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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만의 덫에 빠진 민주주의》 데이비드 런시먼(지은이)
이철웅 편집국장  |  njt20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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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호] 승인 2018.07.08  18: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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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때문에 위기에 빠지는 민주주의의 역설”

“우리에게는 까다로운 수수께끼가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민주국가는 그 어떤 상황에 직면해서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가장 성공적인 민주국가들조차 애를 먹고 있다. 상황이 나빠 보이지만 민주주의의 역사적 궤적이 시사하는 바에 따르면, 어떤 상황도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민주주의의 현 위기를 좀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것이 정말로 위기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 우리는 과연 곤경에 처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에 관한 것이다.” -책 들어가는 말 중에서-

역사를 보면 민주주의 국가는 어떤 상황에 직면해서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가장 성공한 민주국가들조차 애를 먹고 있다. 전쟁, 공공재정, 환경적 위협, 경쟁체제의 존재는 민주주의 국가에 위기를 야기하는 도전들인데 여기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또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학과 교수인 저자는 요인과 이유를 분석하는 대신 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민주주의의 진짜 문제는 그 자신의 성공으로 말미암아 덫에 빠진다는 것이다. 즉 민주주의가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덫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은 민주주의가 어떻게 하면 더 똑똑하게 행동해 자만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매뉴얼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대신 토크빌의 말을 빌려 이렇게 쓰고 있다. “쉬운 방법이란 없으며 그저 꾸준히 이리저리 나아갈 뿐이다.”

저자는 지난 백 년간 가장 결정적이었던 민주주의 위기의 순간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민주주의 역사가 비슷한 패턴을 반복해 왔음을 증명한다. “민주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자만(안주), 어쩌다 얻은 승리, 당대의 도전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의 반복. 민주주의는 그 특유의 적응성, 유연성으로 인해 위기에서 회복하는 능력은 융통성 없는 전제국가들보다 뛰어나다.

하지만 이는 한편으로 모든 것이 잘 마무리될 것이라는 ‘자만’으로 발전하고 ‘위기가 닥쳐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주해 문제를 점점 더 악화시킨다. 이런 문제들은 결국 곪아 터져 거대한 위기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런 위기를 맞은 민주국가들은 특유의 ‘적응성’으로 생존에 성공한다. 그러면 자신감은 다시 돌아오고 또다시 현실에 안주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만의 덫이다.

겉으로는 나라의 장기적 미래를 생각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눈앞에 닥친 선거에서 이길 생각만 하는 정치인들, 위기가 닥치면 그제야 나타나는 벼랑 끝 정책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정치적 문제에는 야단법석을 떨지만 근본적 문제는 간과하는 사람들. 민주주의에 대한 각종 회의와 위기론은 모두 이런 민주주의의 본질적 속성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민주국가는 또한 늘 위기로부터 회복한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다. 민주주의에 대한 낙관론자들은 민주주의에선 기근도 없고, 전쟁도 없으며, 경제발전도 가능하고, 평화 유지도 더 쉽다고 말한다.

과연 어느 쪽이 옳은 것일까? 저자는 이와 같은 의문을 따라 민주주의가 위기를 겪었던 순간들을 분석한다. 세계대전과 대공황, 쿠바 미사일 위기와 워터게이트, 그리고 2008년 경제위기와 트럼프 당선까지 민주주의를 위협했던 주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민주주의가 위기에서 회복하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실은 위기를 피하는 데는 젬병이며, 지난 실수에서 전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 그래서 근본적인 문제에는 눈감고 현실에 안주하는 “자만의 덫”에 빠져 버린 것이다. 저자 데이비드 런시먼의 신선한 통찰과 광범위한 역사, 그리고 그 속의 인물들을 생동감 있게 살려 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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