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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벌 어머니
전숙  |  ss829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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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7호] 승인 2018.07.01  01: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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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벌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겨운
시절이 있었다
아흔아홉골 산골짜기가 친정이던 엄마는
쌀밥은커녕 화전으로 일군 잡곡도 귀해서
시래기죽으로 끼니를 이었다
엄마는 시래기죽이 밥인 줄 알았다
고모할머니 주선으로 나주벌로 시집온 엄마는
넓은 들녘만 보아도 배가 불렀다
난생처음으로 죽이 아닌 밥을 먹은
엄마는 설사를 일주일이나 했다
곯고 사는 사람들을 위해
엄마는 밥을 해서 소쿠리에 담아두었다
행상이나 동네사람이나
엄마 눈에 밟히면 밥을 먹고 가야했다
소문이 나서 허기진 사람들이
우리집에 와서 밥을 먹고 갔다

치매에 걸린 엄마는 소싯적처럼
밥을 해서 소쿠리에 담아두기 시작했다
이제는 아무도 밥을 얻어먹으러 오지 않으니
소쿠리에서 식고 딱딱해진 밥은 식구들 차지가 되었다
소쿠리에 박힌 엄마의 눈물을
한 톨도 남김없이 뜯어먹은
나는 밤마다 엄마의 소원처럼 배가 불렀다

밥은 엄마를 끌고 가는 보습이었다
밥 먹이는 일로 시작된 엄마 한 생의 농사는
엄마가 밭으로 돌아감으로써
비로소 우리들의 식지 않은 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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