山)이 가자고 우긴 곳이라 빼먹을 수가 없었고 함께 찾아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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