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죽은 사회라는 말이 있다. 어른으로서의 사회적 역할보다 병든 세속의 同化(동화)에 따라 그야 말로 ‘꼰대’는 고리타분하고 거추장스런 ‘짐’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다는 부분의 책임은 오롯이 어른다운 어른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어른이란 그저 나이 살을 더하였다 하여 어른으로 불리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온 만큼 담백함과 함께 사회적 나름의 책임감에 투철해야 가능한 존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담백함과 사회적 책임은 더러운 욕망의 찌꺼기가 영혼의 한켠에 남아 있다면 양두구육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쉽사리 어른이라는 이름을 얻기 어렵게 되어 있다.

필자는 노회찬이라는, 한 정치인의 죽음 앞에서 나 자신을 반추해 보았다.

耳順(이순)이라는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함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은 그의 정신세계는 시대의 어른만이 지닐 수 있는 숭고함이 깃들어 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미치자 나 자신도 사회적 책임 앞에 초라해 지는 것은 행동하는 양심에 부끄러운 부분이 숨어 있기 때문 일 것이다.

‘4,000만원이라는 불법 정치자금의 죄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주장을 반박할 그리고 정치인 노회찬의 불법을 미화시킬 이유는 아예 없다. 크거나 작든 간에 불법은 그에 상응하는 법적책임을 누구든 짊어져야 한다.

그러나 불법정치자금의 불법을 목숨으로 대신 책임을 진 정치인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라는 부분에서는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또한 그의 인생이라는 족적에서도 투철하게 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았던 ‘기개’에서도 어른의 죽음은 남은 우리들에게 또 다른 무거운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見物生心(견물생심)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소인 일수록 좋은 물건과 권력을 대하면 탐할 욕심이 커지게 되어 있는데 자신만의 게걸스런 시커먼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람의 길을 외면하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몰상식이 상식이 된 대한민국 정치판 속에서 노회찬의 죽음은 단순 죽음이 아닌 올바로 깨어있는 민의의 가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어머니의 젖을 함께 먹고 자란 형제도 사회적 의식에 따라 걷는 길이 다르게 되어 있다. 경기고·고려대학교 출신이 용접공 자격증을 취득하여 노동자의 길을 마다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아는 만큼 행동하는 양심의 發露(발로) 아니고서는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정치인 운운하며 ‘학생 민주화 운동’ 즉, 운동권이라는 자화자찬의 라벨을 쉽게 접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밥상을 되 밟아보자면 전부는 아니겠지만 喪家之狗(상가지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 할 수 있는 오늘의 현실이다.

民主(민주)의 사전 풀이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 라고 적고 있다, 특정 권력자들이 좌지우지하는 권력을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진정한 戰士(전사)였다면 初志一貫(초지일관)은 필수가 되어야 맞다.

그러나 자신들이 척결의 대상으로 삼았던 부정한 권력에 기대거나 권좌에 앉아 일신의 영달을 추구 하거나 하였다면 양심의 반역이고 사람의 배반에서 잉태하는 해악과 전혀 다르지 않다.

얄팍한 머리로 사는 사람과 진중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 중에서 어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다. 신성하다는 노동의 가치를 도외시한 여하한 사회운동은 순전히 분칠을 좋아하는 ‘구라’라 할 수 있다. 사이비라는 의미이다.

정치인 노회찬의 죽음 앞에서 정치인들이 새롭게 깨어나고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 스스로가 정치의식에 눈을 떠야 한다. 눈을 떠야만 도둑놈 판이 정리 될 수 있다. 애꾸 눈 나라는 애꾸눈을 가진 백성들이 만든다는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