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식 국장

우리들이 향유하고 있는 民主(민주)를 위하여 희생한 義士(의사)들에 대해서 쉽게 뇌리에 지워내는 기술에 능한 대한민국 백성들은 아마도 세계에서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은 1991년 5월, 민주화 운동의 거센 열풍을 타고 서강대학교 본관 5층 건물옥상에서 분신 후 투신하여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조국의 민주화 제단에 받친 ‘김기설’은 당시 20대의 청년이었으며, 그가 남긴 유서를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본부’ 강기훈 총무부장이 대필했다하여 징역 3년을 선고한 사건을 가리키는 사건이었다.

당시 5월은 잔인한 5월이 되었었는데 노태우 정권의 타도를 위하여 전국에서 11명의 열사들이 분신·투신 그리고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기위한 잔혹한 진압 과정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었다.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에 사라질 것 같았던 ‘강기훈 유서 대필사건’이 재심을 통해 우여곡절 끝에 무죄가 확정되었지만 당시 조작이라는 경로를 타고 유죄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었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검찰이 과거의 잘못된 수사를 바로 잡겠다며 출발한 검찰진상 조사단이 노태우 정권 당시 정부 차원에서 사건을 기획했는지에 대해 27년 만에 칼을 들고 나섰다는 소식에 우선 반갑다.

죽은 권력이든 산 권력이든 과거의 잘못된 권력의 행사나 역성에 대해서는 고해성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告解(고해)를 통해서 잘못을 바로 잡고 같은 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인간만의 용기 있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두려워 할 일이 아니라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강기훈씨에게 꼭 들려줄 말이 있다. 아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라며 사회에서 큰 ‘감’을 차지하겠다는 모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1991. 5. 강기훈 유서 대필사건을 접한 의식 있는 시민들은 당시 노태우 권력과 그 주구들에게 격노했었다. 일반적 상식선에서 ‘전민련’ 활동이라는 同志(동지)에게 자기 목숨이 아닌 동지의 목숨을 내어 놓으라는, 유서 대필이 가능했겠냐는 물음에서다.

20대 청년의 유서를 대필했다는, 인간이기를 거부한 패륜을 부각시켜 민주화 운동의 불꽃을 시민사회와 격리시켜 권력을 보위하려는 무서운 계략을 눈치 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무렵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가 구성 되었고 대책위에서는 대대적으로 모금운동을 펼쳤었다.

필자는 민주화 운동의 무임승차라는, 마음의 무거운 짐을 나누기 위해서 모금운동에 동참 했지만 여직 대책위 또는 강기훈 씨로부터 마음써준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는 메시지를 전해 들은바가 전혀 없다.

물론 오른손의 일을 왼손에게 알리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시대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고 아파했던 모두 분들에게의 위로는 당사자의 인간적 영역이라는 점에서 깊은 사색이 필요한 부분이다.

범사에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운동권이랍시고 남의 윗자리에 앉게 되었을 때의 병폐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에서 여실히 증명해 보일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문제점을 살피자면, 백성이 주인인 세상, 곧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또는 항거로 쟁취한 民主(민주)라는 도구가 자신들의 입신영달을 통하여 民主(민주)를 부정하는 행태라면 그 운동은 정말 사이비라 할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주지역만 보더라도 선거철만 되면 ‘민주화 학생운동’이라는 깃발이 넘치고 남는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질‘ 형태를 살펴보면 반 민주화가 정답이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누구든 떡을 보면 공평한, 그리고 형평성에 맞는 분배에 인색해서는 민주화 운동은 사이비다.  凡事(범사)와 이웃에게 감사 할 줄 알아야 민주주의는 완성되게 되어 있다는 의미다. 섬돌 위에 울고 있는 오동잎에서 지혜를 얻길 당부한다.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에게 유독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