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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의 자리, 칼의 자리》 오홍근(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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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4호] 승인 2018.08.31  19: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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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에 대한 칼의 테러, 언론테러 30년을 맞아 우리사회의 군사문화를 다시 돌아본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희대의 언론인 테러 사건이 일어났다. 1988년 8월 6일 당시 <중앙경제> 사회부장이던 오홍근은 출근길에 운동복을 입은 현역 젊은 청 둘에게 칼을 맞아 왼쪽 허벅지에 34센티미터가 찢기는 테러를 당한다. 그들은 별안간 오 부장에게 회칼을 휘둘렀다. 허벅지에 큰 자상을 입은 오 부장은 정신을 잃었다.

백주대낮에 벌어진 칼부림 사건의 범인은 군인이었다. 국방부 조사에 따르면 테러는 철저히 계획된 것이었다. 오 부장이 <월간중앙>에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테러를 꾸민 것이었다. 

   
 
군인이 민간인을 테러한 초유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군법재판은 범행을 공모한 군인들에게 집행유예, 선고유예 등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죄질로 봐서는 엄중 처벌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범행 동기가 개인에 사리사욕이나 이기심에서가 아니라 군을 아끼는 충정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라며 선고 이유를 밝혔다. '군을 아끼는 충정'에서 한 군인들의 행동은 분명 기행이었다. 야만적인 군사문화가 낳은 야만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오홍근 부장은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한편으로 더욱 꼿꼿한 자세로 치열하게 칼럼으로 시대를 기록하고 증언했다.

이 책은 오홍근 부장과 함께 일하거나 소속 회사는 달라도 시대적 아픔을 공유하며 나라의 앞날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언론 현실을 고민한 동지들이 모인 “88 언론 테러 기억 모임”이 기획하였다.

이 책은 88 언론 테러 30년을 맞아 과연 이 땅에서 군사문화는 청산되었는지 집중 조명해 보고자 했다. ‘걸어다니는 한국 현대사’로 불리는 역사학자 한홍구 교수, 정치권의 대표적인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 그리고 테러 피해 당사자인 오홍근 기자와 더불어 진행한 특집 좌담을 맨 앞에 배치했다.

그리고 테러를 촉발했던 문제의 칼럼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와 그 즈음의 글들을 1부에 엮고, 언론을 떠나 공직을 역임한 뒤 다시 칼럼니스트로 북귀해 쓴 칼럼들을 추려 다시 시대별로 2부~4부까지 엮었다. 최근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양승태 대법원의 군사문화”를 포함하고 있다.

책에 실린 그의 칼럼은 우리 사회 곳곳에 깊이 침윤해 있는 군사문화를 발견하고, 그 폐단을 지적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행태에서 고질적인 군사문화를 발견하고 지적하는 눈은 예리하다. 그의 칼럼은 이들 두 전 대통령의 참담한 말로를 내다보는 듯 명쾌하다. 특히 “4부 유신의 진정한 종결,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의 칼럼들은 현재의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분명히 지적하고 있어, 노 언론인의 빛나는 혜안을 볼 수 있다.

끝으로 《펜의 자리, 칼의 자리》는 우리 사회의 일상화된 군사문화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칼의 자리’가 병영임을 분명히 함과 동시에 ‘펜의 자리’가 어디인지를 되묻고 있다.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는 건 물론 자본 권력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는 뼈아픈 지적을 잊지 않는다. 그러지 못할 경우 소위 기레기, ‘이른바 언론’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한홍구 성공회대학교 교수는 "이번에 계엄령 사태도 있었지만, 평소 강의 등에서 '광주사태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을지' 등의 질문을 받으면 저는 안타깝게도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며 "우리는 부당한 명령을 받았을 때 거부해야 한다는 군법 교육을 받지 않는다. 부당한 명령이 범죄라고 교육하지 않는 한 재발 방지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홍근 테러 사건을 기억한다는 것은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라며 "군사문화를 제대로 청산하고 우리사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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