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1960~70년대 “산업화 바람이 불때만 해도 회갑연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단어가 별로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으며 칠순잔치란 말도 몇 번 읊더니 그것마저 사라지고 팔순잔치나 하지...”라는 말로 바뀌었다. 이제는 당나라 시성(詩聖) 두보(杜甫)의 곡강시(曲江詩)에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시구(詩句)가 무색할 정도로 장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에서 현재 65세 이상인 사람들의 평균수명을 91세로 본 것은 인생 수명 100세 시대에 가까웠다는 청신호이며 노인고령사회연구소 박상철 박사는 인생 100세론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한국의 전통식단인 밥, 김치, 국, 나물, 생선 등이 장수음식이라고 말하고 특히 김치와 간장, 고추장, 된장, 청국장 등의 발효식품은 장수식품의 으뜸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적당한 운동을 곁들이면 더욱 좋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기술의 첨단화는 인생 100세 시대를 강력히 뒷받침해 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년퇴직 연령을 살펴보면 그동안 국영기업체 직원은 58세, 공무원은 60세(교육공무원 62세)로 되어 있다. 이것도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그 연령이 낮춰지는 예가 있었으며 일반기업에서는 더 심한 편이다. 그래서 ‘사오정’이니 ‘오륙도’니 ‘삼팔선’이라는 은어까지 나돌고 있다. 요즘 퇴직연령은 61세로 상향조정했다는 말이 있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실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자의 삼계도(三計圖)를 보면 ‘일생지계재어유(一生之契在於幼)라고 했다. 이 말은 일생계획은 어렸을 때 세운다는 뜻이다. 이렇게 세워진 일생계획은 일반적으로 60대 초반이 되면 그것이 성취되었던 안되었던 그 계획은 끝나고 만다.

위와 같이 어렸을 때 세웠던 인생계획이 끝나고 인생 100세 시대를 살 경우에 앞으로 40년 동안을 어떻게 사느냐?가 문제이다. 고독과 싸우면서 무료하게 살 것인가? 화려했던 시절의 추억 속에 살것인가? 무평초처럼 물결따라 흔들리면서 살 것인가?를 이 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옛날에는 정년퇴직한 뒤에 어영부영 살다가 인생을 마감했는데 이제는 퇴직자들에게 40년이란 긴 세월이 안겨졌다. 그러므로 일생지계재어유가 아니라 인생 60에 접어들면 새로운 인생의 제2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 계획은 과하지 않게 자신만을 위한 계획을, 문학의 한 장르를 선택하여 그 장르에 따라 소설이나 시, 수필 등을 쓰겠다는 계획을, 그림이나 서예에 취미가 있는 사람들은 그런 분야의 계획을, 남을 돕고자 하는 사람은 그 분야의 봉사계획 등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한발 앞선 사람들은 정년퇴직한 뒤에 곧바로 그런 계획들을 세워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곤 한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값어치 있는 일인가? 그것은 정년퇴직 이전에 살아온 길과는 사뭇 다른 길이다. 이기주의자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간에 메어 살아왔던 틀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삶이 될 것이다. 40년이란 세월은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다. 일단 새로운 인생계획을 세웠으면 이를 의욕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습득한 지식과 축적된 경험은 이 새로운 계획을 추진해 나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이러한 계획을 추진해 나갈 때 의욕적인 열정은 건강까지 지켜줄 것이다. 허송세월은 건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을 위한 인생의 마지막 정열을 사양의 노을처럼 붉게 태워야 한다. 여기에서 노년의 보람찬 인생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제 바야흐로 1년 중 가장 좋은 계절인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집을 나와 나주 사람들의 애환이 서린 영산강 긴 물줄기를 따라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아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